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시골에 가서 살면 안 돼?”
“엄마, 우리 시골에 가서 살면 안 돼?”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11.13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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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어른을 위한 동화] 산마을 외딴집

어디를 둘러봐도 산, 산뿐인 시골의 한 허름한 집. 동이네가 사는 집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안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이따금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를 전해주러 찾아올 뿐 아무도 이 먼 곳까지 오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깥소식은 거의 모르고 지낸답니다. 동이네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 즈므리에 온 지도 어느덧 2년째를 접어듭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이곳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낯섦은 익숙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처음과는 달리 이곳 생활에 무척 만족해 하셨어요. 동이네가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화가이신 아빠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보험 회사에 다니며 틈틈이 그림을 그리시던 아빠는 어느 날 가족이 모여앉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사진=pixabay.com
사진=pixabay.com

 

“우리 시골에 가서 살면 어떨까?”

이 말을 들은 엄마는 깜짝 놀랐어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동이 학교는 어떡하고요? 도시를 떠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 줄 아세요. 아무튼 안 돼요.”

엄마의 반대로 그 일은 흐지부지 지나가버렸습니다. 그 뒤로도 아버지는 자주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엄마의 마음을 돌린 것은 동이였어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동이가 엄마를 보고 말했어요.

“엄마, 우리 시골에 가서 살면 안 돼? 아빠도 자꾸 그러시고 우리 반 영태도 가족 모두 곧 시골로 이사 간댔어.”

“동이 너 진심이야?”

동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했어요. 시골에 가서 살기로 한 것은 의외로 쉽게 결정이 났습니다. 한사코 반대하던 엄마도 아빠의 설득에 그만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이제 살 곳을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아빠는 틈만 나면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러나 여러 날이 지나도록 마땅한 데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째. 어느 날 아침, 복덕방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골에 집이 하나 나왔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 날 저녁, 아버지는 기쁜 소식을 안고 돌아오셨습니다. 집을 사기로 하고 계약서까지 썼다지 뭐예요. 비록 낡은 판잣집이긴 해도 수리만 잘 하면 그런 대로 살 만하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일꾼을 불러 그 집을 수리하기로 작정하고 일요일 아침 동이와 엄마를 데리고 시골로 향했습니다. 자동차로 4시간 남짓 달린 끝에 그 집에 다다르고 보니 생각보다 외진 곳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골 생활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흙벽이 떨어지고 거미줄이 잔뜩 낀 안방과 사랑방은 꼭 귀신이라도 나올 것처럼 으스스 했습니다. 엄마는 아무렇게나 방치된 부엌과 뒷간을 보시더니 낯을 찡그렸습니다. 집수리는 꼬박 닷새가 걸렸습니다. 지붕도 다시 덮고 울타리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부엌과 뒷간도 다시 손을 봤습니다.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아 잡풀이 무성한 집을 말끔히 수리하고 나니 새집 같았습니다.

들판이 갈색으로 물들어가던 재작년 9월, 동이네는 마침내 이삿짐을 꾸렸습니다. 동이는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었지만 애써 슬픔을 참았습니다.

새집에 이삿짐을 풀고 며칠이 지났지만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힘들어도 차츰 나아질 거야.”

아빠는 엄마와 동이의 마음을 이렇게 달랬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갔습니다. 동이는 집에서 5리쯤 떨어진 분교에 다닙니다. 앞으로는 강이, 뒤로는 산이 아늑하게 감싸 두른 분교에는 여섯 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한 분이 전부입니다. 몇 년째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이웃 아저씨처럼 마음이 좋습니다.

아침 8시. 동이가 학교에 갈 시간입니다.

“동이야, 준비물 잘 챙기고 어서 나오너라.”

“예, 엄마.”

동이는 풀들이 자우룩한 좁은 길을 따라 학교에 갑니다. 그 뒤를 강아지 돌이가 따릅니다.

“안 돼, 들어가. 곧 돌아올게.”

동이는 강아지를 달래서 집으로 쫓아 보냅니다. 엄마 아빠가 마당에 서서 동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엄마 아빠는 동이가 산굽이를 돌아 안 보일 때까지 그 자리에 서 계십시다.

풀섶에 이슬이 함초롬히 맺혀 있습니다. 앞산 뒷산에서 산새 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밭두렁으로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걷는 그 길이 동이는 참 좋습니다.

동이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돌이와 함께 산으로, 들로 쏘다닙니다. 고운 풀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산마루에서는 멀리 떨어진 분교며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습니다. 동이의 오후는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동이는 돌이를 앞세우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저만큼 집 굴뚝에서 저녁밥을 짓는 지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그날 밤, 동이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 돌이랑 산에 올라가 야호 하고 크게 소리쳤다.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께서 머루를 한 움큼 따가지고 오셨다. 머루는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다. 돌이에게 머루를 주자 금방 뱉어냈다. 돌이는 시큼한 맛을 싫어하나 보다. 나는 밤이 참 좋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어서 좋고 꿈을 꿀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깊은 밤 풀벌레 소리는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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