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사회 사회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처할 것”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사회 사회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처할 것”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11.0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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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1회

전세값과 아파트값 폭등에 경기침체 파고가 우리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아파트는 가진 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서민들은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마련이 어렵다. 정부는 주택보급률이 104%라고 외치지만, 무주택자가 45%에 달할 정도다. 민생 경제도, 실업률과 가계부채도 최악이다.

“촛불시민이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한 사회개혁과 재벌해체, 부동산 문제, 불평등 해소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중환자를 앞에 놓고도 수술을 포기했다. 70년 동안 한국사회를 짓눌러온 각종 병폐들을 지금 도려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어려워 질 수 있다.”

24년 여간 시민사회개혁운동을 펼쳐온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의 얘기다.

 

▲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윤 사무총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경협이 활성화 되면 경제훈풍이 불 것이라 말하지만, 이 문제도 결국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미국의 대북제재가 변수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안정과 균형이 중요하다. 현 정부가 개혁과 경제를 너무 소홀히 다뤘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989년 출범한 경실련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경실련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투기와 토지공개념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 3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가진 자들의 부동산투기 천국이다. 아파트값 폭등 광풍이 한번 불면 이들의 자산은 더 커진다.

윤 사무총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한국사회를 두고 “부동산투기가 너무 극심하다. 망국적인 땅값과 집값폭등으로 사회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잘라 말한다.

시한이 연말까지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20년 논란 끝에 이끌어낸 공수처 설치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인 요구다. 공수처가 있었다면 박근혜 탄핵과 같은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대상에서 빼려한다”고 질타한다.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으로 극에 달한 사법부 불신과 관련해서도 “현 정부의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권력의 충견이었고 국민을 억압했다. 공수처와 함께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국민의 끊임없는 감시가 절실하다”고 했다.

윤 총장은 1980년대 고도성장에 따른 한국사회 기득권층의 부동산투기와 재벌경제, 공직자비리, 환경문제 등 현대사의 왜곡된 사안들을 오롯이 겪어 온 인물이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과 대형 국책 토건사업 비리폭로, 투기의 근원지인 5대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끝없이 문제를 제기해온 윤순철 사무총장을 경실련 사무실에서 만나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고질병인 부동산투기와 경제양극화, 재벌개혁, 환경, 남북관계 문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올해 창립 30주년이다. 소회를 밝힌다면.

▲ 경실련은 1989년 11월 4일 창립됐다. 벌써 30주년을 맞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부동산투기가 문제였다. 그때도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다. 특히 서초동 비닐하우스 촌과 도시빈민, 도시에서 쫓겨난 철거민 등 7명이 대학로에서 자살했는데 저희가 합동추모제를 지내주었다. 출범 초기부터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사회적으로도 이슈화 됐었다.

 

- 출범 당시 사회분위기는 어땠는지.

▲ 재야운동권과 학생운동, 노동자운동이 막 태동했을 때였고 운동도 다소 과격했다. 그 후 폭력을 쓰지 말고 합법적으로 사회운동을 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런 흐름에 맞춰 설립된 경실련은 경제와 부동산투기, 재벌개혁에 집중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 문제와 재벌개혁에 손을 대지 못했다. 현 정권도 마찬가지다. 집권 여당의 힘이 부족한데다 시민들과 시국인식에 격차가 있는 것 같다. 또 하나는 남북관계 때문으로 본다. 남북문제가 풀리면 향후 북한도 여러 가지로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협파트너로서 남한 대기업들을 참여시켜 경제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 2주년 촛불집회가 정부 성토장이 됐다.

▲ 서울 도심 곳곳에 각각의 진보와 보수 단체들이 광화문과 시청으로 집결했다. 촛불집회 2주년을 맞았지만 촛불민심이 달라졌다.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항의시위를 했고, 보수진영은 ‘박근혜 석방’을 외쳤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 정신을 따른다고 하지만, 부동산 문제와 재벌해체, 경제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갔다. 개혁을 외면하고 있고 개혁의 칼을 감추고 있다. 본질 회피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한국사회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 대통령은 남북경협에 ‘올인’하고 있는데.

