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두 가지 욕망을 품는다
사진은 두 가지 욕망을 품는다
  • 이호준
  • 승인 2019.01.1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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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호준의 ‘사진 이야기’-4회

사진은 두 가지 욕망을 품는다. 하나는 예술로 인정받는 것이고, 또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예술 장르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이미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은 모사와 현실 복제라는 미술의 굴레를 벗어주고, 그 자리를 이어받아 예술로 편입되었다. 사진이 예술로 편입된 이후 미술의 추상화는 급속히 진행되었고 갈수록 실험성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술의 쇠락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미술은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사진도 현실을 복제하거나 내용 전달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 미술의 길을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갤러리에 전시되는 사진 작품을 보노라면 이런 게 사진이었나 싶은 것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사진과 미술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진은 사진이면서 미술이다.

 

사진=이호준
사진=이호준

사진이 기록과 정보전달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사진의 기록성과 고발의 사회적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앞으로 동영상 이미지의 쓰임새와 역할이 더욱 확대되겠지만, 한 장의 이미지로 사건과 시대상을 축약하는 사진의 극적인 능력은 쉽게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다큐멘터리 매체로서의 사진의 역할은 유효하다. 이러한 현대사진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고, 사진의 예술적 측면 또는 기록과 전달의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일방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자칫 소모적 논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진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또 사진가의 결정에 따라 찍혀지기 때문에 사진가의 의도를 ‘표현하고’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진가는 평생 예술가와 기록자 사이를 넘나드는 숙명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사진은 예술 장르와 다큐 매체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긴장은 대개 사진의 발전을 추동해 왔지만, 긍정적인 요소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고의 틀로 사진을 바라보고 진술한다. 한편에선 사진의 예술적 표현을 강조하고 또 다른 진영에서는 다큐 매체로서의 사진의 역할에 힘을 싣는다. 그 둘의 논리는 매우 상반되고 접점을 찾기 힘든 가치와 철학을 내포한다. “으레 사진은 이런거다”는 식으로 사진의 정체성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사진은 다른 장르 또는 매체와는 달리 쉽게 타협하거나 단일한 담론을 형성하기 힘든 것이다.

사진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치열함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사진의 사회성이나 정치성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에 대한 논의로 제한해도 그렇다. 마치 이념(ism)에 대한 논쟁처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 증거는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폄훼와 모욕이 아니면 다행이라 할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 사진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초보자들에게도 나타난다.

사람마다 사진생활(작품활동)을 하는 목적과 동기는 다양하다. DSLR 카메라 보급의 확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상시 휴대는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활용 범위를 크게 확대시켰다. 예술적 재능발휘, 일상의 기록, 사진기술 추구, 추억 남기기 등과 같은 전통적인 사진활동의 목적에 더해, ‘경험의 공유’와 ‘사회관계 확대’ 등과 같은 새로운 동기가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은 그 어느 매체보다 일상과 더욱 밀접해지고, 쓰임새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미지를 해석하는 능력 없이는 현대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소모적 논쟁을 넘어 사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사진활동의 다양한 목적과 동기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사진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을 그만두거나 자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한 노력은 누가 뭐라 않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각지를 누비는 현장 사진가들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 추구에 있다. 사진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사진가 빌 브란트는 말한다. “사진은 스포츠가 아니다. 규칙이 아니니까.”

 

이호준(facebook.com/ighwns)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거의 유일한 취미로 사진찍기를 즐기고 있다. 주말에 카메라 들고 정처 없이 골목길 누비는 걸 가장 행복한 일로 생각한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했으며, 개인전시회 1회, 공동전시회 3회를 개최했다. 본격적으로 사진찍기를 취미로 삼는 것은 7년 정도 됐다. 그동안 조금씩 사진을 알아가고, 공부하면서 얻은 즐거운 사진생활의 팁을 아마추어 시각에서 정리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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