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내홍 ‘점입가경’

자유한국당을 살리기 위해 ‘깃발’을 들었던 비상대책위원회가 휘청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에 대립각을 세웠던 친박계는 황교안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세결집에 나섰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와 관련 “우파 재건을 위해 역할을 당연히 해야 된다"며 ”21대 총선에서 정치인으로 들어와 면목을 보여야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도 황교안 역할론을 펼쳤다. 이에 따라 비대위가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제1야당 내 상황을 살펴봤다.

 

 

황교안 전 총리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황 전 총리는 친박계의 지원에 화답이라도 하듯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는 데 이를 변호할 일인가"라며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그는 이어 ”안보, 특히 북핵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안이하게 대처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의 지원 사격과 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 존재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일차적으로 비대위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황 전 총리의 공격 대상은 청와대였지만 친박계 전체 분위기는 비대위가 일차 목표다.

실제로 한국당은 최근 다시 암흑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조직강화특위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와 친박계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협공하면서 김병준 비대위 체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책임을 맡았던 김 비대위 체제의 수명이 다했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인적 쇄신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인적 쇄신’ 회오리

전 변호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을 해촉한 뒤 ‘팔을 잘라내는 느낌’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제가 그분의 수족이 아니지 않나. 복종을 이야기할 것이면 진작 말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비대위의 2월 전당대회 고수 입장에 대해서도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다”고 받아쳤다.

그는 이어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미래는 없다. 한국당에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해야 한다. 보스 흉내를 낸 분들은 이제 자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당에서 폼 잡고 살았던 분들은 물러나 신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고 맹공을 펼쳤다.

친박계도 점차 단합하는 분위기다. 친박 중진을 중심으로 ‘김병준 비대위’ 해체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일부는 비대위 구성 자체에 반대한 분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일이 답할 상황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친박계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서로가 의견이 다른데 한 그릇에 담을 수 있겠나. 그 그릇이 깨지지, 성하겠나”라고 반대했다.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도 여전히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실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고, 여론조사도 이번 주에 끝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인적 쇄신을 최소화하고 차기 당 대표에게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에선 ‘비대위 수명은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김태흠 의원은 “2월 전당대회 일정을 밝힌 김병준 비대위를 더 이상 흔들지 말고 지켜봐 달라”며 “이른바 친박이라 불리던 중진 의원님들은 당의 중심에 서려 하지 말고 지켜보며 도와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비대위 흔들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기준 의원은 “십고초려해 모셔온 전 전 위원을 문자로 해촉하는 등 당 품격에 안 맞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 사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도 “비대위원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이제 빨리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한다”며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의원도 “김 위원장이 데리고 왔는데 데려온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냐. 정치적 실책을 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언급한 ‘인적쇄신’이 현실화되면 또 한 번 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가 내세운 ‘황교안 역할론’이 급부상할지, 아니면 비대위가 좌초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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