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새해를 맞아 희망과 꿈이 넘쳐야 하건만, 세상은 시끄럽고 모든 것이 안 된다는 쪽으로 기울면서 불안과 걱정만 쌓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거나 좌절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국가의 일이고 국민의 삶입니다. 여기서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바로 용기입니다. 어떤 때라고 경제가 넉넉해서 국민 모두가 여유 있고 유쾌하게 살아갔던 때가 있었던가요. 어렵고 힘들고 가난하고 부족하다는 생각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놓지 않았고, 용기를 잃지 않아서 우리의 오늘이 있게 되었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다산은 23세에 천주교를 접했고, 28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정조대왕의 지극한 우대를 받으며 벼슬살이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접했던 천주교는 그 당시로서는 국법에 어긋나는 종교였고, 사교(邪敎)라고 매도당하던 때여서, 정조의 배려로 벼슬살이는 했으나 기회만 있으면 ‘정약용은 천주학쟁이다.’라고 헐뜯으며 온갖 모함과 음모가 끊이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당시의 ‘천주학쟁이’는 요즘으로 보면 ‘빨갱이’와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에 다산이 얼마나 시달리면서 살아갔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유일하게 돌봐주던 정조의 승하로 40세의 나이에 18년의 긴긴 유배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말했던 대로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남들은 기뻐하는데 자신만은 슬픔에 빠져있는 일이요, 세상에서 가장 한스러운 일은 나는 그를 생각하고 있건만 그는 나를 까맣게 잊고 있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은 없다.”라는 말처럼 다산은 참으로 오랫동안 고통과 한스러움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언제나 슬프게 언제나 한을 안고 살아야 했지만 그는 결코 용기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위대한 실학자로서의 학문적 대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아들들에게 내려준 가계(家誡)라는 교훈적인 글에서 “천리(天理)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 번 넘어졌다고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서둘러 엉뚱한 일을 하면 그때는 끝이다.”라는 뜻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용기는 지(智)·인(仁)·용(勇) 3덕의 하나다. 성인이 사물을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천지를 다스리는 일은 모두 용기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다.”라고 거듭 용기를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순(舜)임금은 어떤 사람이냐? 나도 순임금처럼 될 수 있다.” “주공(周公)은 어떤 사람이냐?”라는 등 목표하는 인물을 설정해 놓고 그렇게 되도록 일하는 용기만 잃지 않으면 그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용기에 대한 결론으로 다산은 말합니다.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하여 청운(靑雲)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가볍게 손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라는 희망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참으로 시시한 일에 용기를 잃고 자살률만 높아가는 우리 국민들, 새해에는 용기를 살려냅시다. 정치·경제·사회가 모두 마음에 안 들더라도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새해 우리 국민들에게는 큰 복이 내리리라 믿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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