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 처마마다 걸린 메주, 마당 가득 장독대, 고추장은 익어가고…
집집 처마마다 걸린 메주, 마당 가득 장독대, 고추장은 익어가고…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12.14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초록 여행스케치] 순백의 겨울산과 맛이 있는 순창

12월은 일 년 중 가장 의미 깊은 달이다.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로 어느 때보다 분주할 수밖에 없는 달이다. 그렇게 12월의 의미를 되새기며 찾아간 전북 순창땅. ‘순창은 호남의 승지로 산수의 아름다움과 논밭의 풍요로움, 금어의 넉넉함이 있어’(在淳昌郡 淳湖南之勝地 有山水之樂 土田之饒 禽魚之富). 일찍이 서거정(1422∼1488. 조선 전기의 학자)은 순창을 이렇게 표현했다.

 

고추장마을의 장독대에 흰눈이 소복이 덮였다.
고추장마을의 장독대에 흰눈이 소복이 덮였다.

장이 익어가는 정겨운 마을

길손은 먼저 순창의 얼굴인 고추장마을로 간다. 순창은 장류특구로 지정된 고장이다. 읍내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백산리는 40여 명의 장류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장을 빚는 곳이다. 오늘날 순창 고추장을 있게 한 전통마을로, 이곳에서 만드는 고추장은 발효에 적합한 기후와 물, 손맛이 어우러져 아주 독특한 맛을 낸다.

마을은 한옥(기와집)으로 이루어져 정겨움이 더하다. 잘 단장된 마을길 좌우로는 돌담과 토종 소나무가 운치를 한껏 돋우고 집 처마에는 예외 없이 메주가 걸려있으며 장독대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고추장마을 뜨락에 내걸린 메주가 정겨움을 풍기고 있다.
고추장마을 뜨락에 내걸린 메주가 정겨움을 풍기고 있다.
순창고추장은 약간 짙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순창고추장은 약간 짙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길을 따라 죽 늘어선 고추장집들은 하나같이 시식을 겸한 작은 가게를 열어놓고 있다. 가게 안에는 찹쌀고추장, 멥쌀고추장, 보리고추장, 밀가루고추장, 마늘고추장, 고구마고추장, 매실고추장 등 다양한 고추장 제품과 된장, 간장, 청국장 그리고 고추장에 담가 숙성시킨 장아찌들이 진열돼 있어 직접 맛을 보고 살 수 있다.

 

고추장마을 아낙네들이 가을볕에 잘 말린 태양초를 다듬고 있다.
고추장마을 아낙네들이 가을볕에 잘 말린 태양초를 다듬고 있다.
고추장마을에 가면 장류로 만든 다양한 장아찌류를 살수 있다,
고추장마을에 가면 장류로 만든 다양한 장아찌류를 살수 있다,

그렇다면 순창 고추장만의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맛있는 고추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햇볕에서 잘 말린 고추가 있어야 한다. 이른바 태양초다. 햇볕에서 잘 말린 고추는 자르르 붉은 윤기가 흐르고 혀끝에 와 닿는 감칠맛이 아주 뛰어나다. 또 고추장을 발효시키는 효모가 잘 살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도 적당해야 한다. 사철 물, 바람, 안개가 골골을 타고 흐르는 순창의 연평균 기온은 13도로, 이런 기후조건은 고추장을 발효시키는데 최적의 온도라 할 수 있다. 순창은 예부터 옥천(玉川)고을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다. 여기에 고추장의 원료인 콩과 쌀, 장독, 정성껏 빚는 한결같은 손길도 한몫한다. 순창전통고추장마을 홈페이지(http://sunchang.invil.org).

