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대출’ 감시 강화, 대부업 제동 걸린다
‘묻지마 대출’ 감시 강화, 대부업 제동 걸린다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11.08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빨간불 ‘가계대출’, 취약계층 대출한도 100만원 제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부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의 등록 대상이 되는 대부업의 자산규모 기준은 현행 12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초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청년·노령층 등 취약계층은 대출한도를 1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은행 등 제도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은 그보다 이자는 높지만 대출이 쉬운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새롭게 시작되는 대부업 대출 제한 강화 방안을 살펴봤다.

 

 

금융당국이 대부업체 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대부시장에 대한 전문적 감독 확대 필요성을 감안해 금융위 등록 대상이 되는 대형 대부업자의 기준을 확대 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산규모 기준을 12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초과로 낮췄다.

대부중개수수료도 내렸다. 500만원 이하 대부금액에 기존에 적용하던 중개수수료 상한선인 5%를 4%로 낮췄다. 최고금리 인하와 대부중개영업의 수익 확대 추이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상환능력이 취약한 노령층(만 70세 이상), 청년층(만 29세 이하)에 대해서는 대부업자의 소득·채무 확인이 면제되는 대부금액의 기준을 기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췄다.

실제로 최근 노령층을 중심으로 연체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300만원 이하 대부업대출의 경우 대부업체가 소득이나 채무를 확인하지 않고도 대출을 내줄 수 있었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100만원 이하 대출만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노령층 연체 증가’

금융당국은 또 채권매입 추심업자 재무요건과 이용자 보호 의무도 강화했다. 채권매입 추심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채권매입 추심업 등록시 최저자기자본 요건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부업 이용자 보호기준을 도입해야 하는 채권매입 추심업자의 범위도 자산규모 50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채권의 추심‧관리‧매매 등에 대한 기준, 대출채권 소멸시효 관리 등에 관한 사항도 보호기준에 포함하도록 하는 등 요건을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이어 대부업 등록 시 교육이수 의무 대상자를 확대했고, 금융위 등록 대부업자의 신용조회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교육이수 의무 대상자는 임직원 총원의 10% 이상으로 확대했다. 전문화·대형화되는 대부업의 전문성과 법규준수 역량을 높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부업권의 건전한 영업관행 정착을 위해 협회의 업무범위를 확대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대부업 감독 강화 방안'과 올해 1월 발표한 '연체·취약 차주 보호 강화 방안'의 후속조치다.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금융권까지 막힌 가계대출로 인해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정부가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면서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사, 신용카드사 등의 대출 벽은 더욱 높아졌다. 사실상 대출 총량제에 나선 가운데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당장 대출을 받기 힘든 금융 취약계층은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사, 카드사 등 2금융권 고위험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방식의 가계대출 규제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금융권의 연 20% 이상 대출은 고위험대출로 간주되며, 저축은행은 지금보다 충당금을 50% 더 쌓아야 한다. 일종의 2금융권 대출 총량제가 시작된 것이다.

충당금을 더 쌓으려면 금융사의 수익성이 낮아져 연체관리가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금융 취약계층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2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억제하면 대출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당장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 취약계층의 경우 금융권 어디서도 대출이 어려워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같은 우려를 줄이고자 서민·취약계층의 금융애로 해소를 위해 저리의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7조원으로 확대했다. 중금리대출 상품 사잇돌대출의 공급규모도 2조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빚에 신음하는 가계’

금융당국은 최근 대출자의 소득 대비 상환능력을 따지는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 규제를 은행 성격에 맞춰 차등 적용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3명 중 1명은 2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모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대비 과도한 대출을 받은 사람의 비율 역시 최근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해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를 넘는 가구가 32.9%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처분가능소득이란 개인의 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이자 비용 등의 비소비성 지출을 뺀 나머지 소득을 의미한다. 대출이 있는 3명 중 1명은 2년 동안 수입을 모두 모아 은행에 갚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것이다.

금융부채 비율 200% 이상인 가구의 비율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28%에서 2015년 30%로 늘었고, 2016년엔 31.4%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32.9%로 올랐다.

특히 금융부채 비율이 240% 이상인 가구의 전체 대출 가구 내 비중은 2014년 23.2%에서 작년 27.6%까지 급등했으며 가계대출 금액은 2013년 말 1,019조 원에서 2018년 2분기 1,493조 원으로 46%나 증가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의 각종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종을 울렸다. 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은 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 대비 모두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0.28%에서 올 9월 말 0.35%로 0.07% 뛰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0.22%에서 0.25%로, 0.15%에서 0.18%로 각각 0.03%씩 늘었다. KB국민은행도 0.24%에서 0.25%로 0.01%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49%로 전월 말(0.44%) 대비 0.05%, 전년 동월 말(0.48%)보다 0.01%포인트 늘었다.

업계에선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려 가계대출 연체율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업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취약차주 등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라고 말했다.

대부업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 강화가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