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종로신진시장

 

종로 6가의 종로신진시장은 오늘날까지 옛 골목시장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의 전형적 전통시장이다. 6.25전쟁 직후인 1952년에 개설허가를 얻은 것을 보면 그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6.25전쟁 후 신진시장에는 북한에서 월남한 실향민들이 대거 유입돼 장사를 했다. 당시 많은 상인들은 미군 군복에 검정색 물을 들여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고쳐 만들어 판매했으며, 시장에 흘러나온 각종 구호물자를 거래했다. 대표적 먹거리인 곱창식당 골목도 그 무렵 형성됐다고 한다. 이후 평화시장(1962)과 동대문종합시장(1970)이 들어서면서 이들 시장의 상인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 상가가 늘어났으며 오늘날 곱창, 생선구이, 닭한마리 골목으로 이어지게 됐다.

 

1997년 말 IMF를 겪으며 시장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나라는 3년여 만에 IMF구제금융에서 벗어났지만, 신진시장은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2006년이 돼서야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재개장했다. 이때 상인들이 시장 이름을 ‘종로신진시장’으로 등록했다.

부지런히 사람들이 오고가는 종로거리. 유난히 사람이 많다. 시장이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광장시장, 동대문 종합시장, 방산종합시장 등. 회사와 학원도 많다. 덕분에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활기차다. 신진시장을 가기 위해선 종로5가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와 동대문 방면으로 직진하면 된다. 또는 동대문역 9번 출구로 나와 종로방면으로 직진하면 된다. 빼곡한 가게들 사이 신진시장의 큰 간판이 보인다.

 

바쁜 대로변과 달리 시장은 한산하다. 시장을 찾은 손님을 보기 어렵다. 입구 쪽 모자장수는 든든히 점심을 먹고 난로를 쬐며 꾸벅꾸벅 낮잠을 잔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에겐 자장가 같다. 퇴근시간을 맞을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뿐이다. 입구 쪽으론 맛집들이 많다. 자장면이 고작 3000원, 짬뽕 4000원인 중국집, 잔치국수, 칼국수, 비빔국수 등을 파는 국수가게, 뜨끈뜨끈한 국밥을 파는 해장국집 등. 주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들르거나 상인들에게 사랑받는다. 굳이 신진시장을 찾아온 게 아니어도 동대문종합시장, 광장시장, 방산종합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이곳에 들러 식사를 하고 간다.

 

시장 중앙에는 광장시장처럼 시장거리에 앉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노점들이 있다. 보통 퇴근하고 술 한잔하기 위한 사람들을 겨냥해 늦은 오후에 문을 열기 시작한다. 해산물, 전, 회, 국수 등 보통 포장마차에서 파는 메뉴들이다. 아직 손님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문을 열고 음식을 준비하는 상인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차가운 노점에 불을 지핀다. 훈훈한 온기가 올라온다.

 

맛집들을 지나 들어가면 어느덧 곱창거리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외관만 봐도 그 역사가 묻어난다. 방송에도 많이 나왔다. 벌써부터 가게엔 사람들이 한둘 앉아있다. 주문과 동시에 철판에 곱창을 볶는 상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곱창의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다시 시장골목으로 돌아와 깊이 들어간다. 드르륵드르륵. 신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광경이다. 바로 수선집이다. 수선집이 노점으로 깔려있다. 수선을 맡긴 손님들이 앞에서 이것저것 요구를 하면 보는 앞에서 바로 수선을 해준다. 마술쇼를 보는 것 같다. 시장 안은 맛있는 냄새와 함께 드르륵거리는 재봉틀 소리로 가득하다. 수선집 주변에선 군복을 연상시키는 다기능 작업복들을 판매한다. 작업복, 방검조끼, 모자, 신발 등. 쉴 새 없이 물건이 들어오고 나간다.

 

신진시장의 명물 닭한마리, 생선구이 거리로 간다. 곱창거리로 빠지는 반대편 골목이다. 늦은 점심식사를 끝낸 사람들이 오간다. 닭한마리집은 아직 한가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방송 등에도 꾸준히 소개되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주변 상인은 물론 회사원, 젊은이들, 어르신들, 외국인들에게까지 사랑받는다. 생선구이가게도 마찬가지. 애매한 시간이지만 가게마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꽤 앉아있다. 연탄불에 구워지는 생선 냄새가 기가 막히다. 맛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신진시장에 와야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한바탕 점심시간을 치른 상인들은 생선을 구운 철판을 닦는다. 그을음을 털어낸다. 다시 분주하게 저녁시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생선을 구웠던 자리는 물로 청소를 한다. 이렇게 청결하게 유지하니 더욱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다. 꾸준하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상인들은 형제처럼 지내는 것 같다. 청소를 하면서 안부도 묻고 농담도 던진다. 농담을 나누면서도 호객하는 건 빼놓지 않는다. 골목 분위기가 훈훈하다.

 

생선골목 끝엔 책방골목이 있다. 좁고 어둡지만 그냥 지나치긴 아깝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골목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책방 수가 줄고 찾는 손님도 뜸하지만, 옛날엔 없는 책이 없을 정도로 만물책방(?)이었다. 쿱쿱한 책 냄새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아직까지도 신진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장의 명물을 앞세워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한결같이 청결과 정성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꾸준하게 인기를 끄는 비결일 것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