<전통시장 탐방> 인왕시장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인왕시장. 1967년도에 형성돼 현재까지 활발한 상권을 이루고 있다.

홍제역에 내렸다. 1번 출구로 나가니 벌써부터 시장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맛집과 살 만한 물건들이 넘쳐난다.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족발. 시식도 할 수 있다. 미니족발, 왕족발, 매운 족발은 기본이고 닭발, 껍데기까지 판다. 좋은 위치에 있어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시식을 해본 손님들은 못 참겠다는 듯 포장을 해간다.

 

 

족발집을 지나 5분여 걷다보니 인왕시장과 연결된 도로가 나온다. 우선 지도를 따라 정문으로 간다. 조용한 골목길에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생각보다 큰 규모다. 시장은 마치 마트처럼 전체적으로 지붕이 씌워져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입구부터 활발하다. 상인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시끄럽거나 요란하진 않다. 오히려 고요하다. 상인들은 호객행위보단 상품을 정리하고 진열하느라 분주하다. 시장내부도, 파는 물건들도 모두 깔끔하게 정돈돼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지만 시장 안은 조명들로 환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청과물들. 채소를 파는 곳이 주를 이루고 있다. 때가 때이니 만큼 배추가 많다. 차곡차곡 쌓아 탑을 이루고 있고, 그 옆에는 대파, 쪽파, 무, 총각무, 양배추 등 푸른 채소가 가득하다. 마치 수목원에 온듯하다. 눈이 편안해진다. 채소들의 향긋한 냄새가 폐부를 자극한다. 배추, 무, 대파 등은 깨끗하고 신선해 보인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골목들이 이어진다. 싱싱한 수산물을 파는 골목도 있고, 다른 쪽 골목에는 고소한 냄새 풍기는 방앗간이 있다. 마치 미로처럼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구석구석까지 점포들이 모여 있다.

 

 

한 정육점 앞에서 강아지가 짖고 있다. 정육점을 지키는 강아지로 보인다. 단골손님이 왔는데 아는 척을 안 해줘서 서운했는지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짖어댄다. 고기를 사서 나온 아저씨가 강아지를 쓰다듬어준다. 기다렸다는 듯 배를 보이며 좋아하는 강아지. 서비스 제대로 한다.

다시 시장 안으로 돌아와 나머지 탐방에 나선다. 이곳에도 전통시장의 감초 실내포차들이 줄지어 있다. 워낙 시장이 조용해서 이렇게 많은 포차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메뉴도 예술이다. 동태탕, 대구탕, 생태탕, 닭볶음탕, 아귀지리, 고등어조림, 갈치조림 등. 술안주 위주의 실내포차들도 있다. 순댓국, 편육, 꼬막, 산낙지, 두부김치, 부추전, 닭발, 꼼장어 등. 그 옆집은 아예 ‘육‧해‧공 안주 말씀만 하세요!’라고 당당히 내걸어놨다. 깔끔하게 정돈돼있어 술은 물론 식사를 하러 찾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 혼자 혹은 둘이서 온 중년의 남성들이지만 끼니를 때우러 온 젊은이들도 보인다. 시장 상인들의 배도 채워주고 장을 보러온 사람들의 배도 채워준다.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에게 딱이다. 어린아이들 취향을 저격할 튀김 등 분식류도 다양하다.

 

 

가게마다 대부분 손님들이 꼭 한 두 명씩은 있다. 꽤나 활발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 시장 역시 잘 갖춰져 있음에도 홍보가 잘 안돼서인지 생각보다 인지도가 낮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점포수도 많은데 이렇게 질서정연하고 조용한 시장은 처음인 것 같다.

사람들의 왕래가 꾸준하게 이어지지만 그래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상인들의 시간이 더 길어 보였다. 상인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만큼 사람들의 발길도 더 부지런해졌으면 좋겠다. 관리사무소가 작게 마련돼 있긴 하지만 상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할 듯하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