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신간]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8.11.2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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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비채

 

반 분위기를 망치는 문제아로 낙인 찍혀 날마다 이어지는 체벌, 집단따돌림을 당할 뿐 친구 하나 없는 나날, 엄하고 냉정한 태도로 일관하는 가족까지. ‘니트로’의 학교생활은 하루도 평온할 수 없다. 자신은 일부러 그른 행동을 하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끝에, 니트로는 슬픈 세상을 등지기로 마음먹고 마는데….

아스퍼거증후군,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LD) 등 태어날 때부터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오키타 밧카는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에서 ‘니트로’라 이름 붙인 분신을 통해 초등에서 중학교에 이르는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외형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장애’인 데다 사람의 기분을 잘 읽지 못하며 ‘자신만의 원칙’에 집착하는 발달장애의 특성 탓에, 니트로의 하루하루는 몰이해와 억압과 폭력으로 가득하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를 한 장씩 읽어나가다 보면 니트로의 순수함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니트로가 겪은 고통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 니트로가 통과해온 처절하고도 적나라한 현실에 분노가 치미는 한편, 문득 자신의 주위를 한번 돌아보게 된다.

오키타 밧카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자,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이런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평온해졌다”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비로소 남편이 나를 제대로 이해해주게 되었다” 등 ‘만화’에 대한 후기라고 하기에는 감동적인 사연을 팬레터에 담아 하나둘 보내오기 시작했다. 작가는 일본 최초로 발달장애인이 직접 발달장애인 이야기를 만화로 선보였다는 점이 점차 화제가 되어 NHK를 비롯한 각종 방송에서 주목받았고, 작품은 뒤늦게 차트를 역주행하며 출판계에 새로운 신화를 하나 추가하기에 이른다.

오키타 밧카는 출간 후 한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을 주변 사람에게 건네주세요. 제 책이 사람과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를 통해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발달장애인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이해받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해주는 것, 그들의 이야기에 아주 조금만 신경 써서 귀 기울여달라는 것, 그리고 그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대해주면 된다는 것.

물론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가 어떤 메시지로만 가득한 작품은 아니다. 작가는 탁월한 만화적 센스를 바탕으로, 묵직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너무도 유쾌하고도 경쾌하게 그려냈다.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니트로의 매력은 보너스. 그렇기에 한 권의 ‘만화책’으로 가볍게 읽어나가다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스미듯 전해져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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