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금년은 『목민심서』저술 200주년으로 관련 행사가 여러 곳에서 개최되어 책 이름이 좀 더 많이 세상에 알려진 해가 아닌지 생각됩니다. 다산의 저술 500여 권에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유독 목민심서는 참으로 훌륭한 책임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와 더불어 요즘 저는 20년 전에 번역했던 『흠흠신서(欽欽新書)』를 개역하는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꼼꼼하게 읽어가다 보니, 흠흠신서 또한 보통 책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인명이 천시당하고, 사람이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다산의 인명존중에 대한 생각을 접하자 감격스러울 때가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더구나 근일에 재판거래다, 사법농단이다 라는 말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때를 맞아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재판을 얼마나 신중하고 정밀하게 조사하고 재판해야 한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정조대왕의 위대함과 다산의 뛰어난 법률지식에 대하여 감탄의 마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흠흠신서의 제4편 「상형추의(祥刑追議)」라는 항목은 바로 정조대왕이 최종의 판결을 내린 판결문이 그대로 적혀있는 글이어서, 그때 정조라는 현명한 군주가 얼마나 신중하고 자상하게 재판에 임했는가를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윽이 생각하건대 우리 정조대왕이 왕위에 있은 지 25년, 형사사건을 신중하게 처리하고 죄수들을 불쌍하게 여긴 어진 정치는 역대 모든 임금들 보다 월등하게 잘하셔서 정밀하고 깊게 마음을 기울였으니 살리고 죽임에 억울함이 없었다.(…欽恤之仁 度越百王 服念精深 生死無?)”라고 말하여 억울함 없는 재판을 했던 정조의 어진 정치를 칭찬하였습니다. 다산도 『흠흠신서』 서문에서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니 사람의 생명은 하늘에 매어있다. 그런데 재판관이 또 그 중간에서 선량한 사람은 편안하게 살게 해주고, 죄지은 사람은 잡아다 죽이게 하는 것이니, 이는 하늘의 권한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하여 재판관은 하늘의 뜻을 대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천심(天心)과 공심(公心)으로 재판을 해야지, 행여라도 하늘의 뜻이 아닌 사심(私心)이나 이권(利權)을 위한 재판을 한다면 천벌(天罰)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다산은 또 말합니다.

“사람이 하늘의 권한을 대신 쥐고서 삼가고 두려워할 줄 몰라 털끝만한 일도 세밀하게 분별해서 처리하지 않고서, 소홀하고 흐릿하게 하여 살려야 할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또 죽여야 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태연히 편안하게 지낸다.”라고 말하여 재판을 거래하고 사법을 농단하고도,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태연하게 거짓말만 하는 재판관들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들의 권한 강화를 위해 재판을 거래하고 사법을 농단한 사람들은 다산의 뜻에 따라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다산은 『흠흠신서』의 저작 목적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한다.(冀其無?枉)”라고 하여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서 지은 책이라고 했습니다. 재판거래와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들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당신들은 어떤 목표로 재판을 했느냐?’고,

“백성들이 비참하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도 그들을 구휼할 줄 모르니, 이거야말로 매우 큰 죄악이다.”라는 다산의 말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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