▲ 문 대통령이 남북경협이 풀리면 경제도 풀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정상이 10월에 열기로 합의한 북한예술단의 '가을이 왔다' 서울공연이 무산됐다. 연말에 있을 남북 간 협력사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 문제도 결국 미국의 대북제재 판단여하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는 문제다. 이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 밖에 있다. 경제문제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기조로 끌고 가야하는데 그동안 근시안적 정책으로 경제를 소홀히 다룬 측면을 간과하기 어렵다.

 

- 평생 동안 경실련의 핵심 운동인 부동산투기 근절에 앞장서왔다.

▲ 대한민국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지금도 미친 집값폭등 때문에 서울도심에 살던 사람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대이동하고 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경실련은 출범 때부터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했지만, 입법이 무산되고 개발이익환수법만 달랑 남아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부동산 편중은 더 심해졌다. 땅값도 몇 십 배 급등했고, 규모도 커졌다. 집과 건물을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서민들은 평생 일해도 집을 가질 수 없는 사회구조로 악화됐다. 주택공급은 신규주택과 시장매물 두 가지가 있다. 신규주택 공급은 한계점에 달했다. 가용할 토지가 별로 없다. 정부가 그린벨트까지 풀려했지만, 서울시와 시민들의 반대로 막혔다. 어떤 정권이든 그린벨트는 유혹이 크다. 그린벨트는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공익성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손대기 어렵다. 그린벨트를 풀었다 해도 여기에 집을 지으면 누가 가져가겠나. 가진 자들이 모두 가져갈게 뻔하다.

 

- '토지공개념' 유효한가.

▲ 토지공개념은 노태우 정권 때 입법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하면서 도중에 하차했다. 그럼에도 아직 유효하다고 본다. 군사정부 독재개발시대에 재벌과 대기업들은 정경유착을 통해 땅과 자산을 막대하게 불려왔고 기업 가치를 높여왔다. 부가 너무 한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에 투기도 그만큼 더 심각하다. 정부가 잘못된 사회시스템을 바로 잡아가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이 바로 잡을 수 있다. 한정된 토지를 국가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토지를 배분할 수 있다. 보유세도 그런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그렇다. 분배차원에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수도권이 전국 최대 투기지대가 됐다.

▲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중요한 아젠다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였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주택과 건물들을 지방에 분산하는 정책이었다. 세종 시 같이 지방별로 특색 있게 발전시키려는 것이지만 그 정책마저 실종된 상태다. 구호만 있을 뿐이다. 모든 인프라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방에서 부자소리 들으려면 서울에 집 한 채는 있어야 부자소리를 듣는 시대로 변했다. 지방에서 2억 짜리 집 10채가 있어도 서울의 20억 짜리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할 정도다. 확고하게 분권정책을 펴지 않는 이상 갈수록 서울로 몰리게 되어 있다. 수도권에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도 오히려 지방 사람들이 더 많이 올라온다.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미리 간파했어야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미흡하다.

 

- 지방경제 붕괴도 우려되는데.

▲ 지방은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교육이나 복지, 문화 인프라 등 여러 가지가 취약하다. 지방에는 일자리도 별로 없다. 수도권으로 와야 일자리 찾기가 쉽고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주택공급도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파트를 엄청나게 공급해 놓았지만 가진 자들이 모두 다 가져가고 없는 사람들은 가지지 못하는 구조다. 정책이 항상 엇박자다. 정책적 균형감이 없다. 정부는 항상 집값안정이라는 말을 많이 써왔는데, 이 말은 폭등하는 집값을 못 오르게 막아보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대책도 집값이 급등할 때만 나온다. 안정이라는 말은 더 못 오르게 하겠다는 땜질처방에 불과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한신대 기독교교육학과 졸업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경제학 전공
통일협회 사무국장, 조직국장 역임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
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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