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광장시장

 

종로4가와 예지동 일대에 자리 잡은 ‘배오개(이현梨峴)시장’은 조선후기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1905년 한성부에서 시장 개설 허가를 낼 당시 ‘동대문시장’으로 명칭을 정했으나 1960년대 이후 ‘광장시장’으로 불렸다.

원래 이 시장은 광교(너른 다리)와 장교(긴 다리) 사이를 복개해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그 다리 이름의 첫머리를 따서 ‘너르고 긴’ 이라는 뜻의 ‘광장(廣長)’이라 이름 지었다. 하지만 당시 토목 기술로는 큰 비를 견디지 못해 그곳에 있지 못하고 배오개로 터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배오개로 이사 온 후에도 이전 이름의 한글 발음은 그대로 둔 채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뜻을 새로 담아 현재의 ‘광장(廣長)시장’이 되었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로 자리를 굳힌 광장시장. 중장년층은 물론 커플, 학생들까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외국인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지가 됐다. 한 겨울, 대부분 시장이 덜덜 떨고 있는 지금, 광장시장의 모습은 어떨지 찾아가봤다.

점심시간이 지난 평일 낮. 종로 5가 절철역 8번 출구. 나오자마자 처음으로 보이는 골목이 광장시장 동문이다. 입구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마치 사람들이 흘러넘쳐 들어가고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위를 가득 채운다. 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후끈한 열기와 맛있는 냄새가 맞이한다.

 

역시나 사람이 많다. 길 지나가기도 버겁다. 동문 입구서부터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마약김밥부터 떡볶이, 순대, 닭발, 족발 등. 음식들을 탑처럼 쌓아놓고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발길을 멈추고 자리를 찾아 하나 둘 앉는 사람들. 가게 주인을 중심으로 어깨를 맞대고 둘러앉는 형식이다. 저마다 시킨 음식들을 앞에 두고 사진도 찍고 맛있게 먹어가며 미소가 만개한 얼굴들이다. 한 가지 메뉴로 만족할 수 없다. 하나하나 추가하다보니 어느새 가득해진 접시. 가게 안에 들어가서 먹어도 되지만 광장시장은 탁 트인 공간에서 먹는 맛이 있다. 춥지 않냐고? 걱정 붙들어 매시라. 음식을 조리하는 열기와 사람들 열기로 후끈, 난로조차 필요 없다. 거기다 대부분 의자에 난방장치까지 돼있다. 하루 종일 전을 부치고, 육수를 끓이고, 음식을 데우기 때문에 열기가 빠지지 않아 시장 전체가 따뜻하다.

 

음식 반, 사람 반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건 광장시장 천장에 주렁주렁 걸린 만국기를 봐도 알 수 있다. 덕분에 분위기가 더 활기차 보인다. 많은 외국인들이 저마다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시장을 만끽하고 있다. 상인들은 짧은 영어단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주문을 받는다. 오랫동안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한 모양이다. 외국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는다. 상인들은 터지는 카메라 후레시에도 달관한 모습이다.

젊은 커플과 학생들도 많이 보인다. 볼거리도 많고 저렴한데다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 전통시장은 주머니 가벼운 젊은 층에게 최고의 놀이터다. 특히 맛집을 찾아다니는 요즘 젊은 층에게 광장시장은 ‘핫 플레이스’일 수밖에 없다.

 

빈대떡 냄새가 가득한 시장 중심 부분에 도착했다. 사람이 꽉 막혀 걸을 수가 없다. 빈대떡을 부치는 상인들의 손놀림과 고소한 냄새에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기름이 자글자글한 철판에 반죽을 올려 앞뒤로 착착 뒤집어준다. 한쪽에선 반죽을 만들고 있다. 반죽하는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반죽을 다한 다음엔 콩을 간다. 믹서가 아니다. 맷돌이다. 그 많은 양을 매번 맷돌로 갈아내는 것이다. 괜히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주문에 상인들은 바빠도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빈대떡집에서 사거리로 갈라진다. 왼쪽으로 가면 칼국수, 만두, 보리밥 골목이 이어진다. 입구에선 빈대떡과 마약김밥을 만드느라 분주하지만, 이곳은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손길이 바쁘다. 칼국수 면을 만드는 것이다. 주먹만 했던 반죽이 어느새 얇게 펴지고 돌돌돌 말아져 칼로 썰린 다음 쫄깃한 면발이 된다. 손님 받으랴 반죽 하랴 정신없을 법도 한데 평온하기만 한 상인의 모습이 달인 같다. 이곳은 보리밥에 넣을 나물들이 탑처럼 쌓여있다. 보리밥도 인기지만 아무래도 추운 겨울엔 뜨끈한 손칼국수가 최고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오른쪽 골목은 실내 빈대떡집들과 식료품점들이 대부분이다. 이 골목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유명한 빈대떡집 본점이 있고 다른 먹거리들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수수부꾸미, 어묵, 튀김, 찹쌀꽈배기 등. 찹쌀꽈배기와 수수부꾸미를 파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있다. 식료품점의 최고 인기 상품은 김이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모은다. 구운 김, 명란 김, 매운 김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사거리에서 직진을 해본다. 젓갈가게가 나온다. 의외지만 외국인들도 젓갈을 좋아한단다. 맛도 보고, 몇 봉지 씩 사간다. 특히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다. 젓갈가게를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우측으로 작은 골목이 나온다. 광장시장 또 하나의 명물 육회골목이다. 골목이 좁고 어두워 무심코 지나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아직은 한산한 골목. 하지만 가게 안은 만석이다.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가게 밖에는 천엽과 생간이 특유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아주 싱싱해 보인다.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가격에 육회, 낙지탕탕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이번엔 광장시장의 마지막 키포인트 누드김밥을 찾아간다. 누드김밥집은 메인 먹자골목과 떨어져있어서 찾기가 어렵다. 일단 빈대떡 사거리에서 서문쪽으로 쭉 직진을 한다. 젓갈집, 육회골목, 대구탕집을 지나 걷다보면 이불, 원단을 파는 상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은 비교적 한산하다. 그리고 또 사거리가 나온다. 만남의 광장이다. 이곳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구제옷 시장이 나온다. 만남의 광장에서 좌회전을 한다. 첫 번째 골목에서 또 우회전이다. 전부 원단, 의류, 의류부자재를 파는 곳이다. 우회전을 하면 골목이 좁아진다. 이런 곳에 김밥집이 있다고? 망설이지 말고 더 들어가 보자. 환한 불빛이 맞이한다. 김밥집이다. 김밥을 잘 말 줄 모르는 주인 덕에 탄생하게 된 못난이 누드김밥은 이미 유명한 메뉴. 잡채는 김밥과 함께 서비스로 나온다. 마약김밥과 국수, 비빔밥도 있다. 아주 작은 규모지만 골목이 한적해서 먹기 좋다. 김밥을 말아주는 여주인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먹을 수 있다.

다른 시장에 비해 사계절 내내 활기찬 광장시장. 시장 안에선 추위도 잊는다. 음식, 상인,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맛있는 냄새에 코가 즐겁고 수북이 쌓인 음식에 눈이 즐겁고 또 맛있어서 입도 즐겁다.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된다. 광장시장의 이런 활기참이 다른 전통시장들까지 널리 널리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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