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다운 지도자가 되려면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되려면
  • 박석무
  • 승인 2018.10.29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목민관은 역시 나라의 지도자입니다. 더구나 한 고을에서 최고지도자가 목민관입니다. 이들의 직무 수행에 대한 원칙과 그 세부적인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목민심서』입니다. 72조항의 직무를 제시하고, 각각의 직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어떤 원칙과 방법이 제대로 된 목민관의 일인가를 세세하게 가르쳐줍니다. 육전(六典)의 첫 번째는 이전(吏典)인데, 요즘으로 보면 내무(內務) 행정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내무행정의 실무로서는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속리(束吏)’ 조항입니다. 지방행정의 실무집행자들인 아전들을 어떻게 단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과 방법인데, 거기에 목민관의 리더십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목민관의 리더십의 또 다른 하나는 ‘찰물(察物)’ 조항입니다. 이 조항에서 아전이나 아랫사람들의 비행이나 잘못에 대하여 얼마나 엄하게 단속하고 또 얼마나 너그럽고 인자한 조치를 취해야 하느냐에 따라 목민관의 참다운 리더십이 발휘된다고 하였습니다. 꼼꼼하고 빈틈없는 다산의 업무처리 방법과 지도자의 리더십을 그런데서 충분하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목민관이 아전들이나 향임(鄕任:목민관을 보좌해주는 사람)들의 한두 가지 숨겨진 부정(不正)을 알아내고는 마치 기특한 보물이라도 얻은 듯 그 부정을 들춰내어 온 세상에 알리고 스스로 세밀한 것까지 밝혀냈다고 자신의 밝음을 과시하는 것은 천하에 박덕한 일이다. 큰 사건이야 들춰내되, 그 작은 것쯤은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하고 혹은 은밀히 그 사람을 불러 따뜻한 말로 훈계하여 스스로 마음을 새롭게 하도록 하여, 너그럽되 느슨하지 않고 엄격하되 가혹하지 않아(寬而不縱 嚴而不苛) 온후한 덕이 있어 진심으로 감동하여 좋아하게 하는 일이 올바르게 아랫사람을 통솔하는 일이다”라고 말하여 깊은 연못에 숨을 고기를 샅샅이 잡아내고, 경솔하게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 것은 훌륭한 목민관으로서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아랫사람들이 저지르는 일을 세세하게 살피는 일이 ‘찰물’의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지만 너무 야박하게 하찮은 비행이나 잘못까지 모두 들춰내는 일은 삼가라는 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이야 당연히 엄하게 처벌해야하지만 훈계하여 뉘우칠 줄만 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아량이 바로 훌륭한 리더십임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또 말합니다. 아랫사람들의 비행과 잘못을 찾아낸다는 방법으로 미행(微行:신분을 속이고 몰래 남의 뒷조사를 하는 일)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습니다. 미행을 해서야 제대로 살피지도 못하고 오히려 목민관의 체모만 손상시킬 뿐이라면서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권했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을 물고기가 없듯이 촘촘하고 면밀하게 살펴야 하지만, 일의 크고 작음을 판별하고 사안의 중함과 가벼움을 가려 작은 일이야 과감하게 용서하여 잘못한 사람이 감동을 받아 뉘우칠 줄 알게 해주는 일이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임을 알게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목민관들,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