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다큐멘터리? 왜 이리 애매하지
픽션? 다큐멘터리? 왜 이리 애매하지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12.04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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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년)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포스터

195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34년간 백악관 집사로 근무한 버틀러 유진 앨런. 그의 이야기는 전 외교부 기자였던 윌 헤이굿 기자에 의해 그와의 인터뷰가 워싱턴포스트지에 실리면서 세상에 알려진다.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을 시작으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 제널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까지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한 유진 앨런.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8명의 대통령들과 평범한 일상을 나누며 때론 친구처럼 때론 가족처럼 지냈다. 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년 11월 개봉)를 꺼내봤다. 주인공 세실 게인즈가 유진 앨런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고향을 떠나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일하던 세실 게인즈(포레스트 휘태커 분). 손님을 응대하는 성실하고 진실한 그의 모습이 백악관 관료의 눈에 띄게 된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백악관에 들어가 버틀러가 된 그. 195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34년간 역사의 흐름 속에서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흑인 꼬마에서 최고의 버틀러가 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껏 아무도 몰랐던 백악관 사람들의 감동 실화가 펼쳐진다.

이와 비슷한 영화 두 편이 떠올랐다. <헬프>와 <노예12년>이다. <헬프>는 이전에 소개해드린 적이 있다. 세 영화는 모두 흑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풀이방식이 각각 다르다. <헬프>의 경우 심오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나갔다면, <노예12년>은 무게감 있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는 어떨까. 딱 그 중간이다. 너무 무겁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그 애매모호함 때문에 관객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더욱 진지한 자세로 봐야한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스크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흥미를 끄는 요소는 필수. 많이 흥행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영화에 출연한 ‘엄청난’ 배우들의 면면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아쉬움을 배가시킨다. <크라잉 게임>, <고스트 독>, <테이큰3>, <블랙팬서> 등으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포레스트 휘태커, 말만 해도 다 아는 오프라윈프리,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 존 쿠삭, 앨런 릭먼, 제인 폰다, 머라이어 캐리 등.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이지만 그럼에도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영화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스틸컷

영화는 실제와 허구 사이를 넘나든다. 유진 앨런이 34년 간 백악관 집사로 근무했고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외의 이야기는 허구적인 내용이 많다. 영화에 나오는 처참한 부모의 죽음은 현실에선 없었다. 등장하는 유진 앨런의 아들 스토리 역시 실제와 다르다. 미국 흑인 인권사라는 주제를 너무 억지로 그의 삶에 대입시키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잘라 말하면 픽션도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느낌이다. 마냥 진지하지도 무게감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유쾌하지도 않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느껴지나 흥미를 간과했다.

영화 <귀여운 여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파이더맨>, <호빗> 등 수많은 흥행작을 만들어낸 제작자 로라 지스킨. 워싱턴포스트지에 실린 유진 앨런의 인터뷰를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유진 앨런의 이야기가 충분히 영화로 만들어질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그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프레셔스>의 리 다니엘스 감독, 드라마 <게임 체인지>로 2012년 에미상을 수상한 각본가 대니 스트롱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투자는 물론 제작까지 열정적으로 임하던 그는 도중 암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굴의 의지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가 2011년 6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리 다니엘스 감독과 로라 지스킨의 제작 파트너였던 팜 윌리엄스의 노력으로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가 관객들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흥행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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