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금 2000만원? 출산율 높아지지 않는다
장려금 2000만원? 출산율 높아지지 않는다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8.11.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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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최근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현재 만 6세까지 소득 하위 90%에게 지급되는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소득에 관계없이 초등학교 6학년까지 100% 지급하고, 이를 3년 내 30만 원으로 확대하자고. 게다가 30만 명의 임산부에게 토탈케어 카드 200만 원 을 지급하고, 출산장려금도 2000만 원을 지급하자고. 저출산 극복의 방법이란다.

2017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이다. 1.3명 이하가 초저출산이라고 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든 OCECD 국가에서든 최하위에 속한다.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지난 12년 간 126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스웨덴의 현재 합계출산율은 1.89명이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고, OECD에서는 최상위에 속한다. 흔히 사람들은 스웨덴이 아동복지의 천국이고, 임산부들에게 재정적 지원이 많기 때문에 낮았던 출산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89명이다. 보통 한 가정에 3명의 자녀는 흔하다. 이런 스웨덴의 높은 출산율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성 평등과 성 역할의 문제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89명이다. 보통 한 가정에 3명의 자녀는 흔하다. 이런 스웨덴의 높은 출산율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성 평등과 성 역할의 문제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은 아동 한 명 당 한 달에 약 1200 크로나의 수당을 지급한다. 자녀의 수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대략 한국 돈 15만 원 정도다. 한국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한국은 만 6세까지 지급하지만 스웨덴은 만 18세까지 지급하니까 그것다 많은 셈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1인당 국민소득(GNI)가 5만 8000 달러가 넘고, 한국이 채 3만 달러가 안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게다가 스웨덴에는 출산장려금이라는 게 없다. 한국이 각 지자체별로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을 생각하면, 또 자유한국당 김성태의 희망대로 2000만 원이라는 출산장려금을 준다면, 한국은 적어도 아동과 출산에 관해서는 스웨덴을 완전히 뛰어넘는 복지를 행하는 셈이다.

15만원 남짓의 아동수당, 게다가 출산장려금 한 푼 주지 않는 스웨덴이 1.89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 이전의 성 평등의 문제이고, 출산 이후 성 역할의 문제다. 시민 의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업 노동관의 문제이자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스웨덴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80%가 넘는다. 스웨덴 부부의 맞벌이 비율도 85%를 상회한다. 어떤 직종에서도 여성과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는 인식이 없다. 버스나 중장비를 운전하는 여성 노동자가 같은 일의 남성 노동자보다 적지 않다. 건설 현장에도 남성과 여성의 노동의 종류가 다르지 않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을 쓸 뿐이다.

사무직에서는 더더욱 여성과 남성의 구분이 없다. 대부분 직장에 직급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직급이 있다고 해도 여성과 남성이라는 것 때문에 직급과 우러급의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철저히 능력의 문제다. 여성이 상관이라고 해서, 같은 업무의 여성의 월급이 많다고 해서 속상해 하는 남성도 없다. 무능한 사람의 직급이 높고, 월급이 많을 때 항의가 생길 뿐이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직장을 떠났다가 같은 직장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비율도 80%에 이른다. 나머지 20%도 자신의 선택으로 일을 바꾸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도 이전 직장의 경력은 100% 활용된다. 즉 출산 여성의 노동 참여비율은 높고, 경력 단절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떼파파 – 스웨덴에서는 아빠의 육아 부담이 매우 높다. 거리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런 엄마와 아빠의 공동 육아는 스웨덴을 출산율이 높은 나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라떼파파' – 스웨덴에서는 아빠의 육아 부담이 매우 높다. 거리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런 엄마와 아빠의 공동 육아는 스웨덴을 출산율이 높은 나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출산이 임박했는데도 출산 후 휴가 기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힘겨운 몸을 이끌고 일하는 여성도 없다. 출산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직장에 나와 일을 한다는 것은 자기 학대이자 아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다. 자신의 건강과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 출산 전부터 충분한 휴식과 컨디션 조절을 한다.

물론 480일에 이르는 출산 휴가는 출산 후 충분한 아기 돌봄의 시간이 되고, 출산 이후 활동을 위한 스스로의 준비의 시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출산 후 직장에 복귀했을 때도 건강을 유지하며 업무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 구분도 없다. 480일의 출산 휴가 중 아빠만 사용할 수 있는 날이 90일이다. 출산 후 육아가 엄마에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출산은 물로 육아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출산 휴가가 아니더라도 아빠는 엄마와 거의 동일한 가사를 담당한다. 어차피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다 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를 찾아오는 일도 자연스럽게 분담한다.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도 합당하게 나누거나 함께 한다. 육아의 주체는 엄마가 아니고 엄마와 아빠라는 건 ‘상식’의 문제다.

어느 날 갑자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폐업을 할까봐 마음 졸이면 아이 돌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의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공공의 영역이다. 운영하는 자 개인의 문제로 공공의 돌봄이 중단되거나 정지되는 일도 없다. 설령 어떤 이유로 공공의 돌봄이 중단된다면 다시 휴가를 통해 노동을 멈추고 아이 돌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엄마든 아빠든. 명확하고, 당연한 권리이다.

이는 국가가 만들어 놓은 기본 시스템을 기업은 당연히 수용하고 시민들은 충분하고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고, 이것이 스웨덴 출산율의 이유다. 물론 아이가 다 자라 독립하는 시기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아동수당은 스웨덴의 가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마음 놓고 출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바보다.

아이 하나를 낳았는데 2000만 원의 현금을 안겨준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 2000만 원을 받고 직장으로 복귀할 수 없다면, 다른 직장을 구했는데 이전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수습사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그것 때문에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선별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아동복지의 문제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준다는 것은 철저한 포퓰리즘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또는 어떤 이유로든 출산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적 세금 지출이 될 수도 있다.

신이 여성에게만 부여한 고결한 역할인 출산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그 숱한 불평등과 차별을 완전히 소멸시켰을 때 비로소 진실한 가치를 갖는 것이다. 여성성의 가장 큰 자부심이 되는 것이다.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존귀함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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