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 보기] ‘서치’(2018년)

 

영화 '서치' 포스터
영화 <서치> 포스터

액션 하나 없이 흥미진진한 영화가 있다. 개봉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영화지만 이제야 꺼내봤다. 장르는 드라마지만 넘치는 스릴은 웬만한 스릴러, 액션 저리 가라다. 2018년 제34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Best of NEXT(관객상)’을 수상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사라진 딸, 그의 SNS에 남겨진 단서를 추적하는 영화 <서치>(2018년 8월 개봉)다.

화목했던 마고네 가족. 하지만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은 웃을 일이 적어졌다. 어느 날 저녁, 마고(미셸 라)로부터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인 데이빗(존 조)은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이 실종됐음을 알게 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됐지만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다. 실종된 날 밤 마고가 향하던 곳을 알아낸 데이빗은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마고의 노트북. 상상조차 하지 못한 딸의 진실이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서 펼쳐진다.

영화에선 직접적으로 인물을 보기 어렵다. 전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인다. 웹캠, 뉴스, CCTV, 영상통화, SNS의 사진, 동영상 등. 그 작은 컴퓨터 안에서 펼쳐지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우리는 안다. SNS 시대인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게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형태가 영화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이런 연출 방법을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라고 한다.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이다. 보통 공포, 스릴러 장르에서 많이 쓰인다. 이런 설정 덕분에 영화는 더 긴장감 있게 느껴진다.

처음엔 답답할 수도 있다. 넓은 스크린 가운데 작은 한 공간에 갇힌 느낌이랄까.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데이빗의 시선에 집중하게 된다. 데이빗 대신 마우스 커서가 움직인다. 그의 심정에 따라 커서는 느려지기도, 빨라지기도, 머뭇거리기도 한다.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다. 보고나면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군지 찾아보게 될 것이다.

인도계 미국인 아니쉬 차간티 감독. 첫 작품인 <서치>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젊은 감독답게 신선한 소재와 빠른 전개, 센스 있는 연출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데뷔와 동시에 2018년 제34회 선댄스 영화제 ‘Best of NEXT’(관객상)까지 수상했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영화 '서치' 스틸컷
영화 <서치> 스틸컷

 

데이빗 역을 맡은 존 조의 연기도 돋보였다. 컴퓨터 화면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단순히 얼굴 표정만으로 연기를 해낸다. 표정 변화가 그리 많지도 않다. 액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굳은 얼굴, 주름 하나하나에서 많은 감정 변화들이 느껴졌다. 1972년 서울에서 출생한 존 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베터 럭 투마로우>와 <아메리칸 뷰티>에 에 출연했고, 스티븐 소더버그의 <솔라리스>, <파빌리온>, <다운 투 어쓰>,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록그룹 ‘레프트 오브 제드(Left of Zed)’의 보컬로도 활동 중이다. 핸섬한 외모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할리우드 톱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상영시간은 101분으로 짧은 편이다. 모든 걸 보여주느라 상영시간이 길고 지루한 요즘 영화들과는 많이 다르다. <서치>는 간결하고 신속하게 스토리를 진행한다. 나머진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내용은 없다. 충분히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게끔 했다. 굉장히 ‘영리한’ 영화다. 아마 이 분야에선 <서치>가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