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성장, 소득은 후퇴 ‘전환점’ 찾을까
제자리 성장, 소득은 후퇴 ‘전환점’ 찾을까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12.0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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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문재인 노믹스’

‘경기침체’ 먹구름이 낀 한국 경제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성장은 여전히 더디고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치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 2.7% 경제성장도 어려워졌다. 여기에 국민소득은 후퇴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소득 증가가 민간소비 증가, 기업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경고한다. 차가운 겨울바람처럼 연말 경제 상황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노믹스의 위기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0.7% 늘었지만, 전년동기 대비로는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총저축률은 35.4%로 작년 4분기(35.7%)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총처분가능소득(2.1%)이 최종소비지출(0.8%)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도 지갑을 열지 않고 은행에 넣어둔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40대 후반 J씨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요 몇 달은 적자가 계속돼 마이너스 운영이다.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민간의 최종소비지출은 2분기 1.3%에서 3분기 0.8%로 줄어들었다. 민간 최종소비지출 부문의 성장기여도도 0.2%에 그쳤다.

그만큼 민간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내수 성장기여도는 -1.3%로 2분기(-0.7%포인트)보다 오히려 악화했다. 그렇다고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국내총투자율은 전기보다 1.7% 하락한 29.3%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6년 2분기의 29.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3분기 성장 기여도는 내수가 -1.3%, 순수출이 1.9%였다. 지난 2016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꾸준히 플러스를 유지하던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올해 2분기 -0.7%로 돌아선 이후 2분기 더 낮아졌다. 그만큼 소비 시장이 위축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내수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가계와 기업의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면서 소비와 투자 여건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건설투자 약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설비투자가 눈에 띄게 반등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꽁꽁 닫힌 지갑’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비나 투자는 일시적 등락을 거칠 수 있다”며 “장기 추세를 판단하려면 더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소득(증가분)보다 소비를 덜하면서 저축률이 올랐지만,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 소비를 위해 소비시기를 이연시킬 수 있다”면서 “건설ㆍ설비투자가 조정 요인이 있어 투자율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는 확실시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1∼3분기 누적 명목 GNI가 3% 가까이(2.9%) 증가했다”고 설명하며 “원/달러 환율이 최근 올랐지만 연간 전체로는 전년 대비 하락해서 원화 강세를 고려하면 3만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0.6%라도 성장한 데는 수출이 3.9% 늘어난게 가장 큰 힘이 됐다.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화수출이 4.7% 늘었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0.2%에서 3분기 1.7%포인트로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반도체를 빼면 뚜렷한 장점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3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주의해야 할 대목이 엿보인다. 건설투자는 10월에 공개된 속보치보다 0.3% 더 떨어지며 -6.7%까지 추락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9.7%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속보치보다 0.3% 상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4.4%)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4분기 이후부터 5세대 이동통신 등 IT(정보기술)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는 철도차량 등 운송장비는 늘었지만 기계류가 줄어서 -4.4%를 기록했다. 2분기 -5.7%보다는 나아졌지만 1년 전에 비하면 7.4% 뒷걸음질했다. 지식재생산물투자는 0.9%였고 민간소비는 0.5% 성장했다. 의류 등 준내구재와 전기 등 비내구재가 늘었다. 작년 동기대비로는 2.5% 늘었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준내구재, 전기 등 비내구재 소비가 늘었지만, 속보치보다 0.1% 낮아진 0.5%에 머물렀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1.5% 증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9월 추석 연휴가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면서 “영업일수가 줄어들면서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은 전망대로 연 2.7% 성장하려면 4분기 GDP 증가율은 0.84%를 넘어야 한다. 한은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관광객 수가 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년동기에 비해 입국자 수가 3분기엔 23%, 10월엔 30% 늘어나면서 사드보복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중이다. 이들 입국자가 국내에서 쓴 지출액은 수출로 잡혀 GDP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2.7% 성장도 가능”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7% 달성은 남은 기간 최대의 관심사다. 이를 위해선 0.84∼1.21% 정도 성장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성장세에 하방 리스크가 있긴 하나 반대로 상방 요인도 많이 있다"며 "정부 지출이 다시 늘어나고, 유류세 인하, 입국자수 증가 등의 긍정적 요인을 감안하면 2.7%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더딘 소비심리 회복세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경제 활동별로는 건설업이 5.7% 감소해 지난 1998년 2분기(-6.0%)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제조업은 2.3% 증가하며 지난해 3분기(2.7%)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서비스업은 0.5%의 성장률로 지난해 4분기(0.3%) 이후 3분기만에 최저치였다.

한은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3분기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4분기에는 이를 만회하는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노믹스가 연말연시를 맞아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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