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의외였다. 엄청난 흥행이었다. 관심이 없었다. 친구가 얘기했다.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야 해.” ‘퀸’은 기자 세대엔 익숙하지 않은 그룹이다. 물론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Don’t Stop Me Now’ 같은 노래는 알고 있었다. 기자에겐 흘러간 옛 노래였지만 워낙 많이 불려졌기 때문이다. 누가 부른 것인지는 몰랐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영국의 두 번째 여왕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록 밴드 ‘퀸’.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아웃사이더 파록버사라(라미 말렉). 보컬을 구하던 로컬 밴드에 들어간 뒤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밴드 ‘퀸’을 이끌게 된다. 시대를 앞서가는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성장하던 ‘퀸’. 라디오와 방송에서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음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려 6분 동안 이어지는 실험적인 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낸다. 대성공을 거두며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다.

일단 라미 말렉의 연기력에 압도됐다. 그를 처음 봤던 건 <박물관이 살아있다>, <브레이킹 던>에서였다. 거기서 그는 이렇게까지 존재감 있는 배우는 아니었다. 이번 영화에선 달랐다. 완전한 프레디 머큐리로 화했다. 관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와 쇼맨십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얼굴은 프레디를 닮지 않았다. 하지만 기울인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숨소리, 눈 깜빡임마저도 만들어낸 것처럼 느껴졌다. 노래를 직접 하진 않았지만 영화흥행에 큰 몫을 했음은 틀림없다. 특히 영감을 받아 가사를 쓰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행복해하는 프레디 머큐리가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다른 멤버들은 싱크로율이 높았다. 실제 ‘퀸’의 멤버들 사진과 비교해봤을 때 그들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고 할 수 있다. 표정이며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관객 앞에서의 제스처 등.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맡은 귈림 리를 본 소감에 대해 “처음 세트장에 가서 귈림 리를 보는 순간 거울을 보는 줄 알았다”고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감독 브라이언 싱어. 90년대 미국 영화계를 평정한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브라이언 싱어는 ‘영화작가’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이 영화를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 그는 10대 때부터 영화광이었고, 8미리 카메라로 재기발랄한 단편 영화를 찍었다. 명문 영화학교 USC를 나와 찍은 단편영화들은 국제 영화제를 싹쓸이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고작 24살이던 93년 <퍼블릭 액세스>를 찍어 그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젊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서스펜스 구성과 정교한 이야기하기에 특출한 능력이 있다. 치밀한 스토리와 팽팽한 긴장감은 그의 장기이며, 2000년에는 SF 영화 <엑스 맨>으로 그런 장기를 변주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퀸’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음악을 만든, 부른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보고 또다시 그들의 팬이 된다. 아직도 귀에서 맴돈다. 발을 구르는 소리, 박수소리, 팬들의 함성 소리, 그 긴장감을 뚫고 나오는 기타, 드럼, 베이스 소리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 이 영화를 볼 땐 볼륨을 최대한 올려놓고 보기를. 마치 공연장에 함께 있는 기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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