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보고, 파도소리를 듣고, 바람을 느꼈다
석양을 보고, 파도소리를 듣고, 바람을 느꼈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12.20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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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보기]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3회

 

코타키나발루에서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잠 없는 친구는 이른 새벽 일어났다. 8시부터 깨운다. 하루 종일 리조트에서만 노는 날. 천천히 움직이고 싶었지만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위해 부랴부랴 일어난다. 대충 눈곱만 떼고 나갔다. 식당까지 멀지 않은 것 같으니 걸어가자. 자느라 몰랐는데 친구말로는 새벽에 비가 내렸단다. 얼마나 억수 내렸는지 무서울 정도였단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가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화창한 날씨. 리조트는 역시 조용하다. 시원한 파도소리, 새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산책하며 걷기에 참 좋다. 햇살이 좀 따가웠지만 아침 먹기 전 가벼운 산책은 더할 나위 없는 평온을 준다. 걷다보니 리조트타운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보인다. 나무 가지치기를 하기도 하고, 거리를 청소하기도 한다. 마치 옆집 이웃처럼 “굿모닝” 하고 인사를 했다. 영화에서만 보던 한적하고 기분 좋은 아침이다.

 

5분 정도 걷다보니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방 번호를 얘기하고 들어갔다. 전날 묵었던 호텔의 식당보단 작은 규모. 밥 먹는 곳은 넓은 잔디가 펼쳐진 곳이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햇빛을 가려주는 천막이 지붕 역할을 해준다. 자연 속에서 밥을 먹는 것이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밥을 담으러 갔다. 이곳 역시 뷔페식이다. 생각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다. 일단 전부 조금씩 담아 와서 먹었다. 전날 먹은 조식보다 훨씬 낫다. 특히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면 요리가 있었다. 말레이시아식 얇은 쌀국수인데 약간의 양념을 해서 볶은 것이다. 접시에 한가득 담아온다. 빵과 커피까지 아침부터 이어지는 폭식^^.

 

방으로 돌아가는 길. 햇살이 점점 더 뜨거워진다. 전날부터 몸이 뻐근하다던 친구는 리조트 내 마사지숍에서 마사지를 받은 뒤 수영을 가자고 한다. 마사지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친구만 보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챙겨온 책을 꺼내들고 테라스로 나갔다. 시원한 파도소리와 지저귀는 새들. 여유부리기에 참 좋다. 여행 중에 무슨 책이냐 하겠지만 휴양지에 온 목적 중에 독서도 포함돼 있었다. 따가운 햇살, 해변 앞 선베드에 누워 파도소리를 들으며 독서하기. 꿈꾸어왔던 로망이랄까. 사람소리 하나 안 들리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만 들려온다. 덥지만 에어컨 바람과는 잠시 이별이다. 약 한 시간가량 그렇게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

 

친구가 돌아왔다. 피로가 싹 풀린 얼굴이다. 서로 각자만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한 것이다. 잠시 더위를 식힐 겸 침대에 누워 있다가 수영장으로 나갔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말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한창 수영 삼매경. 잠깐 수영장 끝에 기대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야자수가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제 약 한두 시간 뒤면 세계 3대 석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방으로 돌아와 씻고 친구와 세트로 맞춘 원피스를 입었다. 멋진 석양 앞에서 우리의 모습을 한 장씩은 남겨놓자며 준비한 것이다. 삼각대와 블루투스 리모컨을 이용해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괜히 어색하고 긴장이 된다. 장난을 쳐본다. 까르르 웃다보니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 파랬던 하늘이 어느덧 노랑, 주황, 빨간색을 내뿜는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분다. 잠깐 입을 닫고 고요 속으로 침잠했다. 그대로 느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몸으로 느꼈다. 절대 잊지 못할 순간. 요즘 유행어로 “절경이네요. 장관이고요. 하늘이 내린 축복이네요”란 말이 딱 어울렸다.

 

때마침 친구가 석양을 보며 맥주 한잔 하잔다. 리조트 내에 있는 작은 카페 겸 바에 갔다. 딱 하나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카페 역시 사람이 없었다. 값싼 안주 한 개와 맥주를 시켰다. 멋진 석양을 보며 짠! 시원한 맥주가 쭉쭉 들어간다. 사진으로 차마 담기지 않아 눈에 더 많이 담아두기로 한다. 점점 해가 수평선 뒤로 넘어가고 밤이 됐다.

 

맥주를 마시다보니 야외에 켜진 조명으로 벌레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벽에는 작은 도마뱀들이 기어다닌다. 벌레와 파충류를 워낙 무서워해서 한참 사투(?)를 벌이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오란다. 지켜보던 점원이 아등바등 거리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나보다. 마지막 맥주까지 천천히 음미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씻고 난 뒤 친구와 햇볕에 한껏 그을린 얼굴 위에 팩을 올렸다. 남은 컵라면에 전부 물을 부었다. 전날 사온 사태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리조트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가 테라스에 차려졌다. 친구가 마지막 맥주 한 캔을 냉장고에서 꺼내온다. 다음 날 일정이 빠듯하니 난 패스한다. 친구는 계속해서 “너무 좋다. 진짜 이게 휴양인 것 같아. 서울 가서도 계속 생각날 거야”라고 한다. 맞아, 나도 그럴 것 같아. 그렇게 리조트에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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