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고 자르고 포장하고…바쁘다 바빠!
나르고 자르고 포장하고…바쁘다 바빠!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1.2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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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마장축산물시장

 

마장동은 조선시대 살곶이 목장의 수말을 기르던 지역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단다. 왕십리 일대와 함께 한양도성 안에 채소를 공급하는 배후지 역할을 했고, 청계천과 접하며 전차, 기동차가 지나가는 지리적 이점에 따라 일제강점기인 1936년 가축시장 이전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가축시장과 도축장은 해방 이후가 돼서야 마장동에 들어섰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장축산물시장이 서울의 대표 푸줏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60~70%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축산물전문 도‧소매 시장이다. 총 2000여 개의 점포로 이뤄져있다. 연간 이용객수는 약 200만 명. 종사자수는 약 1만 2000명에 달해 단일 육류시장으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다.

 

 

2호선 용두역 4번 출구로 나온다.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왕십리 방향으로 직진해서 걷다보면 멀리 커다란 소머리가 보인다. 이상하게 저 간판은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조금 더 귀여운 모양이었으면…. 마장축산물시장에 도착했다.

 

시장으로 들어간다. 명절 준비에 한창이다. 명절선물로 고기는 효도상품이다. 한우, 한돈, LA갈비 등. 가게 앞에는 예쁘게 포장된 고기들이 진열돼있다. 상인들은 안팎으로 바쁘다. 안에선 배송 나갈 고기들을 부지런히 포장 중이다. 척척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이 기계 같다. 한쪽에서 고기를 아이스박스에 넣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테이프로 칭칭 감는다. 또 다른 쪽에선 고기를 분해하고 있다. 아주머니는 밖에서 손님을 맞는다. 대부분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알고 보니 먹고 갈 수도 있다. 1층 정육점에서 사서 2층으로 올라가 상차림비만 따로 내면 된다. 싱싱하고 저렴한 고기를 바로 구워먹을 수 있는 것이다. ‘고기 익는 마을’이다. 마장축산물시장상점과 진흥사업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상점들 앞에는 소, 돼지의 부산물들이 나와 있다. 간, 천엽, 선지, 곱창 등등.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싱싱해 보인다. 고기들은 끊임없이 나가고 들어온다. 손수레가 바쁘게 움직인다. 트럭도 마찬가지. 덕분에 보기 드문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소머리가 들어오는 시간이었나 보다. 트럭에서 한꺼번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머리들. 상당히 크다. 핏기가 빠진 소의 얼굴에선 약간의 오싹함도 느껴지고 불쌍한 마음도 든다. 시장 입구 간판이 다시 떠오른다. 이렇게 많은 고기들이 오고가도 시장거리는 깨끗하다. 끊임없이 청소를 하는 상인들 덕분이다. 고기를 분해하면 바로바로 정리하고 물청소를 하는 등 청결에 신경을 많이 쓴다. 더욱 믿고 사먹을 수 있다. 하지만 명절 대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아무리 청소를 해도 그 많은 고기의 냄새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는 노릇. 비릿한 냄새가 풍기지만 오히려 축산시장에서만 날 수 있는 냄새라 정겹다.

 

고기를 분해하는 이들은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다. 요즘 시장에 젊은 상인들이 늘고 있지만 이곳에선 더 많이 볼 수 있다. 고기 분해 작업이 워낙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여자보단 남자의 비율이 높다. 자기 몸만한 고기를 옮기면서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웃음 꽃 가득하다. 장사가 잘 되는 시즌이라 몸이 힘들어도 즐거운 것이다. 덕분에 시장 분위기도 더 활기차게 느껴진다.

 

끝까지 들어가면 길이 좌우로 나뉜다. 먼저 오른쪽으로 가본다. 상인들이 저마다 손수레를 끌고 트럭 한 대를 둘러싸고 있다. 방금 들어온 고기를 옮기기 위해서다. 포대에 싸여있는 모습이 부산물인 모양이다. 고기를 받은 상인들은 바쁘게 가게로 돌아간다. 반대로 돌아 왼쪽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교적 한가롭다. 이쪽은 소매를 하는 가게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그렇게 걷다가 출구로 나오면 유명한 마장동 먹자골목이 나온다. 아직은 퇴근시간 전이라 한가하다. 한우, 특수부위, 사시미 등. 다닥다닥 붙은 가게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굽는 방식, 추구하는 부위가 다르다. 연탄불에 굽느냐, 숯불에 굽느냐에 따라 같은 부위여도 맛이 다른 법이다. 가게 입구는 작아 보이지만 안에는 넓은 자리가 준비돼있어 회식장소로도 인기다.

고기에는 계절이 없는 것 같다. 날이 더워도, 추워도 항상 인기가 많다. 마장축산물시장이 지금의 활기찬 분위기를 잃지 않고 대표적인 축산물전문 도소매 시장의 명맥을 이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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