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접은 ‘연내 답방’

연말을 맞아 한반도 정세가 또 한 번 급변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김 위원장 답방 시기는 내년 1∼2월 북·미 정상회담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 철도, 도로 착공식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GP 파괴 등 긍정적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환점에 놓인 한반도 분위기를 전망해 봤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도보다리에서의 모습 (사진=한국공동취재사진기자단)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첫 방남에 따른 경호·안전상의 문제와 함께 북·미 협상 난항 등을 이유로 답방 시기에 대한 확답을 미뤄왔다. 이로 인해 연내 답방을 준비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지났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연내 성사가 무산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김 위원장 서울 답방에서 비핵화 협상 추동력을 얻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촉진한다는 계획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일각에선 ‘선 북·미 정상회담-후 남북정상회담’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얘기하고 있다. 올 들어 3차례나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거론될 수 있는 모든 합의가 다 나온 만큼 당장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양측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으로서는 최고 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이 갖는 의미를 고려하면 비핵화 조치와 관련 자신이 줄 수 있는 새로운 메시지와 이에 대한 한국 측의 뚜렷한 ‘상응 조치'가 모두 준비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신년사’ 주목

북·미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됨으로써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남북관계에서도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남북 교류도 경협이나 대규모 지원의 경우 제재의 장벽을 뚫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무산은 결국 북·미 협상의 일정표와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북·미협상도 교착 상태를 유지한 채 올해가 지나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도 이와 관련된 대미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 연말까지 교착 상황이 이어질 경우 김 위원장 신년사에 경고나 압박성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결단이 있을 경우 연내 답방이 완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도 “물리적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안되는 것은 아니다"고 문을 열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동력 유지를 위해 서울 답방 관련 긍정신호를 보낸 바 있다.

박 의원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도 북측은 한두 시간 전에 일정을 알려주는 등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ㅏ했다"며 "올해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갈 때도 발표하지 않고 갔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남북정상회담 준비 시간이 촉박하고 김 위원장의 경호·신변안전 우려감이 있는 만큼 답방일정을 1박 2일이나 당일치기로 짧게 가져갈 수도 있다.

올 한해 남북 관계에서 의미있는 진전도 없지 않았다. 남북 군사당국은 지난 12일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11곳에 대한 시범철수 후 완전 파괴 여부까지 상호 검증을 마쳤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0년 넘게 서로를 향하던 GP가 일부지만 사라지면서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된 셈이다.

남북은 GP 시범철수와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화살머리고지 지뢰·폭발물 제거는 물론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 금지 등 다른 합의사항도 약속대로 이행 중이다.

남북은 또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의 연내 개최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연내에 갖는다는 데 남북이 공감대가 있고 현재 협의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8년 한해동안 다양한 이슈들을 쏟아낸 남북관계가 연말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