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적폐로 해먹었던 세력, 부자삼대라고 쉽게 망하지 않아”
“지금까지 적폐로 해먹었던 세력, 부자삼대라고 쉽게 망하지 않아”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9.02.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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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나는 영원한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1회

 

홍세화 선생의 저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의 저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암울했던 60~70년대, 당시 한국 사회에선 리영희 선생의 대표저서인 ‘전환시대의 논리’가 대학가와 ‘지하세계’를 지배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숨어서 읽는 시대는 지났고 숨어서 읽을 책도 없다. 표면적으로는 그만큼 민주화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또 하나의 책이 대학가를 강타하면서 한국 사회의 무지함과 억압성을 폭로한다. 홍세화 선생의 저서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똘레랑스’(차이에 대한 관용, 틀림이 아닌 다름)라는 독특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민주주의의 개념 확장 등 한국 사회에 진지한 성찰을 요구했다.

리 선생의 저서가 당대 한국 사회 정치경제에 대한 내부고발적 성격의 충격을 안겼다면, 홍 선생의 저서는 문화사적 충격이었다. 국제정세가 변하면서 퇴색되어 가는 리 선생의 저서와 달리 홍 선생의 저서는 여전히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책을 다 읽은 순간 머리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표현을 요즘 젊은 세대들 입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는 이유다. 프랑스 및 유럽사회의 교육, 사상 문제가 우리사회와 대비되면서 지금까지도 이 저서의 논쟁적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홍 선생은 평생을 걸쳐 일관성 있게 그의 사상을 관통하고 있는 똘레랑스 정신의 가치를 대한민국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이식하기 위한 목표로 여전히 분주하다.

그는 한국 사회가 달라진 것처럼 보여도 실체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차이를 차별, 억압, 배제의 근거로 삼지 말라’는 똘레랑스의 메시지가 아직도 유효함을 역설한다. 똘레랑스가 언젠가는 사라질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영원히 요구되는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국민들은 서로가 공존해야 한다는 정신자세를 갖고 있지만, 망가진 우리교육과 정치권력, 사법권력, 경제권력 등의 횡포로 똘레랑스의 구현이 쉽지는 않다. 하루아침에 타자에 대한 공존이 논의될 리 만무하다. 시리아 전쟁난민 100만명 넘게 독일의 우파정부가 받아들였는데, 우리는 500명 왔다고 혐오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세화 선생
홍세화 선생

70년대 후반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한 채 빠리에서 택시를 몰아야 했던 그는 2002년 귀국 이후 현재 여러 사회운동을 하면서 지성인이자 정당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을 지내다 2011년 진보신당 당대표로 선출돼 활동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벌금형을 선고받고 돈을 내지 못해 옥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사회단체 일명 ‘장발장 은행’의 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근 변화된 남북관계는 인간 홍세화에게 그 누구보다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남민전 사건도, 프랑스 망명을 결심해야 했던 것도 분단에서 비롯된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분단 상황이 70년이 지났다. 그러다보니 분단 자체가 지금은 정상인 것처럼 느껴진다. 김구 선생이 활동했던 시기는 하나의 국가가 둘로 되어서 비정상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분단이 정상이고 통일이 비정상이라고 여겨진다. 지금 우리의 과제는 평화다. 평화 관계 유지하면서 서로 왕래하며 먼 훗날 자연스럽게 통일되는 것을 전망해야 한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가 북미간 보조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높이 평가한다.”

사회주의자로도 알려진 그는 현 집권여당과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시스템 자체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요원해 보인다. 일종의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크게는 재벌개혁, 검찰개혁, 공교육 정상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국사회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한해 이런 부분 진전이 전혀 없었다. 물의 흐름을 바꿔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바뀔 수 없는 구조다. 파도의 현상만 보고 거기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침몰할 줄만 알았던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에 홍 선생은 ‘부자삼대’라는 말로 조소한다.

“부자는 삼대를 간다. 지금까지 적폐로 해먹었던 세력이다. 쉽게 망하지 않는다. 매 사안마다 이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뻔뻔한데다 머리도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물적 토대가 튼튼하고 ‘조중동’과 재벌이 밀어주고 있으니 버티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공교육 문제를 신랄히 꼬집은 TV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화제를 모았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교육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 ‘학벌없는사회’ 대표이기도 했던 홍 선생은 “우리 교육 문제 역시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정신 상태와 연관돼 있다. 아이들에게 인간성이나 사회성을 요구할 수 없다”며 “현재 서울대생의 절반가량이 우울증 증세를 앓는다. 수치화와 등수 때문에 결국 삶의 질을 놓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모든 권력은 폭력을 동반하는가’ 등의 질문지를 놓고 토론하고 서술한다. 그 학생들은 놀 것 다 놀면서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술술 써내려간다”며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텅 빈다는 이른바 ‘학이불사’의 뜻을 되새겨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홍세화 선생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 한해, 우리사회를 돌아보자면.

▲ 출발은 희망찼다. 촛불에 의해 탄생한 정부였고,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면서 우리사회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 구속 같은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시스템의 문제가 있었다.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요원해 보인다. 일종의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크게는 재벌개혁, 검찰개혁, 공교육 정상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한국사회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난 한해 이런 부분 진전이 전혀 없었다. 물의 흐름을 바꿔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바뀔 수 없는 구조다. 파도의 현상만 보고 거기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 경제민주화는 오랜 숙원이자 화두였다.

▲ 결국은 노동문제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진행돼온 노사관계 시스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거의 이뤄진 게 없다. 그 다음 겉으로 드러난 게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것도 전혀 진척이 없다. 최저임금 계산 방법도 문제다. 산입 방식 바꿔서 효과를 반감한다든지 노동 시간 지키는 것 정도와 관련해 실제 내용이 아주 없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는 없었다.

 

- 홍 선생은 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인류에 제대로 된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된 적 없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주의,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한국사회 구성원들 의식 구조로 볼 때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지금 산적한 문제들도 감당하기 버겁다. 미군정에서 해방 이후 여론 조사를 했고, 당시 사회주의 국가로 가야한다는 여론결과가 70퍼센트 가량 나왔다. 그런 시기와 현재 우리 국민들의 처지가 너무 다르다. 지금은 일종의 디폴트 상황이다. 앞으로 일자리는 물론 기본소득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4차 산업 혁명 얘기가 나온다. 이런 마당에 무슨 사회주의를 논할 수 있겠는가. 사회주의는커녕 한국사회에서 제가 속한 완전히 왼쪽의 정당(노동당)은 거의 지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동조합 가입률도 10퍼센트 밖에 안 된다. 국민들이 노조가입 자체를 두려워한다. 촛불시위 할 때는 모두 자기 얼굴을 들고 나오지만, 한진그룹 노조원들은 회사가 무서워 마스크를 쓰고 시위하는 현실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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