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물건도 꽁꽁… 춥다, 추워!
사람도 물건도 꽁꽁… 춥다, 추워!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1.0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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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황학동 중앙시장

 

중앙시장이 있는 중구 황학동 일대는 조선시대 사대문 중 동대문의 바깥에 위치했다. 당시 종로를 중심으로 하는 한양의 시민들이 소비하는 땔감이나 채소 등을 가까운 나루인 뚝섬과 주변의 왕십리에서 집산, 공급하는 형태로 시장이 발달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신당동공설시장이었다, 1945년 해방으로 일본이 물러나자 1946년 성동시장이 들어섰다. 당시 성동시장은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보다 점포가 더 많았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곡물시장으로 번영했다. 한때 서울 시민들이 소비하는 양곡의 80%를 거래할 정도였다. 나전칠기가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이 되기도 했다. 정부의 쌀값 안정화 정책에 따른 정부미 방출로 양곡시장이 약화되면서다. 1980년대 후반 마장로가 개통됐다. 그 주변으로 주방기구와 가구를 파는 점포가 생겨났다. 때마침 외식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점포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중앙시장은 양곡시장에서 주방기구·가구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오늘날 서울중앙시장은 닭과 돼지의 부산물을 중심으로 여러 물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2009년에는 지하에 예술가들의 공간인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들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황학동 방향으로 향한다. 곱창거리는 저녁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하다. 가게마다 맛있는 냄새와 함께 뽀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좀 더 걷다보면 주방거리가 나온다. 여전히 물건 옮기는 트럭들을 거리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추운 날씨 탓인지 항상 붐비던 시장 앞도 한산하다. 시장 입구 중앙을 현수막으로 떡하니 막아 놨다. 현수막엔 ‘차량 및 오토바이 진입 금지’라고 쓰여 있다. 고객 및 보행자 편의를 위해 매일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보행거리로 지정, 운영 중이다. 덕분에 시장이 더 휑하게 보인다.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드물다. 양옆으로 펼쳐진 상점들도 한산하다. 중앙으로 이어지는 노점상은 대부분 열지 않았다. 입구 현수막 금지 안내를 무시한 오토바이만 간혹 지나다닌다. 상인들은 상점 안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날은 춥고 손님도 없어 굳이 밖으로 나와 있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노점상 상인들은 따로 바람을 막을 방법이 없어 박스 상자로 바람막이를 만들어 그 안에 작은 난로를 피워놓고 몸을 녹인다. 추운 건 상인뿐만 아니다. 팔아야 될 물건들이 혹여나 얼까봐 두터운 천들로 정성스럽게 덮어놨다. 전통시장의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버텨내는 일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수산물가게, 정육점, 반찬가게, 식당 등은 대부분 문을 열었지만 야채와 과일가게는 연 곳을 보기 어렵다.

그나마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대부분 식당이다. 횟집, 족발집, 따뜻한 국밥집엔 드문드문 손님이 앉아있다. 손님이 있는 상점의 상인들은 살짝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몸은 추워도 이렇게 손님이 찾아오면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해지는 것이다. 상점 앞에서 기웃거리는 손님에게 여러 메뉴를 추천하며 서비스까지 더 얹는다. 왕래가 적으니 한 손님이라도 더 잡고 싶은 상인들의 간절함이 보인다.

 

눈에 띄는 건 역시 맛집들이다. 족발, 회, 순대국, 칼국수 등. 중앙시장의 별미 호떡집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설탕을 감싸고 있는 반죽을 뜨거운 철판에 올려 기름에 튀기듯 굽는다. 맛있는 기름 냄새가 시장 안으로 퍼져나간다. 또 다른 기름 냄새에 시선을 돌린다. 수제어묵이다. 방금 반죽한 어묵을 기름에 퐁당 빠트리면 노랗게 익는다. 바로바로 만들기 때문에 더 맛있을 뿐만 아니라 믿고 먹을 수 있다. 달달한 기름 냄새도 난다. 꽈배기다. 꽈배기, 찹쌀도너츠, 도너츠 등 종류가 많다. 상점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그 아들로 보이는 아들이 작은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손님이 찾아오질 않으니 기름의 온도도 오르질 않는다. 어서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 추운 날씨에도 상인들의 얼굴 화끈거릴 정도로 기름 온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

황학동 방면 출구에 비해 신당동 방면 출구엔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다. 날 더웠을 땐 부딪힐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추운 날씨만큼 쌀쌀한 시장 분위기가 안타깝기만 하다. 어서 날이 풀려 다시 많은 손님들이 찾는 중앙시장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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