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동묘사거리에서 동대문까지, 뜨는 노점들

 

몇 년 전부터 동대문구 신설동과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 우후죽순 거대한 호텔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중국과 일본을 비롯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호텔 등이 많이 들어서고 외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은 바로 근처에 쇼핑의 메카 동대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서울풍물시장과 동묘벼룩시장, 창신제일시장, 동대문문구완구 거리가 지척이고, 신진시장과 광장시장도 인접해있다.

이와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또 다른 곳이 있다. 바로 동묘사거리에서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의 음식점들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젠 맛의 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동대문 일대를 찾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몰이 중이다. 직접 찾아가봤다.

 

동묘에서 동대문을 가는 방향의 대로변 좌측 인도. 동묘사거리부터 노점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옷, 생활용품, 가전제품 등도 판다. 온갖 잡화를 파는 동묘벼룩시장과 동대문의 분위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다니는 사람들도 외국인들이 무척 많다.

동묘사거리,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포장마차에선 분식을 판다. 떡볶이, 순대, 어묵, 튀김은 기본이고 핫도그, 소시지, 꼬마김밥, 닭꼬치 등을 싼 가격에 판다. 추운 날씨, 바람을 막고자 비닐천막을 둘러놨다. 음식에서 올라오는 열기 덕분에 천막 안이 뿌연 김으로 가득하다. 지나가던 외국인 커플이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천막 안을 기웃거린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토스트를 파는 노점이 나온다.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나보다. 잘 정돈된 노점 안에서 한가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주인. 한껏 몸을 움츠리고 있다. 손님이 좀 들어와야 불도 올리고 움직이며 열을 낼 텐데 아직은 춥기만 하다. 노점들에선 겨울 별미들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돌돌돌… 탁탁.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군밤 굽는 소리다. 겨울에 군밤이 빠지면 ‘앙코 없는 찐빵’이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다. 살짝 칼집을 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계에 넣으면 잘 구워진 군밤이 나온다. 까는 것도 쉽다. 요즘엔 더 편리하게 먹게 하기 위해 누드군밤도 많이 나온다. 굽고 난 뒤 아예 껍질까지 벗겨서 파는 것이다. 들고 다니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호떡도 인기다. 요즘엔 공갈호떡, 버블호떡이라고 해서 중국식 호떡이 늘어났다. 하지만 ‘원조 호떡’ 하면 기름 자글자글한 철판에 질퍽한 밀가루 반죽 올려서 튀기듯 굽는 게 최고다. 호호 불어 한입 베어 물면 안에 들어있던 뜨거운 꿀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찌나 뜨거운지 입 데이는 건 부지기수. 이곳은 수수호떡이 철판 위에 올랐다. 우리쌀 수수, 흑미, 찹쌀이 첨가된 호떡이다. 천연재료라는 자부심과 정성으로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 어느 호떡보다 더 달고 따뜻할 것 같다. 기름을 쓰지 않고 굽는 녹차호떡과 닭꼬치를 함께 파는 노점도 있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인근 노점, 부부가 역할을 나눠 부지런히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무엇을 하나 봤더니 남편은 호두과자와 땅콩과자를 굽고, 부인은 핫도그, 호떡, 어묵 등을 조리한다. 쿵짝이 어찌나 잘 맞는지 손님이 몰리는데도 끄떡없다. 점포 안엔 음식사진들 한켠에 딸아이의 사진을 걸어두었다. 오늘도 저 딸을 위해 힘을 내서 열심히 장사를 하겠지.

노점하면 포장마차를 빼놓을 수 없다. 복잡하고 좁은 인도의 아주 작은 포장마차에서 대낮부터 술 한 잔 걸치며 몸을 데우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날이 추워 냉장고도 필요 없다. 밖에 전시해놓은 막걸리를 갖다 마시면 된다. 안주도 다양하다. 대왕문어 다리가 찜통에서 푹 쪄지고 있고, 겨울의 보약 석화와 꼬막과 닭꼬치도 있다. 뜨끈한 어묵국물은 기본. 역시 겨울엔 포장마차에서 낮술 한잔하는 것만큼 별미가 없을 터. 날은 춥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은 추운 날씨에 들이켠 막걸리 덕에 벌겋게 달아올라있다.

 

바로 앞 손님이 끊이질 않는 가게에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직접 손으로 빚은 만두와 꽈배기들이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우유찐빵, 흑미왕찐빵에 꽈배기 종류도 천차만별. 도넛은 1봉지(4개)에 2000원.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도 가격표를 보고 발걸음을 멈춘다.

겨울철 별미 중 제일 중요한 걸 빼먹을 뻔했다. 바로 붕어빵이다. 팥이 기본 앙금이라면, 요즘은 슈크림, 초콜릿 등을 넣어 젊은 층을 공략하는 다양한 맛의 붕어빵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한입 먹으면 꽁꽁 얼었던 몸도 눈처럼 녹아내린다. 붕어빵 옆에는 번데기가 몸을 데우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음식 중 가장 꺼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번데기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번데기에 고춧가루를 넣고 팔팔 끓여 종이컵에 담아 이쑤시개로 콕 집어 입안에 넣으면 톡톡 터지는 그 고소한 맛이란…. 게다가 고단백식품이기까지 하다.

 

길거리 음식 외에 일반 식당들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 중국어를 함께 써놓고 있다.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다보니 그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식점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양꼬치 전문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명성을 떨치고 있다. 동대문시장을 다녀온 듯한 중국인 두 명이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중국음식점으로 들어간다.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겨울엔 언제 어디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날지 모르니 주머니에 3000원 정도의 현금은 가지고 다니자.” 취재를 하다 보니 새삼 실감난다. 입에 군침이 가득 고인다. 많은 외국인들이 국적불문 이곳을 찾는 이유다. 쇼핑 메카 동대문 일대와 함께 먹거리 골목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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