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설&지도
[신간] 소설&지도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01.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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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더그라프, 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비채

 

'소설&지도'는 제목처럼 ‘지도가 된 소설’로 가득하다. 뉴욕의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루 더그라프는 소설 속 세계를 한 장 혹은 여러 장의 지도로 재창조했다. 지도로 다시 태어난 작품은 '오디세이아' '햄릿'같은 고전부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같은 현대소설까지, 누구나 한 번쯤 읽거나 읽고 싶어 했을 ‘모던&클래식’을 아우른다.

'소설&지도'를 처음 펼치면 화려하고 정성스러운 그림이라는 데 놀라게 되고, 차분하고 꼼꼼히 살펴보면 극한까지 밀고 나간‘문학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라는 데 감탄하게 된다. 소설이 작가가 완성한 하나의 우주라면, '소설&지도'는 그 우주를 조망하는 창조적인 조감도일 것이다. 더그라프는 '고도를 기다리며'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하는 경탄할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허클베리핀의 모험'이나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에서는 작품 속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 파노라마 그림을 완성함으로써 마음속 명작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반추하게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글자로 구축된 세계를 2D와 3D를 넘나드는 그림으로 재창조, 환상적일 만큼 호화롭고도 세밀한 그림을 통해 ‘공감각적 소설 읽기’를 가능케 한 것.

아울러 챕터마다 삽입된, 담담한 독후감 같기도 하고 촘촘하고 예리한 비평 같기도 한 에세이를 지도와 함께 살펴본다면 명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판의 번역을 맡은 소설가 한유주가 ‘문학적 지도’의 깊은 의미에 대해 조근조근 들려주는 권말의 ‘옮긴이의 글’도 놓치지 말 것. '소설&지도'와 함께 호기심이 샘솟는 기쁨을 만끽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문학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떨까.

소설은 문자 즉 언어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소설은 언어 이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상상하게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게 한다. 독자는 자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얼굴과 몸과 목소리와 체취까지도 원하는 대로 상상해내고, 나아가 무대가 되는 세계의 풍경과 색감과 바람과 빛까지도 그려낸다. 그렇게 천 명이 읽은 작품은 천 개의 빛깔과 길을 가지기에, 소설의 세계로 들어가 거니는 데에는 친절한 가이드가 필요하기도 하고 가끔은 파트너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어딘지 여행과 닮아 있다. 랜드마크만을 보려고 여행하는 게 아니듯 ‘정답’을 찾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게 아니라면, 한 작품을 오롯이 알고 즐기려거든 우선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야 한다. 여행지에서 길을 잃었다가 오히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듯 '소설&지도'를 벗 삼아 소설 속에서 기꺼이 길을 잃는 ‘황홀한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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