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세밑에 이르렀습니다. 한 해가 다 가고 새해를 맞을 때가 왔습니다. 한 해를 정리한다는 뜻에서 다시 한 번 주자와 다산의 경학(經學)에 대한 생각을 비교해 보렵니다. 유학(儒學)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사람은 공자였습니다. 공자의 학문인 경(經)을 연구하는 학문이 경학입니다. 동양 최고의 경학자는 누가 뭐라 해도 주자였습니다. 그래서 주자가 이룩한 경학을 포함한 학문을 주자학(朱子學)이라 일컫고, 조선 최고의 경학자였던 다산이 이룩한 학문 전체를 다산학(茶山學)이라 일컬어 오고 있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공자가 창시한 유학의 중심사상은 역시 인(仁)이었습니다. 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경학의 갈래는 나눠지고 있습니다. 공자는 자신의 말과 함께 행동으로 인이 무엇인가를 제자들에게 보여주었을 뿐, 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어떤 경서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공자의 후계자 맹자(孟子) 또한 인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은 없습니다. 그도 역시 말과 행동으로 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가르쳐 주었으므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했다고 보입니다. 다만 공자와 맹자는 “인(仁)이란 인(人)이다(仁者 人也).”라고 말하여 인이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만 했을 뿐입니다.

『논어(論語)』에 제일 먼저 인(仁)이라는 글자가 학이(學而) 편에 “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孝弟也者 其爲仁之本歟)”라는 글에 최초로 등장합니다. 동양 최고의 경학자, 철학자답게 주자는 인을 해석합니다. “인이란 사랑의 이치요 마음의 덕이다(仁者 愛之理 心之德也).”라고 매우 이론적이고 철학적으로 해석합니다. 인을 사랑의 이치(理)로 해석하여 송나라 때의 이학(理學)이 성립되었습니다. 성(性)을 성즉리(性卽理)로 해석하여 ‘성리학’이 탄생했듯이 인을 이(理)의 세계로 해석합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다산은 “인이란 두 사람이 서로 관여되는 것이다(仁者 二人相與也).”라고 말하고 “효도로 어버이를 섬기면 인이 되니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다. 형을 섬기기를 공손하게 하면 인이 되니 형과 아우는 두 사람이다. … 임금과 신하, 목민관과 백성, 남편과 아내, 붕우(朋友) 등 모두가 두 사람 관계이니, 두 사람 관계에서 자신이 행해야 할 도리를 다하면 (凡二人之間 盡其道) 모두 인이다(皆仁也).”라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인이라는 공자의 기본 사상을 주자는 관렴의 세계인 이(理)로 해석하고, 다산은 두 사람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인간의 행위 즉, 행동의 개념으로 실천의 의미를 찾아냈습니다.

『논어』 옹야(雍也) 편에 “삼월불위인(三月不違仁)” 즉 세 달이란 길고 긴 시간동안 인(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주자는 “인이란 마음의 덕이다(心之德)이다.”라고 해석하여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마음의 덕으로 말했는데 다산은 “인이란 사람을 향한 사랑이다(仁者 嚮人之愛也).”라고 말하고는 “아들이 부모를 향하여, 아우가 형을 향하여, 신하가 임금을 향하여, 목민관이 백성을 향하여 베푸는 사랑이니 무릇 사람과 사람사이 서로를 향하여 화기애애하게 베푸는 그 사랑을 인이라 한다(子嚮父 弟嚮兄 臣嚮君 牧嚮民 凡人與人之相嚮而?然其愛者 謂之仁也).”라고 말하여 일을 행함이 겉으로 나타남과 동시에 마음 속에 서로 실제의 사랑이 있어야 참다운 인이 된다고 했습니다.

다산의 위대한 저서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에 나오는 글들입니다. 주자학에서 ‘다산학은 이렇게 경을 달리 해석하면서 탄생합니다. 우리는 어느 쪽을 따라야 할까요, 두고두고 연구해야 할 영원한 질문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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