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배워서 얻어낸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즐거움이 세상에서 가장 큰 희열이라는 것을 『논어』의 공자와 그의 제자 안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공자는 어느 누구에게 양보할 수 없는 일은 바로 호학(好學), 즉 책을 읽고 배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거기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자기 아니고는 제자 안회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의 경(經)에 대하여 주자도 좋은 해석을 했으나, 다산 또한 의미 있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학(學)이란 가르침을 받는 것이며, 습(習)이란 학업을 익히는 것이며, 시습(時習)이란 수시로 익히는 것이며, 열(說)이란 마음이 유쾌한 것이다.”라고 주자의 견해에 보충의 의견을 말하고, 더 명확하게는 

“학은 지(知)이고 습은 행(行)이니 학이시습(學而時習)은 지행(知行)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學所以知也 習所以行也 學而時習者 知行兼進也).”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런 풀이 다음 덧붙이는 다산의 말이 의미 깊은 대목입니다. 

“뒷 세상의 학문은 배우기만 하고 행하지 않기 때문에 기쁠 수가 없다(後世之學 學而不習 所以無可說也).”라고 말하여 아는 것을 행하지 못하는 세상을 한탄했습니다. 다산은 배우기라도 하는 세상에서 살았지만,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행하기는커녕 배우기조차 하지 않으니 어떻게 된 세상일까요. 배움과 실천에 대한 이런 원칙을 기준으로 『논어』는 인간에게 삶의 길을 가르쳐주고,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간절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자는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오직 안회(顔回)만이 배우기를 좋아하는(好學) 사람으로 꼽고, 제자 이야기만 나오면 안회를 거명하면서 가르쳐만 주면 그냥 받아들여 곧바로 실행에 옮겨 삶의 기쁨을 만끽했던 제자로 추켜세웠습니다. 

“말해주면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은 안회일 것이다(語之而不惰者 其回也與:子罕편).”라는 공자의 말씀에 다산은 또 〈선진(先進)편〉을 인용해 

“안회는 나의 말에 기뻐하지 않은 것이 없다(回也於吾言 無所不說).”는 공자의 말로 배워서 행동으로 옮기는 기쁨을 향유한 사람이 바로 안회라고 말하여 게으르지 않음이 바로 기뻐함과 같다고 했습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스승과 제자인 공자와 안회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참으로 많습니다. 배우기를 좋아해야 하고, 책을 좋아해야 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일이 없고서야 어떤 기쁨이 있을 수 있으며 책을 읽어서 알아낸 것들, 스승에게 배워서 알아낸 지식, 그런 것들을 실제 일에서 행동으로 옮길 때에만 참다운 기쁨(喜悅)을 안을 수 있다는 공자와 안회의 일을 모르고서야 마음의 쾌함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지 않는 국민, 기쁨을 못 얻어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 진리를 터득해 삶의 격을 높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참여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좋은 세상이 오겠는가요. 

출판사가 문을 닫고 책방이 사라져가는 세상, 배우고 때때로 익히기 위해 스승에게 배우고 책을 읽어야 책방이 존재하게 됩니다. 공자 같은 스승에 안회 같은 제자들이 함께 가르치고 배워서 마음속의 희열을 얻는 방법인 『논어』라도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다산은 말했습니다. 

“논어만은 일생동안 곁에 두고 읽어야 한다(唯論語 可以終身讀:爲尹惠冠贈言).”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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