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 답방…시기·절차 무시 ‘파격행보’ 가능성도”
“김정은 서울 답방…시기·절차 무시 ‘파격행보’ 가능성도”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8.12.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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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최초’ 북한 최고 지도자 서울 답방 연내 성사되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한’이 화두다.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순항하면서 김 위원장의 방한 여부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한 때 기정사실화되기도 했다. 현재는 답보 상태. 급기야 연내에 어렵다는 분석과 ‘서울 안착’ 자체가 불가능한 기획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청와대는 연일 이어지는 김 위원장의 답방 질문에 ‘힘들지 않겠느냐’는 식의 힘 빠진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상당수 전문가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이 방한해도 ‘남북미’ 모두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계산을 내놓는다. 우스갯소리로 ‘태극기 부대’의 시위가 우려되는 게 아니다. 북미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 진전이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우리 사회를 향한 김 위원장의 ‘평화체제 제스처’가 상실되는 분위기다.

물론 반전은 있을 수 있다. 북핵 문제로 서먹해진 북미관계가 ‘서울 답방’으로 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전격 방한 시 북미 대화는 물론, 북핵 문제가 선순환적으로 풀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김 위원장의 답방은 트럼프 행정부에게 ‘보다 강한 북핵 폐기 프로세스’ 공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국 내에서 북미관계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연내 답방 불씨가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

“안 온다 해놓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냐.” 각 방송사에서는 청와대의 분위기를 무시한 채 특집방송을 준비, 스탠바이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간 북한의 도발적 행태와 ‘김 씨 일가’ 예측 불허 행보 상 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서울로 올지, 제주도로 갈지 모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우리 사회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도 주목된다. ‘와도 문제, 안 와도 문제’ <위클리서울>은 이를 둘러싼 복잡한 정세를 들여다봤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진=한국공동취재기자단)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진=한국공동취재기자단)

연내 답방? 일정상 현실적으로 불가능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어려워 보인다.”

현재까지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 대다수 언론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실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남북 회담 성과를 북미 회담으로 이어가려던 분위기가 ‘선 북미 대화’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 답방 조건으로 경호 문제와 답방 성과, 북미관계를 거론했다. 이 중 경호 문제는 김 위원장이 오기만 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었다. 현재까지는 이 세 가지 조건 중 답방 성과와 북미관계 문제가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원하고, 북은 이에 상응하는 과감한 경제협력을 원하지만, 이 두 가지 열쇠를 모두 쥔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으니 서로 주고받을 게 없다는 해석이다.

연내 답방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교착 상태인 북미에 앞서 남북이 먼저 만나 실마리를 풀려 했던 청와대 최근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북미 회담에서 종전선언, 남북 회담으로 이어지는 방식에 맞추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북미관계에 큰 진전이 없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연초 답방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했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12~14일 일정을 유동적으로 남겨뒀었다는 게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다.

북한은 지금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반응이 없다면 사실상 연내 답방이 무산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9.19 평양 선언 이후 문재인 정부가 대미 협상에 있어 안일했다는 게 정부 내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남북경협을 비롯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견인해주길 원했다. 그런데 유엔 안보리 제제를 이유로 들어 도와주지 못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안에서의 상반된 반응에 대북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입장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연내에는 물 건너갔다.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내려올만한 명분도 없고, 문 대통령과 서로 주고받을 선물도 없고, 와서 얻을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양쪽을 중재해서 끌고 왔고, 북핵 문제 줄다리기를 해왔다. 거기까지는 좋았다”며 “현재로서는 트럼프, 김정은 양쪽 모두 북핵에 대해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의 중재 의미도 동력을 잃었다. 운전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핸들을 놓은 상황 아닌가. 과거와 같은 이벤트성도 없고 따라서 당분간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미간 핵문제에 돌파구가 있어야만 남북정상회담도 동력을 되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 위원은 “비핵의 촉진화가 되지 않는 한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문제가 진전 없으니 우리 정부, 나아가 남한 사회가 부담스러워서 방한하기 힘들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2차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절차에 대해 회담의 내용을 떠나 이벤트성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차 정상회담도 ‘갑작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조 위원은 “판문점 정상회담을 포함 과거 정상회담이 국민 정서상 ‘번개 정상회담’처럼 보였지만, 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늘 경호팀 등 준비를 해서 몇 일 전에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며 “그런 관점에서 현재 서울 답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파격행보?

반면 김 위원장의 답방을 전제, 한반도 정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연내 답방 여부는 김 위원장 결단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앞으로 있을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에 앞서서 남북정상회담이 징검다리, 디딤돌 역할을 해주는 측면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며 “서울 방문이 실현되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일의 길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정일 사망 7주기 등 북한의 빡빡한 일정을 고려할 때 답방 시기는 20일 전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의 준비 상황과 달리 서울의 경우 다양한 행사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초단기로 방북단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의 ‘방한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정은 답방 가능성은 아직까지 열려있다. 과거나 현재나 북한 지도부는 서울이든 어디든 방문할 때 미리 공개하지 않았고 전격적이었다. 실제 김정은도 ‘서울에 언제 가겠다’라고 말한 적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폼페이오가 7월 방북 당시 북핵과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해결을 보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서로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가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아 그동안 답보 기간이 길었고, 지금까지 무수한 억측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북미관계 전환을 꾀할 수 있는 좋은 카드”라고 봤다. 시기와 절차를 무시한 북한의 ‘파격 행보’가 또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동안 북한의 행보에 비춰 볼 때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해 정 본부장은 “50:50”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한 입장에서는 답방 하더라도 오래있어야 할 상황은 아니다. 김정은 방북을 비난하는 태극기부대와 같은 단체들의 시위 따위는 문제될 것도, 신경 쓸 일도 없을 것”이라며 “아침에 청와대에 들러 오찬하고 정상회담하고 저녁에 북으로 가면 된다. 정상회담 자체가 며칠씩 하지 않는다. 2박 3일 한국에 있으며 제주도까지 가야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당연히 김정은 위원장은 답방할 수 없다. 그것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만약 김 위원장이 답방한다면 그 시기는 18~23일 사이가 될 것”이라며 “북한 내부 사정상 김정일 기일 등을 고려한다면 그 시기가 적당하고 더욱이 성탄절 시기는 남한 사정을 고려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성사된다면 기존 정상회담과 종전선언과는 다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변핵, 탄도미사일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폐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의 내용이 관철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 정 본부장은 “보다 과감한 핵폐기 논의가 오고가야 기존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식상함을 넘어설 수 있다”며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과감한 핵폐기 논의가 이뤄진다면 지지부진한 북미대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 ‘불량 국가’ 이미지로 낙인 되었다. 만약 연내 서울 답방이 현실화 된다면 이런 부분이 불식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판문점 회담은 실무회담에 그쳤지만, 서울 답방을 통해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로 인식되며 나아가 국제사회의 선입견을 깨고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해방 이후 북 지도자의 최초 서울 답방 가능성은 과연 열려 있는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선순환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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