 

고추장마을에 들어선 장류박물관
고추장마을에 들어선 장류박물관
고추장마을에 들어선 장류연구소
고추장마을에 들어선 장류연구소

고추장마을에는 체험관과 박물관, 장류연구소도 들어섰다. 순창 장류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장류체험관에서는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은 물론 직장, 단체, 가족 단위의 체험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갖춰놓았다. 연중 고추장 담그기와 메주 만들기, 간장 된장청국장 고추장을 이용한 맛있는 요리(고추장 해물찜, 고추장 수제비, 치즈 떡볶이, 고추장 나물김밥, 고추장 스파게티, 고추장 불고기피자, 삼색송편, 김치) 만들기, 불린 찹쌀을 떡메로 쳐서 인절미 빚기, 쌀 · 옥수수 · 떡 · 밤 · 땅콩 · 누룽지로 튀밥 만들기 등을 해볼 수 있다. 비빔밥과 떡볶이는 고추장이 들어가야 제맛을 내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체험에 참여하려면 1주일 전에 전화로 신청해야 하며 최소 진행 인원은 10명이다. 홈페이지(www.janghada.com, 063-650-5432) 참조.

 

강천산은 눈꽃산행지로 좋다.
강천산은 눈꽃산행지로 좋다.

눈꽃이 아름다운 강천산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강천산(剛泉山)으로 향했다.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 않지만 불쑥불쑥 솟은 기암과 암벽, 길게 이어진 계곡이 제법 산악미를 풍긴다. 더 깊이 들면 저 지리산의 한 귀퉁이를 옮겨다놓은 것처럼 웅숭깊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며 스스로를 고통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그러나 그 싸움과 고통은 금세 즐거움으로 변한다. 고통을 참고 견딘 보람은 산행을 마쳤을 때 찾아온다.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즐거움인가.

 

강천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강천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겨울 강천산은 눈꽃이 환상적이다. 눈꽃은 12월 중순부터 볼 수 있다. 나뭇가지마다 소담스런 눈꽃이 피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뽀드득거리는 눈길은 그 감촉이 폭신하고 푸른 하늘과 맞닿은 듯한 산봉우리를 올려다보면 기개가 넘친다.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지는 평탄한 산길은 눈이 녹으면 맨발 트레킹코스가 된다. 거대한 빙벽을 이룬 폭포를 지나 팔각정 옆 계단길을 허위허위 오르면 구름다리(현수교)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상에서 50미터, 양쪽에 쇠줄을 묶고 철판을 깐 다리는 아찔하다 못해 짜릿할 정도다. 강천산 구름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현수교다.

 

강천산 구름다리
강천산 구름다리

구름다리를 건너 신선봉(정상)에 오르면 천하를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이 탁 트인다. 강천산과 어깨를 맞댄 크고 작은 산들이 가슴 가득 안겨온다. 시간 여유가 없는 분들은 비구니들의 도량인 강천사까지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산 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가급적 정상까지 올라가보길 권한다. 매표소에서 강천사까지는 2km 정도로 느릿느릿 걸어도 40분이면 충분하다.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등산로가 얼어붙은 한겨울엔 아이젠, 방한복 같은 등산장비를 꼭 챙겨가야 한다.

 

강천사 대웅전 처마에 걸린 고드름
강천사 대웅전 처마에 걸린 고드름

등산로는 5개 코스로 나뉜다. 그 중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매표소에서 전망대(신선봉)까지 다녀오는 왕복 2시간 거리다. 이외에도 강천사에서 구장군폭포를 지나 연대암터와 북바위를 거쳐 연대봉에 올라선 다음 송락바위를 거쳐 다시 구장군폭포로 내려오는 코스도 인기다. 강천산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산성산(山城山·603m) 정상부인 연대봉-운대봉-북바위 능선 코스는 금성산성(사적 353호)의 주요 구간으로 그림 같은 담양호도 드리워져 있어 멋진 산행을 약속한다. 담양땅에 속하는 금성산성은 장성 입암산성, 무주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힌다. 강천산 관리사무소: 063-650-1672.

 

운치 있는 메타세쿼이아길
운치 있는 메타세쿼이아길

이런 곳도 있었네!

