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으로 만난다, 늦겨울의 힐링!
몸과 마음으로 만난다, 늦겨울의 힐링!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9.02.08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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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스케치] 경기도 포천

온천이 있고 스키장(썰매장)이 있고 맛(갈비)이 있고 숲(산)이 있는 포천은 늦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가는 겨울이 아쉽다면 이번 주말, 포천으로 달려가 볼 일이다. 첫 목적지로 정한 산정호수와 명성산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익숙한 여행지다. 강원도 철원과 맞닿아 있는 명성산(鳴聲山, 일명 울음산, 해발 922미터)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다. 뾰족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주능선은 가파르고 험한 편이다.

 

봄을 기다리는 광릉숲 나무들
봄을 기다리는 광릉숲 나무들

봄을 기다리는 산

산마다 그 산이 간직한 사연이 하나쯤 있게 마련인데 명성산은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 태자’의 전설이 어려 있다.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던 중 이 산에 들러 목 놓아 우니 산도 함께 울었단다. 명성산이 울음산(울보산)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명성산은 가을 억새로 유명하지만 겨울도 나름대로 운치 있다. 등산 기점은 자인사 코스와 등룡폭포 코스로 나뉜다. 전자는 가깝지만 양쪽으로 둘러선 험한 바윗길을 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등산 초보자는 피하는 게 좋다. 반면 등룡폭포 코스는 평탄한 계곡길이 내내 이어져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등룡폭포 쪽으로 오르다가 비선폭포 밑에서 왼쪽 바위 능선으로 오르는 책바위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겨울에는 산길이 미끄러워 등산 장비를 꼭 갖추고 올라가야 한다.

 

얼음썰매장으로 변한 산정호수
얼음썰매장으로 변한 산정호수

억새밭 능선 전망대(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사방 풍경은 정말이지 그림 같다. 뱀 똬리처럼 늘어선 능선들과 그 아래로 산정호수와 마을이 평화롭고, 굵직굵직한 산들도 손에 잡힐 듯하다. 억새 평원에서 삼각봉을 거쳐 정상까지는 40분(1.5km)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 하산은 자인사 쪽이 좋다. 자인사는 작은 암자지만 산사 특유의 고요함에 몸과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산사 마당에 서면 명성산 봉우리가 빤히 올려다 보인다.

 

베어스타운 스키장
베어스타운 스키장

철따라 변신하는 호수와 스키장

자인사에서 내려오면 허옇게 얼어붙은 산정호수가 기다린다. ‘산에 있는 우물(山井)’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 호수는 겨울이면 썰매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전망대는 과거 김일성의 별장이 있었던 곳으로 분단의 아픔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잘 정비된 호숫가 오솔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산정호수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이른 아침 호수에서 물안개가 만들어 질 때로 명성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담아둘 만하다. 호수와 산의 절묘한 조화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주변에 편의점,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이 풍부하다.

총 11면의 슬로프와 리프트 8기를 갖춘 베어스타운(http://www.bearstown.com)은 스키 마니아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400미터 길이의 눈썰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눈썰매 전용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다시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코스는 짜릿하다. 알뜰 여행객들을 위해 다양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산사원 마당에 늘어선 술독
산사원 마당에 늘어선 술독

전통술의 명가를 찾아서

베어스타운에서 15분 거리에는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산사원이 있다. ‘산사원’은 배상면주가의 대표 술인 ‘산사춘’에서 따온 이름이다. 술 박물관, 양조장, 술 갤러리, 펍 등 전통술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술박물관에는 조상들이 술을 빚을 때 썼던 다양한 도구들과 전통술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고, 지하엔 시음장과 셀러가 있다. 셀러는 자신이 만든 술을 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곳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하는 모든 술을 시음해 볼 수 있고 비열처리를 하지 않아 누룩의 향이 살아있는 생주는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산사원 야외 마당에는 대형 술독 50여 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어 이곳이 술 만드는 공장이란 걸 알려준다. 홈페이지(www.soolsool.co.kr) 참조.

 

허브아일랜드의 온실
허브아일랜드의 온실

늦겨울 추위를 녹여줄 온천과 테마파크

산사원에서 다시 북쪽으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일동 온천단지다. 몇 개의 온천이 있지만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곳은 제일유황온천(031-536-6000)이다. 지하 800m에서 끌어올린 유황 온천수는 수질이 뛰어나다. 일동 지역 온천수는 대부분 40도 이상 고온으로 수질이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갱년기 장애, 류머티즘, 고혈압, 신경통, 노화방지,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온천에서 가까운 거리에 갈비촌이 있다. 갈비 전문점들은 일동면과 이동면, 백운계곡 입구에 늘어서 있는데 어느 집이나 맛은 비슷하다. 참나무 숯불에 구운 이동갈비는 기름기를 없애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입맛을 당긴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은 편이다. 갈비 집에서 파는 포천(이동) 막걸리도 맛이 아주 좋다. 찹쌀이나 보리, 밀가루를 시루에 찐 다음 말려서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 온도에서 발효시킨 건강식품이다.

