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 글/ 허지영 그림/ 창비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안상학 시인이 첫 동시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를 출간했다. 소박하면서도 온화한 서정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다정히 살피고 어루만져 온 시인은 이번 동시집에서 아이들의 밝고 천진한 마음뿐 아니라,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몰래 울음을 삼키는 애달픈 마음까지 따듯하게 감싼다. ‘2018 동시마중 작품상’을 수상한 표제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를 포함해 동시집에 수록된 52편의 동시는 꾸밈없는 언어로 동심과 자연을 보듬으며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1988년에 등단한 안상학 시인은 온화하고 결 고운 시 세계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시인은 첫 동시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에서 인간, 동식물을 비롯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다정히 살피고 따듯하게 어루만진다. 동시를 쓰기 시작한 지 꼭 10년 만에 동시집을 펴낸 시인은 지난 30년 간 끈질기게 벼려 온 시상(詩想), 그중에서도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과 자연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유감없이 펼쳐 놓는다. 표제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와 같이 어린이다운 엉뚱함과 발랄한 상상력이 드러나는 동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일상을 그린 동시는 시인의 통통 튀는 시선을 좇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에는 어린이의 마음을 자연에 빗댄 동시가 많다. 시인에게 있어 수수하고 꾸밈없는 자연의 모습과 어린이의 맑은 마음은 꼭 닮은 것인바, 동심과 자연을 어여쁘게 바라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충분히 여물지 않았기에 작은 충격에도 상처 입기 쉬운 여린 존재로 보고 염려하기도 한다. 시인의 세심한 눈길은 함께 모여 사는 꽃들과 달리 홀로 떨어져 외롭고 쓸쓸하게 사는 꽃을 향하고(「채송화」), 미처 땅에 뿌리 내리지 못한 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너무 먼 곳으로 와 버려 사람들 발걸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민들레 꽃씨에도 가닿는다(「민들레 꽃씨」). 늘 밝지만은 않은, 때로는 삶의 무게에 지친 어린이들의 마음을 자연의 언어를 빌려 위로하고 응원하는 동시들은 안상학의 특장을 한껏 살린 시편들이라 더 반갑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