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최대 뇌관

2019년 새해가 됐지만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 중 하나는 여전히 ‘가계대출’이다. 이미 1500조원을 넘어선 부채 규모는 국내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까지 커지면서 비상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신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한 해 가계대출 문제를 전망해 봤다.

 

은행들을 비롯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가계부채 연체율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향후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결국 과잉 부채의 누적은 경제 주체 모두에게 상담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514조 4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22조원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높은 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였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2018년 11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도 지난해 2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7%에 달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 경제 규모와 거의 비슷한 셈이다.

 

‘소득’ 보단 빠른 ‘부채’

가계부채는 2007년 말 631조원에서 10년 만에 2.3배로 늘어났다. 2016년에는 139조원 늘어나 명목 GDP 증가폭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7년 108조원이 늘어난 이후 증가율이 둔화됐으나 여전히 소득 대비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7%로 같은 기간 가구원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소득증가율 4.6%보다 높았다. 부채가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1분기 가계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은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이다. BIS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2.2%로, 2011년 말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처분가능소득의 약 1.6배다.

풍선효과도 감지된다. 2018년 시행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기타 신용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정부는 6·19 대책, 8·2 대책 등 주택담보인정비율을 낮추고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10월에는 2018년 신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조기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와 신용대출 확대 등은 결국 경제성장이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DB산업은행이 발간한 '2019년 국내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민간소비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복지지출 확대에도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원리금상환 부담 증가 등으로 2.6%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도 먹구름을 짙게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이후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3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금리인상 압력이 커지고 가계부채의 상환부담이 증가할 위험이 적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최근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상환 부담이 어려워지는 추세”라며 “정부의 가계부채종합대책으로 저소득층의 추가 차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가계소비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도 “GDP의 95%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가 오르고 가계소득이 떨어지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체율 점검 강화”

일단 지난 연말부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급감한 것은 변화의 조짐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차츰 둔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570조 3635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 16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증가액인 5조 5474억원보다 대폭 축소된 수준으로 지난 9월 3조 4379억원 이후 석달 만에 증가액이 가장 적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그러뜨린 것은 신용대출이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101조 9332억원으로 전월보다 377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이 감소로 전환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DSR 규제로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아직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정부 규제로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올 가계대출의 연간 증가율이 당국 목표 수준(6%)보다 낮은 3∼4%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여신 건전성엔 여전히 위험 신호가 도사리고 있다.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데 이어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예대율 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어, 이로 인한 이자부담 가중으로 취약계층의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국내은행들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비율)은 0.60%로 전월말대비 0.02%포인트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원화대출 연체율은 2017년 말 0.36%로 저점을 찍은 이후 등락을 반복하며 오르다 작년 9월 0.55%에서 10월 0.58%로 상승했다. 차주별로 보면 주로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비가 취약한 중소기업 및 가계 신용대출에서의 연체율이 올랐다.

중소기업대출은 0.67%로 전월말대비 0.03%포인트, 개인사업자 대출은 0.40%로 같은 기간 동안 0.02%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말대비 0.02% 상승했다. 그중 신용대출 등 다른 가계대출은 0.51%로 0.05%포인트나 올랐다.

연체율 추세는 한층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올해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미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은 시장금리가 적용되는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올해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도 한미 금리역전차를 넓히지 않기 위해 최소 한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고 그만큼 대출금리 인상으로 반영된다고 가정할 경우 가계 입장에선 총 2조 5000억원가량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도 이를 감안해 여신건전성에 대한 고삐를 바짝 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부담 가중으로 취약계층 및 한계기업의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며 "대출 부실을 막고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9년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한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불렸던 가계대출 문제가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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