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2007년)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스틸컷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포스터

대부분 외국 영화들의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해 그 뜻을 잃는 경우가 많다. 단어 하나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를 보여준다. 원작 제목보다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이 더 유명해진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2007년 개봉)이다. 원래 제목은 <music and lyrics(작곡과 작사)>이다. 한국어로 번역되며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냈다.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 번역된 제목에 찬사를 보냈다. “한국어 제목의 완벽한 승리”, “제목을 바꾼 자에게 상을 줘라” 등.

영화는 ‘팝’이란 그룹의 뮤직비디오로 시작한다. 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그룹이다. 메인 보컬이었던 멤버가 배신해 솔로 앨범을 내고 승승장구한 뒤, 같은 그룹의 멤버였던 알렉스(휴 그랜트)는 한물 간 뮤지션이 되고 만다. 그 시절이 남겨준 성공의 단물을 마지막까지 쥐어 짜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그에게 인기 많은 섹시 가수 코라 콜만(헤일리 베넷)이 러브콜을 한다. 자신의 다음 곡을 만들어달라는 것. 인기 많은 가수의 노래를 작곡한다는 것은 그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유명한 작사가가 써보낸 가사를 봐도 도무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연히 그의 집 화초를 가꿔 주러온 소피 피셔(드류 베리모어)가 흥얼거리는 소리에서 영감을 받는다. 알렉스는 소피를 작사가로 고용한다. 그리고 둘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코라 콜만의 노래를 차차 완성시킨다.

로맨스 코미디의 최강자인 두 배우가 만났다.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 능청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알렉스 역을 맡은 휴 그랜트.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이미 잘 알려진 로맨스 영화 <노트북>을 통해서다. 그는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모습이진 않지만 인간미 넘치고 능청스러운 농담과 잘 어울린다. 이 영화에서도 그렇다. 섹시하기도, 귀엽기도, 사랑스럽기도 하다. 로맨스 영화의 최강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소피 피셔 역을 맡은 드류 베리모어. 말이 필요 없다. 영화 초반엔 과연 휴 그랜트와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아픈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어느새 응원해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스틸컷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스틸컷

OST도 빼놓을 수 없다.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가 직접 부른 ‘The way back into love’다. 영화보다 노래가 더 유명할 수도 있겠다.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곧 영화의 내용이기 때문에 가사와 멜로디가 더 쏙쏙 들어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노래여서 그런지 듣는 내내 설렌다. 가수처럼 뛰어나게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뻔한 로맨스지만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뻔한 결말이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의 모습이 풋풋하고 예뻐서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아마 호불호가 가장 적은 영화가 아닐까싶다. 유치하달 수 있는 장면도 피식 웃으며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사랑스러운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유명한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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