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친박연대 나올까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린 한국당 내 불협화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당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처리 문제를 놓고 또 다시 갈등을 겪었다. 비박계는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된 상황이 이례적인 만큼 불구속 재판을 추진하자는 이른바 ‘석방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석방을 추진했다가 거부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일각에선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제1야당 내 갈등 상황을 점검해 봤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양쪽 모두 이른바 보수의 한 주류인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껴안기 위해 안간힘이다. 차기 총선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을 내치기도 어렵지만 노골적으로 손을 들어주는 것도 어렵다.

태극기를 안고 가야 한다는 공통 이해관계 속에서도 박 전 대통령 처리 문제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박 전 대통령의 존재를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삼아 마지막까지 결집을 시도하도 있는 분위기다. 여전히 정치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친박신당론을 펼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및 복당파가 당권을 잡을 경우를 가정하자,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비박계를 갖고 다음 선거를 돌파할 수 없다고 바깥에서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이미 신당의 실체가 바깥에 있다. 저희는 그런 사람들을 안으로 끌어들여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분당 및 외부세력과 조응한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한 셈이다. 이 경우 태극기 세력은 창당 그룹에 포함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가 내년 4월”이라며 “한국당이 비박당과 친박당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 중인 인적 청산이 마무리되면 지역구를 뺏긴 친박계 의원들이 탈당해 풀려난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 극우정당을 만들 것이란 시나리오다.

 

“그냥은 안 죽을 것”

홍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패배와 비박계의 당권 접수를 감안하고 있다면, 박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석방 이후의 상황을 언급했다.

이럴 경우 바른미래당 내 비박계가 한국당으로 복당해 비박당을 만들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계열과 민평당의 통합이 흘러나올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친박계와 달리 비박계는 ‘박근혜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석방 및 사면이 현실화될 경우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을 구심점 삼아 ‘태극기’ 세력과 결집하는 시나리오가 여전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당장 총선이 부담스러운 만큼 ‘태극기’ 세력을 수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무성 의원은 최근 친박계에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 재판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해 일부 의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불구속 추진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지만, 박 전 대통령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섰던 기록이 남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만기로 풀려나거나, 유죄로 확정돼 사면될 경우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섣부른 주장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비박계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세력만 수용하되 정작 박 전 대통령과는 선을 그으려는 의도가 크다. 김무성 의원도 “탄핵은 역사적 선택이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천 떨어지는 게 확실한 사람들이 그냥은 안 죽는다”며 “옛날 친박연대가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장 친박 신당의 출현 가능성은 당내에서도 희박한 것으로 본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의 민심도 과거 친박연대의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만기 등의 이유로 조기 석방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법조계에서는 회의적이다. 박 전 대통령이 불법 공천개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지난달 징역 2년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국정농단 사건 선고가 내년 4월 중순 구속기간 만료 이전에 나오지 않는다 해도 이미 확정된 2년의 실형이 집행되기 때문에 석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사면을 제외하면 박 전 대통령이 내년에 풀려날 경우의 수는 없다”고 전했다.

보수 진영 내에선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됐듯이 친박과 비박계의 분열은 필패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태극기 세력 껴안기에 대해선 저마다 해법이 제각각이다. 분기점이 될 내년 정국에선 친박 신당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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