순창읍에서 강천산 쪽으로 가다보면 길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나게 된다. 이웃한 담양의 그것처럼 운치 있는 길이다. 측백나무과의 이 독특한 나무는 사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눈이라도 내릴 양이면 그 환상적인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지는 옆으로 퍼지고 잎은 두 줄로 나는데 길가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풍경은 눈을 즐겁게 한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사진 한 장 남겨두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듯하다.

 

순창읍내가 내려다보이는 귀래정
순창읍내가 내려다보이는 귀래정

순창읍에 있는 귀래정(정자)은 조선 초기의 학자인 신말주가 말년에 머물던 곳이다. 신말주는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내려와 귀래정을 짓고 시와 풍류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정자에 오르면 눈 덮인 순창읍내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귀래정은 신말주의 호이다.

 

순창객사
순창객사

또한 순창군청 옆 순창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순창객사는 조선시대의 관아 건물로 웅장한 규모가 압권이다.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었을 때 최익현(조선말기의 애국지사)이 의병을 일으켜 항전한 곳이기도 하다. 객사는 관청의 손님이나 사신이 머물던 곳이다. 정당과 동대청으로 이뤄진 건물은 여덟 팔(八)자 모양의 팔작지붕집이다. 정당 중앙에 새긴 ‘전하만세(殿下萬歲)’란 전패가 눈길을 끈다.

 

훈몽재
훈몽재

조선 중기 성리학자인 하서 김인후 선생의 가르침을 계승하기 위해 지은 훈몽재(訓蒙齎)도 순창 여행코스로 추천한다. 김인후는 송강 정철, 월계 조희문 등 후학이 50여명에 이를 정도로 높은 학문과 인품을 자랑하던 분이다. 예절교육, 인성교육, 유학교육, 한자교육, 여성교육, 체험학습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교육생들을 위해 취사장, 세탁실, 샤워실 등도 갖춰놓았다. 이용 문의: 063-652-0076

 

전봉준 장군 피체지
전봉준 장군 피체지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1855-1895)이 관군에 의해 체포된 전봉준 장군 피체지에도 들러본다. 전봉준은 우금치 전투에서 패하고 철수하던 중 옛 부하의 배신으로 이곳 피노마을 주막에서 체포되니 이로써 동학농민혁명은 그 불씨가 꺼지게 되었다. 전봉군 장군이 붙잡힐 당시의 주막과 초당(草堂)이 복원돼 있고 방문객을 위한 전시관, 유적비 등을 갖추고 있다. <여행작가, 수필가>

 

여행팁(지역번호 063)

♦가는 길: 전주, 광주, 담양, 남원에서 순창행 직행버스 수시 운행. 서울-순창행 고속버스 하루 5회 운행(3시간 30분소요). 순창읍내에서 강천산, 고추장마을행 버스 수시 운행. 순창버스터미널 653-2186. 자가운전: 서해안 고속도로→고창담양 고속도로→88고속도로(담양/대구방면) 순창 나들목→순창읍→고추장마을. 경부고속도로(천안분기점)→논산/천안 고속도로(논산분기점)→호남고속도로 서전주 나들목→국도 27번 진입(구이 순창 방면)→순창전통고추장마을(4시간 소요). 강천산은 고추장마을에서 10분 거리. 이정표가 잘 돼 있다.

♦맛집: 순창은 맛의 고장이기도 하다. 읍내에 순창고추장(된장, 간장)이 들어간 한정식집이 여럿 있다. 옥천골(653-1008), 청기와한정식(653-5676), 수라상(653-8850) 등.

♦숙박: 강천산 지구나 읍내에 하룻밤 머무르기 좋은 숙박시설이 많다. 모텔붐(653-4728), 하얀파크(653-7718), Q모텔(653-7800) 등. 회문산자연휴양림(653-4779)에서도 숙박 가능. 예약 필수. 순창군청 문화관광과 650-1648, 163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