출출한 배를 채우고 신북면 삼정리에 있는 허브아일랜드(www.herbisland.co.kr)로 간다. 허브를 주제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다. 10만여 평의 대지 위에 식물원 · 박물관 · 체험장 · 카페 · 빵집 등이 예쁘게 꾸며져 있다. 저녁 때 가면 색색의 조명이 화려하게 켜진 불빛 축제를 볼 수 있으며 주말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허브카페에서 맛보는 허브차는 추위를 저만큼 밀어낸다. 허브 삼겹살 스테이크를 비롯해 허브 스파게티, 허브 비빔밥, 허브 양갈비 스테이크 등을 내놓는 허브레스토랑도 인기이다. 허브 마늘빵을 비롯해 다양한 빵을 구워내는 허브 빵가게는 그 냄새만으로도 배가 부른다.

 

포천아트밸리에 설치한 모노레일
포천아트밸리에 설치한 모노레일

채석장이 친환경 예술체험장으로

인근에 있는 포천 아트밸리(http://artvalley.pocheon.go.kr)도 구경거리다. 아무렇게 방치된 채석장을 친환경 예술 체험장으로 만들었는데 전체 면적이 약 14만㎡에 달한다. 이곳은 196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화강함을 캐내던 곳이다. 포천은 예부터 화강암 산지로 이름이 높았다. 매표소 옆에서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모노레일을 타고 정상에 오르면 다양한 시설물이 기다린다.

 

화강암으로 둘러싸인 천주호 전경
화강암으로 둘러싸인 천주호 전경

화강암을 캐려고 팠던 웅덩이에 물이 고여 형성된 천주호는 아트밸리가 자랑하는 명소.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이 거대한 호수는 깊이가 20m에 이른다. 1급수를 자랑하는 호수에는 도롱뇽 · 가재 · 버들치 따위가 산다고 한다. 호수 위에는 기획 전시가 열리는 전시관을 비롯해 주말 공연이 열리는 야외 공연장, 조각 공원,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개장 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500원. 모노레일 운임료는 별도.

 

걷기 좋은 한탄강 주상절리길
걷기 좋은 한탄강 주상절리길

놓칠 수 없는 그 외의 볼거리

포천 하면 광릉숲(국립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다. 소리봉, 천점산, 용암산이 만든 이 거대한 숲은 때 묻지 않은 생태계의 보고다. 수생식물원, 약용식물원, 화목원, 관상수원 등등 22개의 전문전시원과 3,800여 종에 달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숲 안에 있는 산림박물관엔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의 역사, 임업 사료와 유물, 목제품 등 11,300여 점에 이르는 각종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일주일 전 예약 필수. 광릉숲에서 1km 거리에는 조선 제7대 왕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무덤(광릉)이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남양주시 땅이지만 연계해 둘러보면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비둘기낭 폭포, 겨울 가뭄이 심해 폭포 물줄기는 보이지 않는다
비둘기낭 폭포, 겨울 가뭄이 심해 폭포 물줄기는 보이지 않는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

포천 외곽인 철원 방면 한탄강 주변에 흩어져 있는 영평8경(화적연, 백로주, 선유담, 와령암, 창옥병, 청학동, 금수정, 낙귀정지)도 꼭 보도록 하자. 시간 여유가 없다면 이 중 한두 군데만이라도 찾는다면 여행의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명승 제93호로 지정된 화적연(영평8경 중 제1경)은 한탄강이 휘돌아 흐르는 곳에 형성된 깊은 연못과 그 수면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일컫는다. 금수정은 창수면 오가리 영평천 가에 올라앉은 정자이고, 창옥병은 정자 주변의 병풍바위를 말한다. 한탄강 협곡을 따라가는 ‘한탄강 주상절리길’도 열렸다.

 

연못과 화강암 바위로 이뤄진 화적연
연못과 화강암 바위로 이뤄진 화적연
주상절리길에서 만난 한탄강 하늘다리
주상절리길에서 만난 한탄강 하늘다리
주상절리길을 알리는 안내도
주상절리길을 알리는 안내도

구라이길, 가마소길, 벼룻길, 멍우리길, 비둘기낭 순환코스 등 총 5가지 코스로 이뤄진 이 길은 코스마다 1시간~2시간이면 트레킹이 가능하다. 길에서 만나는 비둘기낭 폭포와 한탄강 하늘다리는 짜릿한 풍경을 선사한다. 폭포를 둘러싼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옴폭 파였다 해서 ‘비둘기’란 이름에 ‘주머니 낭(囊)’자를 붙인 명칭이 예사롭지 않다. 비둘기낭 폭포에서 한탄강을 따라 5분쯤 올라가면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하늘다리)가 나타난다. 높이 50m, 길이 200m, 폭 2m의 이 출렁다리에 서면 굽이 돌아간 한탄강 협곡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투명 유리 데크인 스카이워크 위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스릴이 온몸을 감싼다. 포천의 겨울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다시 만날 겨울을 위해 포천이여, 안녕! <여행작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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