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동지가 가까워오니 한 해가 기울어갑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보니, 오늘 우리나라가 처한 입장 또한 참으로 걱정이 많습니다. 촛불의 힘으로 갑자기 새로 탄생한 정부, 촛불의 소망대로 무엇인가 변화하고 새로워져 나라다운 나라로 가는 듯하더니, 인사정책에 실패하고 경제정책에 엇박자가 발생하면서 큰일 날 것 같은 걱정이 가득한 시절입니다. 권력을 잡고 정권을 운영해가는 사람들,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모든 것을 새로 점검할 때입니다. 어떻게 해서 탄생한 정권인데, 이렇게 민심이 흉흉하고 지지도는 떨어져가며 비판의 목소리만 거세지고 있는가요?  

 

박석무
박석무

세상일이란 간단하거나 쉽지만은 않습니다. 다산의 시 한 편을 읽어봅시다. 

 

 양식은 있는데 먹을 사람 없고

 아들 많으면 주릴까 걱정이지

 벼슬 높은 사람 반드시 우둔하고

 재주는 있어도 그 재주 펼 곳이 없다네

 모든 복 갖춘 집안 드물고

 지극한 도(道) 언제든지 무너지지

 애비가 인색하면 자식은 방탕하고

 아내가 영리하면 남편은 어리석네

 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가리고

 꽃이 피면 바람 불어 꽃잎 날리네

 세상만사 모두가 그러하니

 혼자서 웃어도 알 사람 없다네
 

 有粟無人食 

 多男必患飢

 達官必憃愚

 才者無所施

 家室少完福

 至道常陵遲

 翁嗇子每蕩

 婦慧郞必癡

 月滿頻値雲

 花開風誤之

 物物盡如此

 獨笑無人知

 

「독소(獨笑)」라는 제목인데, 1804년 어느 날 강진 읍내의 주막집 골방에 혼자 앉아서 세상의 형편을 생각하면서 지었던 시로 보입니다. 정말로 쓸쓸하고 외롭기 그지없던 처량한 신세의 유배객, 울분에 쌓여 기막힌 신세를 한탄하다가 세상이란 그렇게 순조롭지만 않고, 언제나 그렇게 어긋나고 뒤틀릴 수밖에 없다고 여기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던 다산의 모습이 보이는 시입니다. 어떤 가정에도 완복(完福)이란 없는 거고, 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펼 곳이 없는 딱한 신세, 달이 밝으면 구름이 가려버리고, 꽃이 피면 바람이 또 그냥 두지를 않는대서 세상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 절망은 없습니다. 다시 챙기고 점검하여 잘하려는 자세와 정성을 다한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서 심기일전해 주어야 합니다. 다산은 또 말했습니다. “화와 복의 이치에 대해서는 옛사람들도 오래도록 의심해 왔다. 충(忠)과 효(孝)를 한다고 해서 꼭 화를 면하는 것도 아니고, 방종하여 음란한 짓을 하는 놈이라고 꼭 박복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복을 받을 수 있는 당연한 길이므로 군자는 애써 착하게 살아갈 뿐이다(示二兒家誡).”라고 말하여 인간이란 옳고 착하게 살아가는 일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다산은 말합니다. “소견이 좁은 사람은 오늘 당장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의욕을 잃고 눈물을 질질 짜다가도 다음날 일이 뜻대로 되면 벙글거리고 낯빛을 편다…(贐學游家誡).” 

인간이란 그런 것입니다. 집권 초기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백성들이 원하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살피고, 공정성과 도덕성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던 약속들을 점검해야 합니다. 인사가 만사인데, 망사(亡事)이게 해서야 되겠는가요. 국민들도 조금은 마음을 열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오늘 당장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으면 의욕을 잃고 눈물을 질질 짜기만 해서도 안 됩니다. 뜻대로 되는 날이 또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른바 보수언론이라는 매체들도 희망적인 보도를 하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다산이 홀로 웃었듯이, 저도 혼자서 웃어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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