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차기 대권주자 ‘판 키우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서서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 대표는 일찌감치 ‘20년 집권 플랜’을 언급하며 야권을 긴장시켰다. 그의 로드맵 핵심은 민생경제, 남북관계 등 정책을 중심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다. 이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들을 키우는 ‘킹메이커’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치권 내 여권 잠룡들을 관리하는 한편 외곽에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영입하며 차기 대선판을 만들어가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내 ‘집권 플랜’ 움직임을 살펴봤다.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 플랜’은 과연 실행될 수 있을까.

최근 이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가시 돋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자신을 수사한 경찰을 검찰에 고발하려 했지만 이 대표의 만류로 뜻을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찰을 고발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으니 다시 검토하는 게 좋겠다”는 메시지를 이 지사에게 전달했고, 이를 이 지사가 수용했다는 것이다.

집권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직접 정부를 공격하는 셈인 데다 자칫 ‘여권 분열’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경기지사 후보 경선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은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 대표의 킹메이커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총리는 “역대 가장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이해찬 전 총리”라며 이 대표를 총리 롤모델로 꼽은 바 있다. 1952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자주 만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가까운 또 다른 인물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두 사람은 1980년대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과 국본(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을 함께한 오랜 동지기도 하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에 앞서 “김부겸이 안 나가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대권 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 대표와 관계가 깊다.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혁신과 통합을 이끌었던 이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바 있다.

당 대표와 3선 시장으로 만난 올 9월에는 부동산 공급 확대·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정계입문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초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이 대표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또 과거 자신의 보좌관을 지냈던 유시민 작가를 노무현재단 이사장 후임으로 맡기기도 했다.
 

풍부한 ‘인맥’

이 대표의 풍부한 인맥은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데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대선 경쟁구도가 본격화하면 전체적인 판을 설계하는데 경쟁력이 충분하다.

내년이면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에 들어가는 만큼 여권 일각에선 차기 잠룡들에 대한 관리 움직임도 감자되고 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후보군이 풍부해야 조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최근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당 안팎의 후보군을 보호·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대선까지 아직 3년 넘게 남았지만 집권 3년 차를 맞는 시점부터 차기 대권 주자들을 잘 관리해놓아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이낙연 총리는 진보 진영에서 부동의 1위 후보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문 계파색은 엷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고 귀띔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범진보 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총리는 16.0%로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유지했다. 범보수 진영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오차범위 내 1위에 올랐다.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부동산 정책을 놓고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여권 인사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줄었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비리가 불거진 점도 박 시장에 대한 여권의 비판을 자제하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총선·대선 ‘두마리 토끼’

이 대표는 지난 10월 말 대전에서 전대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전당대회에서 당선된지 두 달여 만이었다.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500명 넘는 당원이 1박2일 일정으로 참석한 매머드급 행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행사에선 이 대표를 중심으로 진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해단식이라기보다는 새로 시작하는 자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가 전당대회에서 ‘20년 이상 집권’을 주장했다. ‘교만하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지금은 만나는 이마다 20년, 아니 30년 해야 한다고 한다”며 “그러려면 우선 내후년 총선에서 압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번 대표직이 마지막 공직이 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본인이 ‘킹’이 되기보다는 ‘킹메이커’로서 역할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기 총선에서 승리한 후 이후엔 상임고문으로 재집권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해단식 자리에서 “진실한 마음, 성실한 태도, 절실한 심정 '3실'이 공직자에게 요구된다”고 강조하며 “그런 자세로 일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튼튼한 당, 20년 집권을 할 수 있는 당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행사엔 이상민 김두관 이종걸 김성환 의원과 전대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였다. 문 대통령과는 오랫동안 친노 핵심으로 활동해 왔다. 이 대표의 ‘20년 집권 플랜’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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