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황풍’, 정치실험 성공할까
제1야당 ‘황풍’, 정치실험 성공할까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9.01.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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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압승 로드맵 ‘모락모락’

황교안 전 총리의 ‘정치권 상륙 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던 고건 전 총리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한 때는 대망을 꿈꿨지만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입당식을 가졌던 황 전 총리는 최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정치권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출사표를 던지며 당 혁신과 통합, 강력한 대여 투쟁을 강조하며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나친 색깔 강조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황 전 총리의 ‘정치 실험’을 전망해 봤다.

 

자유한국당의 ‘황풍’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황 전 총리는 최근 전당대회 출정식을 갖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성취와 도약의 새 길로 이끌겠다"며 "고난의 자유한국당을 승리와 영광의 큰 길로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심장부를 겨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가장 먼저 무너졌고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해외로 탈출하고 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 정권과 손을 잡은 강성귀족노조가 노동개혁을 가로막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소득을 탈취하면서 정말로 보호받아야 할 서민들의 삶은 나락에 떨어졌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이어 “젊음과 역동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에서 도전은 멈추고 꿈은 사라졌다. 국민적 고통과 불안의 뿌리에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이 있다"고 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무엇보다 황 전 총리는 ”무덤에 있어야할 386 운동권 철학이 국정을 좌우하고, 철지난 좌파 경제실험인 소득주도 성장이 도그마가 된 것이 총체적 난국의 원인"이라고 이념 공세를 펼쳤다.

그의 로드맵 1단계는 내년 총선이다. 자유우파의 대통합과 당의 외연 확대를 통해 압도적 제1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는 또 전문가와 함께하는 '2020 경제 대전환 프로젝트' 추진, 문재인 정권의 망국 정책 폐기 요구, 정책 전환 거부 시 국민과 함께하는 강력한 투쟁 등을 약속했다.

당 내부 결속도 약속했다. 나부터 특권 내려놓기, 당의 중심 인물들이 모두 참여하는 '대통합 정책 협의회' 구성, 문호개방을 통한 인재풀 확대 등을 제시하며 다른 당권 후보들을 긴장시켰다.

"도탄에 빠진 국민을 구하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며 "나라와 국민을 살리는 길이라면 목숨이라도 바치겠다"고 강조한 황 전 총리의 의지는 한국당 당권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나는 싸우는 사람”

황 전 총리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와 맞물려 위상도 상승하는 분위기다. 그는 최근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월 29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를 했다. 여야 주요 정치인 12명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황 전 국무총리가 17.1%를 기록해 15.3%를 기록한 이낙연 국무총리를 오차범위(±2.0%p) 내에서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대비 3.6%가 올랐고 이 총리는 1.4%가 올라 접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보다 1.2%가 하락하며 7.8%를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7.2%), 김경수 경남지사(6.7%)가 뒤를 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6.3%)이 6위,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6.0%)가 7위,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5.9%)가 8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5.3%)이 9위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내 당권 주자 중에서도 황 전 총리는 많이 앞서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는 “대부분의 중위권 주자가 하락한 가운데, 황교안·이낙연 양강 구도가 보다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황 전 총리는 대구·경북, 충청, 서울, 부산·울산·경남과 60대 이상, 30대, 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탔다. 범보수 진영(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만 보면 황 전 총리는 지난달 대비 9.4% 급등한 31.9%를 기록해 30%대를 돌파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률은 7.3%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하지만 황 전 총리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당장 당 내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친박 색채’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황 전 총리를 향해 “제2의 박근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무한책임을 가지고 있는 분이 처절한 반성과 대국민 사과 없이 나온 것은 잘못”이라며 “현재 한국당은 친박들이 많기 때문에 당 대표로 당선될 것이다. 우리로선 상당히 좋은 결과”라고 전망했다.

황 전 총리의 출마 자격 논란도 그의 정치권 입성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당헌·당규에 정확하게 기록이 돼 있다.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며 “당헌에 여러 조항이 있고 종합적으로 보면 결론이 있다. 규정은 바꾸면 되는 것이고, 문제는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는 자신의 ‘싸움닭’ 여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고 전 총리나 반 전 사무총장과 비교하는 것과 관련 “이렇게 말하는 것을 이제는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저는 싸우는 공직자였다. 좌파와 싸우고 반미 세력과 싸웠다”고 이력을 역설했다.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통합진보다 해산심판 청구를 했고 직접 헌법재판소에 나가 변론을 한 것도 강조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민중당 소속의 옛 통합진보당 출신 전직 국회의원들은 황 전 총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혐의로 형사고소했다. 통진당 해산심판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과정에 황 전 총리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인들은 고소장에서 황 전 총리가 법무부장관이라는 직권을 남용하여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독립적이지 않고 불공정하게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처리하게 함으로써 고소인들의 공무담임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의 행사를 방해했고, 헌재와 법무부 내통 의혹이 있으며 정부 측 증인 김영환에게 공개하여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사법권에 대한 정부 권력의 중대한 침해, 훼손행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은 재판부의 엄격한 독립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등의 헌법위반상태에서 심리·선고됐다"며 "그로 인해 고소인들이 있는 정당은 강제로 해산당했고, 고소인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은 국회의원직을 상실당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의 뚜렷한 색깔 내기가 초반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정치 의식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 있다”며 “불필요한 이념 논쟁은 결국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빅3 대진표’

황 전 총리의 당권 도전으로 한국당 내 경쟁 구도도 뜨거워지고 있다. 황 전 총리 외에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히는 오 전 서울시장, 홍 전 대표의 출마 선언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친박 김진태 의원은 줄기차게 자격 논란을 문제 삼고 있다. 그는 “당원 명부 마감일인 1월 22일이 지났기 때문에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모두 책임당원 요건인 3개월을 채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당헌·당규를 가볍게 여기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형식주의적 논리로 치부해도 된다는 얘기를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강성인 홍 전 대표가 황 전 총리를 집중 견제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 당은 제가 탄핵의 폐허 위에서 당원들과 합심하여 일구어 낸 당"이라며 "다시 도로 탄핵당, 국정농단당, 친박당, 특권당, 병역 비리당으로 회귀하게 방치 하는 것은 당과 한국 보수‧우파 세력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보수, 서민보수당으로 거듭나게 하여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황 전 총리의 행보와 관련 “지금 나온 건 타이밍이 안 맞고 대표가 되는 것이 대선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홍 전 대표가 인파이팅으로 파고들면 황 전 총리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대연합과 빅텐트론이 거론되는 가운데 황 전 총리의 ‘정치권 입성’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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