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지음/ 문학동네

 

장석주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시인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전방위 글쓰기의 그 선봉에서 다양한 장르에 걸쳐 놀랄 만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뜨겁고 폭발적인 에너지로 일궈낸 다양한 저작들 가운데 그럼에도 수줍은 듯 그런 만큼 늘 새로운 듯 작심 끝에 꺼내 보이는 마음이 있었으니 그건 ‘시’라는 장르에서의 시심(詩心)이다. 제 글쓰기의 기원이 시로부터 비롯함을 평생 염두해온 탓이리라.

시력 40년 동안 십여 권의 시집을 펴냈으나 유독 이번 시집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에서 그 ‘청년’다움에 빠져드는 이유는 시를 향한 그만의 초발심(初發心)이 다시금 발휘되어서이기도 할 테다. 총 4부에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의 주제를 ‘사랑’이라 아니할 수 없을 터인데 그의 이즈음의 사랑이란 곧 죽음과 그 궤를 한데 하고 있기에 그 큼이 참으로 지극히 넓고도 깊음을 일단은 알게 한다.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고 세상에 영원한 삶 또한 없는 것, 그 끝을 알고 몸을 밀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과정만이 영원한 사랑이고 영원한 삶일 터, 이쯤 되니 그가 “살아도 살았다고 말 못 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에 대한 이해가 무릎을 크게 치게 한다.

“헤어진 사람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수 있는 일, 헤어짐도 울음도 다 초월한 둘의 하나됨의 그림, 그 둥그런 원 하나가 우리 모두라 할 때 세상 이치가 뭐 그리 복잡할까 고요하게 적요하게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우리들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소용을 무용으로 만드는 시, 그렇게 손에서 쥐기보다 손에서 놓는 일의 귀함을 찾게 하는 태도, 장석주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런 의미에서 참 귀하다. 있어서 고통일 수 있는 당신이 내 안에 없기 때문에 몸이 아픈 나. 당신의 꼬리를 내가 물고 내 꼬리를 당신이 물고 우리는 그렇게 원으로 뱅뱅 돌다 원으로 사라지지 않겠는가. 온갖 둥근 것들에게서 나를 보게 하는 시집. 이 시집은 그런 위로 속에 혼자인 나를 또한 안도하게 한다. 4부 마지막이 시극(詩劇)으로 장식됨을 또한 주목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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