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신간>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10.3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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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현웅 외/ 그림 이재임/ 철수와영희

‘4차 산업혁명’, ‘초연결사회’ 등 거창한 혁신의 시대에 노동자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열심히 일해도 사는 게 팍팍하다는 노동자들은 어쩌면 더 작아진 것은 아닐까?

이 책은 <한겨레> 사회부 24시팀 기자들이 직접 체험한 제조업 주야 맞교대, 콜센터, 초단시간 노동, 배달대행업체, 게임업계 QA 등 ‘균열 일터’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기자들은 각각 한 달 동안 이곳에 취업해 비정규 노동자로 살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노동 현장의 모순을 온몸으로 물었다. 깃발과 구호, 통계와 정책으로 살필 수 없는 일터의 모순을, 더 낮게 웅크려 왜소해진 노동자의 삶을 정밀화로 그려내고 있다.

기자들이 경험한 제조업 장시간 노동, 법 제도의 사각지대인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 노동권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법상 자영업자의 노동, IT 기술 발전에 따라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노동 등의 실태를 통해 법과 제도의 공백지를 고발한다.

이 책은 노동법의 존재 이유가 노동시장의 ‘절대 강자’인 자본으로부터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기술 발전, 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노동이 발 디딜 곳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에 노동자들이 더 낮게 웅크려 왜소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노동의 존재 형식에 발맞춰 법 제도 역시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기록된 노동 현장은 현재 한국 사회 노동시장의 모순이 가장 집적된 곳들이다. 그래서 우리 노동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백지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기록’이기도 하다.

1부에서 살펴본 경기·인천 지역 ‘제조업체의 주야 맞교대’가 지적하는 장시간 노동은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한국의 임금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일한다. ‘저녁이 있는 삶’보다 ‘저녁밥을 살 수 있는 돈’이 더 긴요한 ‘워킹 푸어’가 존재하는 이상 장시간 노동은 ‘강요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2부에 등장한 콜센터 노동자는 ‘감정노동’과 ‘감시노동’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폭언과 괴롭힘, 때론 노골적인 언어적 성희롱에 마음속부터 병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메신저 등의 전자감시 체계에 기반한 비인격적 노무관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3부에서 짚은 ‘초단시간 노동 현장’의 모습도 많은 고민거리를 던진다. 주당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예외 노동자’로 취급받는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유급휴가도 유급휴일도 누리지 못한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며,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4부에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은 기술 발전을 멀리서 뒤쫓고 있는 법 제도의 숙제를 드러냈다. 배달대행업체 등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O2O(Online to Offline)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특정 사업주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듯 보이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노동법은 이들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언제라도 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최저임금도 받을 수 없으며, 4대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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