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디 아워스
[신간] 디 아워스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01.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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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비채

 

퓰리처상, 펜 포크너상 동시 수상작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월'이 '디 아워스'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오늘의 어법에 맞게 번역문을 세심히 다듬고, 원제 ‘The Hours’를 살렸으며, 버지니아 울프의 옆모습을 실은 표지로 주제를 강하게 드러냈다.

‘평범한 여자의 하루가 소설이 될 수 있을까?’ 1923년,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쓴다. 1949년, 로라 브라운은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다. 현재, 클러리서 본은 자신을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르는 친구에게 파티를 열어주려 한다. 누군가는 안정되고 여유로운 삶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연인으로서만 존재해야 하는 이 모든 ‘시간들(the hours)’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방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누군가는 도망쳤고, 누군가는 도망치지 못했으며, 누군가는 도망치려 하는, 세 여자의 눈부시게 절박한 하루가 펼쳐진다.

마이클 커닝햄은 세 시대를 살아가는 세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그려내면서 반복되는 일상의 문제를 삶 자체라는 테마로 확장시킨다.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가 쓰던 소설의 제목이다. 훗날 이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으로 출간되었지만, ‘디 아워스’는 '댈러웨이 부인'을 변주한 커닝햄의 소설 '디 아워스'로 다시 빛을 본다. 또한 작가는 권두에 보르헤스의 시 '또 다른 호랑이'를 실어 시간의 유사성을 은유했다.

여자의 일생이란 무엇일까. 버지니아 울프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도, 로라 브라운처럼 평범한 주부도, 클러리서 본처럼 성공한 편집자도 모두 ‘부인’으로 불린다. 버지니아 스티븐은 남편의 성을 따라 버지니아 울프, 울프 부인이 되었고, 로라 지엘스키는 로라 브라운, 브라운 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클러리서 본은 작가 리처드에게 댈러웨이 부인이라 불린다. 세 여자는 ‘… 부인’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그토록 원하는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을까?

1923년 런던 교외, 1949년 로스앤젤레스, 현재 뉴욕이라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 세 여자가 있다. 작가는 ‘댈러웨이 부인’과 ‘노란 장미’, 클러리서 본의 친구이자 로라 브라운의 아들이며 버지니아 울프의 페르소나인 ‘리처드’, 로라 브라운이 머무는 호텔 방인 ‘19호실(도리스 레싱의 단편 '19호실로 가다'에서도 같은 의미로 등장한다)’ 등의 장치를 통해 문학의 유사성을 삶의 반복성으로 확장시키고, 이에 내재된 일상의 슬픔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속에 놓인 버지니아, 로라, 클러리서의 분투를 보여주며 또 다른 반복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디 아워스'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은 이 영화가 힘들었던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문학은 삶을 닮고, 우리는 그런 문학을 읽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든 살아가려 한다. 자신의 시간을 살고 싶은 우리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바로 ‘시간들(the hours)’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눈부실 정도로 절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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