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찻집'으로...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찻집'으로...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12.2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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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어른을 위한 동화] 철로변의 오두막

 

사진=pixabay.com
사진=pixabay.com

기차가 지나가는 강변의 한 어귀. 오두막이 있는 자리입니다.

오두막에서는 저 멀리 가물거리는 쪽빛 바다며 강 건너편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지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이 강은 언제나 그랬듯이 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오두막에서 두어 마장 떨어진 곳에는 간이역이 있습니다.

강을 끼고 들어선 간이역은 하루 두 차례 들르는 무궁화호와 어쩌다 찾아온 여행객들만 보일 뿐 고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오후 두시 무렵. 간이역의 대합실에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읍내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서지요.

기차가 쇳소리를 내며 플랫폼에 멈춰서면 짐 꾸러미를 든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중에는 책가방을 둘러맨 통학생들도 있지요.

기차가 긴 기적 소리를 내며 간이역에 멈춰 설 때마다 조용하던 마을이 화들짝 깨어나곤 합니다.

애기 소나무들이 빙 둘러선 마을 옆으로는 신작로가 나 있습니다.

아이들은 먼지가 풀풀 이는 이 길을 따라 학교에 가지요.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분교 옆으로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자 초원은 진갈색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풀밭에는 얼룩덜룩한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이따금 목동이 뭐라고 외치면 젖소들은 그 말을 알아듣고 일제히 다음 동작을 취하지요.

이곳 ‘산꽃리’에도 늦가을 정취가 물씬했어요. 아랫마을 윗마을 해서 모두 열여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데, 철따라 고운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지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산으로 들로 쏘다닙니다. 이따금 방죽에서 연을 날리기도 하는데, 하늘 높이 날던 연이 어느 순간 끊어지기도 해서 아이들의 실망을 사기도 하지요.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오두막이 한 채 있답니다. 산꽃리 아이들은 강변에 있는 이 오두막을 보고 ‘도깨비집’이라고 불렀어요. 언제부터인가 오두막에 도깨비가 숨어 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지요.

윗마을에 사는 민현이가 오두막에 갔다가 도깨비를 본 것은 지난 봄 방학 때였어요. 사실인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지만 아무튼 민현이는 자기가 헛간에서 도깨비를 봤다며 우겼습니다. 그 뒤로 아이들은 오두막에 얼씬도 하지 않았어요.

오두막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 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잃어 갔습니다. 흙벽은 떨어져나가고 마당에는 풀들이 수부룩 했어요.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지고 짚으로 엮어 맨 지붕은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옛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어요.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오두막에는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계셨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잃고 외롭게 사시던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뜨게 되자 오두막은 저렇게 주인 없는 집으로 버려지게 된 것이지요.

서리가 내린 11월의 어느 날.

오두막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어요. 젊은 부부가 사내아이를 데리고 방문한 것이지요. 오두막을 찬찬히 둘러보는 아저씨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어요.

“그래, 수리하면 그런 대로 쓸 만하겠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어요.

“찻집으로 꾸미는 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야. 무엇보다 주변 풍경이 마음에 들어. 간이역도 가깝고.

우물가에서 장난을 치고 있던 아이가 슬쩍 물었어요.

“엄마 그럼 이 집으로 이사 오는 거야."

“아직 몰라. 아빠하고 의논해 봐야지."

그로부터 한 달 뒤. 오두막은 새롭게 단장되었어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산뜻한 찻집으로 바뀐 것이지요.

오두막은 그렇게 정겨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새 주인을 맞아들인 오두막은 그 뒤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단골 순례지가 되었답니다.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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