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기강 해이’ 점입가경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기강 확립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연이은 지지율 하락 상황에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청와대는 최근 특감반 소속 김모 수사관의 비위 사실을 조사하다가 다른 감찰반원의 추가 비위를 확인하고 경찰 파견 직원 4명을 포함한 특감반 전원을 교체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성을 촉구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청와대 상황을 살펴봤다.

 

자료=평양사진공동취재단
자료=평양사진공동취재단

 

연말을 맞은 청와대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 곡선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인된 공직 기강 해이 사례는 추락에 가속도만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고위 공직자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감반 전원을 검찰과 경찰 등 소속기관으로 돌려보내고 비위 행위자는 소속기관이 철저히 조사해 징계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조국 민정수석이 문제가 된 특별감찰반 비위에 대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임 비서실장에게 전원 교체를 건의했다”며 “임 비서실장도 즉각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해 전원 복귀 조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관장은 청와대로부터 통보받은 비위 사실에 의거해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일각에선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단체로 골프를 쳤다는 의혹도 제기했으나 김 대변인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특감반의 조직적 비위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는 특감반 소속 김모 수사관이 지인 관련 경찰 수사 내용을 사적으로 캐물었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조 수석은 다른 특감반원들의 추가 비위 혐의를 발견하고는 임 실장에게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에는 청와대 내부 직원의 비위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 특감반, 정부 부처와 공사 직원들을 감찰하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대통령 친인척을 상대로 한 민정비서관실 특감반 등이 있다. 전원 교체된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은 10여명 규모로 알려졌다.

 

‘날개잃은 지지율 하락’

이미 청와대 내 분위기는 한바탕 곤욕을 치른 상황 후여서 충격은 더욱 크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11월 23일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직권면직됐다. 그 어느 때보다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큰데다 문 대통령이 이를 적극 경고한 뒤여서 ‘청와대 기강 해이’에 대한 질타가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임 실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고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공직사회 적폐청산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를 담당하는 특감반이 비위 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별감찰반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을 감찰하는 조직으로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주요 사정기관에서 파견 나온 인원으로 구성됐다. 조국 수석과 검사 출신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지휘하며 이인걸 선임행정관이 반장을 맡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안팎은 충격에 휩싸여 좀처럼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에 이어 특감반의 비위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와대 공직기강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건의 최종책임은 특감반 관리에 실패한 조국 수석에 있다”고 핵심부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문 대통령 지지율에도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미 청와대에 대한 민심은 취임 후 첫 40%대를 기록할 만큼 심상치 않다.

지난 11월 2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같은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문 대통령의 11월 4주차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3.2% 하락한 48.8%로 집계됐다. 9주째 내림세가 지속되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진 것이다.

부정평가도 40%대 중반을 기록하며 지지율과 부정평가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엇갈렸다. 고용과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 소식이 몇 달째 이어지며 지지율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문 대통령 지지층이 이탈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민주당에 기울어져 있던 중도층과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50대도 부정적인 평가가 앞섰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3.3%포인트 오른 26.2%로 2016년 10월 3주차(29.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선을 넘은 것은 2년 만의 일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청와대가 연말 정국에서 전환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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