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사람, ‘진실 공방’ 어디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두 사람, ‘진실 공방’ 어디로?
  • 오진석 기자
  • 승인 2018.12.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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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찰 논란

연말을 맞은 여야 정치권이 때 아닌 사찰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민간인 신분인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사찰하고, 이에 대한 첩보를 검찰에 넘긴 정황이 담긴 자료를 공개했다. 당사자인 박 전 센터장도 “민간인 사찰은 분명히 있었다. 유감이다. 불법이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범죄 의심 정보가 있어 대검에 이첩한 건 맞지만,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감반 논란을 둘러싼 양측의 대치가 한층 가열되면서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정치권 분위기를 살펴봤다.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민간인 사찰이 개인 일탈에 불과하다는 청와대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중요한 자료를 제보 받았다”면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지난해 7월 생산한 박용호 전 센터장에 대한 첩보 목록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박 전 센터장도 “지난해 7∼9월 창업진흥원 관계자가 전화를 해 ‘청와대인지 검찰인지에 센터 운영에 관한 서류를 넘겨줬다’고 했다”며 “그가 ‘괜찮은 건지 걱정돼서 전화했다’고 말해 사찰이 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박 전 센터장은 자신의 연임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센터장 연임을 위해 서류를 접수했는데 당시 심사위원들 중 일부가 내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온 심사위원이 전임 정부에서 일했던 나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조사단 제보 내용도 박 전 센터장의 주장과 비슷하다. 조사단은 브리핑에서 “특별감찰반 첩보 이첩 목록에 ‘박용호 센터장에 비리 첩보’가 있고, 이첩 일자가 지난해 7월 24일로 돼 있다”면서 “이 첩보 내용은 대검 수사에 활용하도록 청와대에서 보낸 것으로, 그것을 확인하는 이인걸 특감반장의 자필 서명과 사인도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우 수사관을 변호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김 수사관이 내부 제보자 여러명과 면담해 박용호의 비위 내용을 파악했다”며 “이 특감반장에게 ‘이런 게 있는데 쓸까요’라고 하니 ‘좋다. 쓰자’라고 해 보고서를 작성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공공기관도 아니고 센터장도 공직자가 아닌 명확한 민간인 신분”이라며 “청와대가 지금까지 민간인 사찰이 김태우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문건으로 인해 청와대가 얼마나 국민을 속이고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거짓으로 일관 했는지 명백히 알 수 있다”고 정조준했다.
서울을 비롯 전국 17곳에서 19개가 운영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주도로 선정된 특화 전략사업 및 중소기업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지만 운영은 창업진흥원이 맡고 있다.
센터장은 민간인 신분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다. 박 전 센터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년간 서울센터장을 지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해당 내용을 인지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첩보 수집 등을 특감반 차원에서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김 수사관이 특감반 초기에 업무 범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야당 의원 등의 정보를 가져왔을 때 제출한 내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특감반장이 위 첩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바 전혀 없고,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감반장이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그 내용 중에 범죄 의심 정보가 포함돼 있어 반부패비서관에게 보고한 후, 수사 참고 자료로 대검에 이첩했고 이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전방위적인 공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중요한 증거"라며 "또 더 이상 청와대에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확증"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문재인 정부에는 '사찰 DNA'가 있다는 게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거짓말 DNA'도 있다는 게 밝혀졌다"며 "한국당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 수석이 참석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 수석을 향해선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사퇴함이 마땅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조국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조 수석은 최근 페이스북에 지난해 5월 민정수석에 발탁됐을 때 글귀를 담은 사진을 올렸다. 
조 수석이 올린 사진에는 “고심 끝에 민정수석직을 수락했습니다. 능력 부족이겠지만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조주석의 정면 돌파 의지를 반영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 원내대표와 조 수석은 나란히 198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사찰 논란을 통해 정면으로 맞선 두 사람의 대결에서 누가 웃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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