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 재벌개혁 물 건너가"
“촛불이 문재인 정부에 촉구한 재벌개혁 물 건너가"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11.0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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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2회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 투기를 방조한 정부에게도 원죄가 있는 것 아닌가.

▲ 정부는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집값 안정에 힘써야 한다. 공공주택을 정부차원에서 늘려주고 민간주택시장은 민간에 맡기면 되는 일이다. 무주택 서민에 정책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주택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해서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경실련은 부동산을 가진 만큼 세금을 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산출한 공시지가를 보면 시세차이가 너무 크다. 땅값은 시가의 40% 밖에 반영이 안 된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20억 짜리 집 세율이 40%뿐이다. 세금을 8억 원만 내면 된다. 절반도 안 된다. 엉터리 공시지가 체계를 반드시 손봐야 한다. 하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물론 재산에 따른 보유세 문제도 보험료 등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손봐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조정해야 하는데 손을 놓았다.

 

- 무주택자가 더 늘고 있는데.

▲ 신도시를 지어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과거 정부나 지금 정부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 과다한 주택보유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높여야 하지만 찔끔하고 끝나버렸다. 가진 자들은 세금을 몇 백 만원만 낸 뒤 몇 년 지나면 집값이 몇 배 뛰는 걸 알기 때문에 유혹을 버리지 못한다. 정부는 주택보급률이 103%라 홍보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반대다. 대한민국에 집 없는 사람이 45%에 달한다.

 

- 조세정의 문제도 시급하다.

▲ 많이 가진 사람은 가진 만큼의 세금을 내면 된다. 국가조세정의가 과세표준에 맞게 이뤄져야 하지만 70년 넘도록 안 되고 있다. 정부도 이것을 알고 있지만 손을 놓은 상태다. 하겠다는 말만 할 뿐이다. 촛불정부가 조세개혁을 위해 역량을 다해야 한다. 세금을 공평하게 낼 수 있는 세제시스템이 필요하다. 공시지가에 맞도록 정밀하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 그런데도 국세청과 국토부의 세제평가가 서로 다르다. 국세청은 재산세 납부실적만 보고 국토부는 자신들이 평가한 기준에 따라 세율을 매기기 때문에 산출이 다르다. 평가도 문제가 많다. 땅으로 자본이 과도하게 몰리면 안 된다. 경제로 투자가 흐르게 해야 한다. 땅에 돈을 묻히면 모두가 손해다. 기업도 국민도 손해다.

 

– 공시지가 관련한 비리는 없었을까.

▲ 당연히 의심이 된다. 그렇게까지 엉뚱하게 공시가격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까닭을 모르겠다. 아파트와 토지 가격도 차이가 너무 난다. 아파트만 해도 시가의 70~80%로 올라 있다. 땅은 40%에 불과하다. 결국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오히려 세금을 덜 내므로 더 부자가 되고 있고 정부가 양극화사회를 부추기는 꼴이다. 재벌과 대기업들도 부동산 재테크를 해왔다. 전국의 요지 땅을 매입해 건설투기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촛불혁명이 문재인 정부에게 촉구한 재벌개혁도 물 건너간 상태다. 대만과 같이 강한 중소기업이 주축이 되는 산업구조로 가야 하지만 한국은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 사립유치원 보조금 횡령 사태, 어떻게 보나.

▲ 사립과 공립은 운영 면에서 차이가 크다. 우리사회는 사유(私有)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특히 시장자본화로 소유 의식이 강해졌고 그런 인식도 매우 뚜렷하다. 내 재산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소리냐, 내 땅 내 마음대로 하는데 웬 간섭이냐는 인식이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유치원이라는 것은 사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공적 개념이 강하다. 저 출산 문제와 맞물려 이 분야에 대한 지원도 많이 이뤄져 왔지만, 나타난 것은 결국 부정과 횡령이다.

 

- 공교육을 강화하고 비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왔음에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사립유치원에 많은 돈을 내고 있다. 공립은 수적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사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2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음성적으로 줄줄이 새고 있었다.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화인’(Edu Fine)을 도입해야 어느 정도 투명해질 수 있다. 명품가방을 사거나 불필요한 곳에 쓰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우리사회 곳곳에 이런 문제들이 숨겨져 있을 뿐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30년 만에 압축경제 성장기를 거치면서 축적된 사회갈등이 아직도 많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고착화된 갈등 문제들이 밝혀질 때마다 하나씩 고쳐나갈 방법 밖에 없다.

 

- 소비자피해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은.

▲ 집단소송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법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 많지만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꼭 필요하다. 가습기뿐만 아니라 BMW 차량 화재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국은 미국처럼 집단소송제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모든 문제를 개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들이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외국 대기업들이 봤을 때, 한국처럼 사업 해먹기 좋은 나라도 없다. 미국에서 차량 화재가 났다면 난리가 났을 거다. 여차하면 파산까지 갈 수도 있다.

 

 

-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 우리사회는 그런 법적장치가 아예 없기 때문에 피해가 생기면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국민들의 소비경제 분쟁을 막아줄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만 여전히 미온적이다. 오히려 대기업 눈치를 보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최근에는 금융증권 분야에서도 집단소송제가 없어서 개인이 피해를 입었다. 정부가 기업들을 강력히 규제하고 소비자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법을 개선해서 기업에게 과징금을 엄정하게 물리면 낙후된 기술과 안전성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팔짱만 끼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국민안전은 위협받고 있고 피해는 커지고 있다.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가짜뉴스 어떻게 보나.

▲ 얼마 전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카슈끄지가 피살됐다. 일부에서 이 사건을 두고 40년 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피살사건과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바른 보도를 하던 카슈끄지가 정치권력에 의해 살해당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악한 기득권 세력들은 진실을 싫어하고 가짜뉴스로 국민을 왜곡하려는 습성이 있다. 최근에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자 법무부가 이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우리들 의견과 배치돼 반대성명을 낸 바 있다. 핵심은 가짜뉴스에 대한 판단주체가 누구냐 하는 문제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등을 법이 과도하게 재단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것을 걸러내려면 사회적 영역차원에서 자정기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자율적인 가짜뉴스 검정기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각계에서 뽑은 자정위원회 위원들을 두어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일부 정치인 등 기득권의 반발과 불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법리적으로도 감당할 역량이 있다고 본다.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억제하겠다는 생각은 안 된다.

 

-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 제재가 관건인데.

▲ 미국의 IT기업 구굴이 소유한 유튜브에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올려도 사실상 한국정부가 관여할 방도가 없는 상태다. 정부가 나서서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세금부과 등 긴급 사안들을 주도면밀하게 풀어가야 한다. 지금까지도 구글의 세금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번 국회에서 ‘구글세’ 토론회를 갖기도 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깨어나서 알아야 한다. 언론과 방송이 이런 부분들을 팩트만 체크해주면 되는 일이다. 국회와 언론기관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 사법부도 문제다. 법원과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 얼마 전 전남 광주시민들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법개혁과 함께 남북평화를 촉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70년 넘도록 국민들은 고위공직자 권한남용과 부정부패를 막지 못했고, 수구세력들이 저지른 권력형 비리를 지금도 보고 있다. 엄벌과 함께 투명한 공직사회 개혁을 바라고 있지만 작금에 보여주는 법원과 검찰의 행태는 오히려 역행하는 모양새다.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으로 빚어진 사법부 불신도 극에 달한 상태다.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한 권력자의 충견에 불과했고 국민을 억압했다. 이제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와 국민의 끊임없는 감시가 요구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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