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百의 그림자', 소설집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등으로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명실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 작가의 신간 '디디의 우산'이 출간됐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d'(발표 당시 제목 ‘웃는 남자’)와 '문학3' 웹 연재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이후 대폭 개고),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공명하는 연작 성격의 중편 2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에 두고 개인의 일상 속에서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이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인간을 사유하는 깊은 성찰이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아름다운 문장들과 어우러진 가운데 끝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반가운 신작이다.
이야기는 황정은 작가가 2010년 발표한 단편 '디디의 우산'('파씨의 입문', 창비 2012)에서 비롯됐다. 어릴 적 친구인 도도와 재회한 디디는 지난 시절 도도에게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못했던 기억을 계기로 도도와 친밀해진다. 두 사람은 생활의 무게가 버겁지만 함께하는 삶이 있어 행복하다. 그러나 2014년작 단편 '웃는 남자'('아무도 아닌', 문학동네 2016)에 이르러 디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이번 신작 '디디의 우산'에서 이들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받아 안은 작품은 'd'이다. ‘dd’의 죽음 이후 자신 또한 죽음과도 같은 날들을 보내던 ‘d’(전작 단편의 도도)는 청계천 세운상가에서의 물류 일이라는 고된 노동의 하루하루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던 그는 세운상가에서 수십년간 음향기기 수리를 해온 ‘여소녀’ 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금씩 다시 세상 속으로 발을 딛는다. 여소녀 또한 근대화의 영욕이 담긴 상가의 풍경 속에서 자신과 주변의 삶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