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은 어디 가고 외국인들만…?
크리스마스 캐롤은 어디 가고 외국인들만…?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12.19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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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동대문문구완구거리

 

동대문문구완구거리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의 문구·완구 전문시장이다. 1960년대 동대문역 앞에서 출발, 197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문구류가 주를 이뤘지만, 업종을 확장한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국내 최대 문구·완구 전문시장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문구·완구뿐만 아니라 체육용품, 판촉용품, 앨범, 미술서예용품, 파티용품 등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도매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을 바로 받아 중간 이윤이 없는 유통 구조를 가진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국산 제품 외에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수입품과 추억의 문구완구를 만나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아무래도 가장 바쁜 곳은 이곳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산타클로스와 같은 곳, 꿈과 환상이 시작되는 곳. 동대문문구완구거리를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갔다. 한 해만에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칼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눈도 펑펑 내리고, 이제 한겨울이다. 동대문 일대엔 두꺼운 겉옷으로 무장한 채 간신히 눈과 입만 내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 노점의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동대문문구완구거리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마치 마을 입구를 지켜주는 솟대 같은 간판 위엔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가 붙어있다. 작년과 달리 더 알록달록해졌다. 문구완구시장의 느낌이 더 살아난다.

 

입구로 들어간다. 곧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트리와 화려한 조명, 빨간 산타, 양말 등으로 장식돼있을 줄 알았던 시장은 평소와 다를 게 없다. 상인들은 장난감이 들어있는 상자 등을 옮기느라 분주할 뿐이다. 누런 택배상자만 눈앞에 가득하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좀 더 들어가면 아이들이 엄마 손을 꼭 잡고 걸어 다니며 선물을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착각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종종 보이긴 하지만 시장을 찾은 사람들 중 절반은 외국인들이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았다. 다들 손에 한보따리씩 들고 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해 항상 통 크게 사간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다. 역시 한보따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양손에 본인 몸집보다 더 큰 보따리를 들고도 더 살 물건이 없나 기웃기웃한다. 아예 캐리어를 끌고 온 이들도 있다. 저렴하고 아기자하기한 장난감들을 쉽게 지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간혹 보이는 아이들은 부모님 손에 끌려가다시피 한다. 눈은 장난감에서 떠나지 못한 채. 이미 장난감 쇼핑은 끝난듯하지만 돌아가는 길이 너무도 고통스럽다. 이 다양하고 예쁜 장난감들을 뒤로 한 채 떠나기란. 추운 날씨에도 좀 더 버텨보고자 떼를 써본다. 부모님들도 지칠 대로 지친 얼굴이다.

요즘 시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건 동물모자가 아닐까. TV방송, SNS에 많이 나와 유명해진 동물모자. 단순한 동물모자가 아니다. 귀밑으로 길게 늘어진 줄(?) 끝을 꾹꾹 누르면 모자에 달린 동물 귀가 파닥파닥 움직인다. 이 모자 하나만 써도 누구든지 귀여워 보일 수 있다. 팔뚝 굵은 마동석도, 카리스마 하정우도 팬들이 준 이 동물모자를 쓰고 한껏 귀염을 뽐내기도 했다. 그렇게 유행이 돼 불똥 튀게 팔려나간다. 이 가게, 저 가게 전부 동물모자가 진열돼있다. 지나가는 아이들, 외국인도 하나씩 쓰고 다닌다.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귀엽고 따뜻한 아이템이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이지만 크리스마스용품보다는 아무래도 방한용품에 더 손님이 몰린다. 손난로, 모자, 복면, 귀마개, 장갑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겨울시즌 가장 잘나가는 것들이다.

 

장난감은 대형마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훨씬 저렴하고 종류가 많은 동대문문구완구거리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아도 쉽게 오지 못한다. 재래시장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복잡하고 정신없다는 편견. 하지만 막상 와보면 다르다. 마치 장난감 세상처럼 잘 꾸며진 가게들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신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사랑하는 시장이 됐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이렇게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알려져 더 많은 사람들이 왕래했으면 좋겠다. 작년에 비해 시장의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졌다. 문구완구거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신나는 캐롤송도 흘러나오고 가게마다 밝은 분위기를 연출해서 택배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손님까지 잡을 수 있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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