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순재와 키완
[신간] 순재와 키완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11.19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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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림 지음/ 문학동네어린이

 

1월 1일 한겨울 밤, 노크 소리와 함께 시간 여행자가 작가를 찾아온다. 작가의 오랜 친구인 시간 여행자가 데려온 것은 터무니없고 기이한 이야기. 작가는 혼자만 알고 있으라는 여행자와의 약속을 어기고 그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맘먹는다. 참과 거짓을 뒤섞고 살을 덧대고 이리저리 뜯어고쳐서. 이것이 '순재와 키완'이다.

'순재와 키완'은 "절망적인 색채의 미래 전망들과 어떤 공식처럼 지구와 인간의 파멸을 그린 작품들 속에서 지금 여기가 맨 앞"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순재와 키완'은 ‘절망적인 색채의 미래 전망들과 어떤 공식처럼 지구와 인간의 파멸을 그린 작품들 속에서 지금 여기가 맨 앞’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호주에 거주하며 심리학을 공부한 오하림 작가의 첫 작품으로 233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의 격렬한 토론을 끌어낸 문제작이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은 처음 읽을 때는 누가 놀다 놔두고 간 말판인지 사건의 흐름을 종잡을 수 없지만 끝으로 가면 이야기의 윤곽이 또렷해지고 여러 번 읽으면 더 재미있고 곱씹어 생각하면 이야기가 계속 불어난다고 평했다. 동화작가 송미경은 이 이야기가 인류의 과학적 진보 앞에 한 인간의 목숨을 구하는 것과 한 존재의 상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질문에 그쳤다면 다소 진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물의 내적 갈등을 자연스럽고도 낯설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를 전혀 새로운 방향의 질문으로 밀어 넣는다고 평했다. 아동문학평론가 유영진은 인류를 파국과 멸망에서 구원해 주는 커다란 힘은 아이다움, 아이의 마음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 주는 작품이라 짚었다.

다양한 목소리가 오가는 교차점에는 “끝까지 읽었을 때 울리는 묵직한 메시지” “결말에서 화자가 던지는 말의 힘”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것이 '순재와 키완'을 기꺼이 대상작으로 들어 올렸다.

작가는 유쾌한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모든 어린 시절이 유쾌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너는 결코 열 살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아홉 살의 순재,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낯선 곳에 전학 온 키완, 다가오는 소멸 시효 앞에서 순재와 정반대의 운명을 맞아야 하는 필립. 74년 동안의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소중했던 우정과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은 세 아이의 앞날을 어떤 모습으로 변주할까.

작가는 중간중간 등장인물로 불쑥 튀어나와 이야기에 끼어들거나 책 바깥의 우리에게 말을 걸며 당황스럽게 한다. 이 독특한 서술 방식은, 그래서 이 이야기가 진짜 일어난 일이라는 건지 꾸며 냈다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동시에, 글자로 박제된 이야기를 넘어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임을 드러낸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엮어 시간의 소용돌이로 우리를 밀어 넣고 사건들을 조각조각 흩뿌린다.

그림을 그린 애슝은 담백하면서 편안한 감성의 만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사랑받는 화가다. '순재와 키완'에서는 각 장마다 일어난 인상 깊은 사건들을 한 화면을 여러 개로 분할해 녹여 내거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한 화면을 온통 할애하기도 하면서, 이야기와 적절한 호흡을 이어 갔다. 애슝 화가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캐릭터와 색감은 친근감을 더하고, 그림을 연결해 보는 재미를 안겨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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