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전 한국외대 부총장

 

- 종전선언이 현실화 된다면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나.

▲ 연방제가 아닌 연합제로 협의될 것이다. 남북연합은 연방과 다르다. 연방은 중앙정부가 주권성을 갖고 있지만, 연합은 양 지방 정부가 주권성과 군사권, 외교권을 갖고 있다. 노태우 정부가 제안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가운데 남북연합이라는 모델이 있다. 그것을 근거로 김영삼에서 박근혜 정부까지 바꾼 적 없다. 그렇다면 통일의 중간단계로서 남북연합을 두자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의 경우 교류협력, 남북연합단계, 이민족연합단계. 화해협력단계, 평화체제 구축단계, 남북연합, 마지막인 일민족연합단계가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북연합이다. 이 체계 안에는 남북국회가 100명씩 추천하는 각료회의이사회, 남북평의회 등이 있다. 종전선언이 되면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중요 관문인 남북연합단계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 통일의 개념을 어느 하나로 국한시킬 수는 없다. 단계론은 관념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 통일의 주체는 남북 양쪽 주민들에게 달려있다. 그것이 실체적 통일이 아니겠는가. 주민들의 공감 속에서 통일이 된다. 이게 되려면 접촉을 통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른바 접근성이다. 그러려면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는 하고 싶지만 북쪽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지자체 차원에서 서로 초청하고 왕래하고 자매결연 맺는 네트워크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결국 하드웨어는 정부가 해줘야 하고,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남북 주민들의 접촉이 있어야 한다. 서로 자유왕래가 가능하고 적대관계가 없어지는 영토적 통일도 중요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문화-경제 통일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좁게 보면 두 정치체제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선은 남북 주민 자체가 만나는 것 자체가 범죄가 되지 않아야 한다.

 

-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는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우선 서울 방문은 가능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사심 없고 진실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 간에 두 정상이 신뢰가 쌓였다는 평가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왔을 경우 경호하고 관리하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우리가 북에 갔을 때 남북단일기만 흔들었다. 김정은이 왔을 때 단일기만 흔드느냐, 태극기와 단일기를 함께 흔드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단일기만 흔들어도 용납할 것 같다. 이런 정서적인 문제를 떠나,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이전보다 한반도에 외국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 ‘통일한국’을 우려하는 국민들도 많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북한까지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 북한이 가장 약한 게 인프라 구축 부분이다. 철도를 비롯 모든 인프라가 돈과 직결된다. 이를 메우려면 국민세금이 많이 나간다. 다만 남한의 많은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면 경쟁력 있고 장점이 많다고 본다. 과도기엔 혼란스럽고 우리 국민들이 부담할 게 많다. 하지만 민족적인 차원에서 보면 인구와 땅이 늘어나고 경제력도 장기적으로 나아진다. 그동안의 불편을 수용할 수 있는 평화적 과정이 필요하다. 얼마 전 우리 재벌들이 방북했다. 사실 이 보다는 중소기업들이 경제교류의 주가 되어야 한다. 균형 잡힌 민족경제를 이룩하기 위해선 대기업보단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 통일한국의 과정에 있어 주변국들의 반응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독일과 비교하자면.

▲ 독일보다는 우리가 유리하다. 독일은 전범국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경계가 많았다. 독일을 갈라놓는 게 유럽의 평화를 위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독일 민족자체에 책임이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의 경우 통일한다고 해서 주변에서 크게 반대하진 않는다. 선입견과 달리 국제사회가 이미 약속한 부분이다. 우리의 분단은 냉전에 의한 국제사회의 ‘기획 분단’이었기 때문이다.

 

- 문재인 정부 2년여,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평가지만 국내 문제엔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국내 문제와 관련해선 좀 어두운 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혁명으로 만들어졌다. 촛불시민혁명의 핵심중 하나는 분단체제의 극복인데, 이런 차원에서는 이 정부가 잘하고 있다. 다만 제왕적 대통령제는 촛불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는 너무 제왕적이어서 대통령만 보이고 국회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과거 정부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잘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보스’가 있고 ‘꼬봉’이 있다. 발전적인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현재도 대통령만 보이지 소관부서가 안 보인다. 이것을 제대로 고치려면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점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불만을 갖고 있다. 특히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굉장히 어렵다. 경제정책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 사법정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안 보인다. 시민사회가 노력한 게 많다. 문재인 정부가 그걸 받아서 해보려고 했지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근본적으로 헌법 개정이 되지 않고서는 촛불시민혁명이 완수될 수 없다. 여전히 어느 누구도 헌법 개정 언급을 안 하고 있다. 사실 선거 앞두고는 헌법 개정 얘기를 못한다. 지금 시점에 논의되어야 임기 내에 개정할 수 있다. 정권은 늘 짧기에 개혁을 하려면 법을 통한 개혁을 해야 한다. 이런 작업들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문재인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끝으로, 통일 문제와 관련 우리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젊은 세대들이 상당히 무관심하다. 북한에 대한 선입관을 많이 갖고 있다. 우리끼리 살면 되지, 골치 아픈 북한을 왜 끌어들이느냐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우리 국민들 가운데도 과거 북한으로부터 여러 피해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도 많다. 이 같은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다. 친구들 간에도 남북문제에 대한 견해가 다르면 서로 거기에 대해선 말을 아예 삼간다. 남북문제 따위로 친구끼리 다툴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이진 않지만 남남갈등이 심각하다. 이런 여러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지, 어떻게 하면 국민화해와 통합으로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선 평화교육, 통일교육, 민족화해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 남북대화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인 남남대화도 중요하다. 남북문제, 북한의 인권문제와 정치범 문제에 대해선 남한 안에서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통일로 가는 프로세스에 있어 평화운동의 대중화와 외연화를 위해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학자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 남북문제는 몇몇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우리 국민생활과 직결된다는 것을 대중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물과 공기는 우리 삶에 절대적이다. 평소엔 잊고 살지만 문제가 생겨야 그제야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평화문제가 잘못되고 한반도가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문제 생기면 또 다시 난리난다. 분단국가 국민으로서 평화 문제에 대해 늘 고민하고 극복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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