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으려면
남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으려면
  • 박석무
  • 승인 2019.02.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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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논어』는 역시 고전다운 책입니다. 읽어도 읽어도 깊은 맛이 끝이 없고,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다시 부각되면서 나름대로의 마음에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송나라의 정자(程子)라는 학자는 말합니다. “논어를 읽고 난 뒤에는 곧바로 모르는 사이에 손으로는 춤을 추고 발로는 뜀질하는 사람이 있다(有讀了後 直有不知手之舞之 足之蹈之者也).”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좋아하고 그 가치가 얼마나 크다고 여겼으면 다산은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 40권이라는 방대한 저서를 통해 새롭게 해석한 천하의 명저를 남겼겠습니까. 그러면서 다산은 제자에게 권장하는 글에서 “오직 논어만은 평생토록 읽어야 한다(唯論語可以終身讀).”라고도 했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그렇게 『논어』는 대단한 책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게으름만 늘어가고 용기도 약해지고 의욕도 줄어들어서 가치 있는 일 하기가 어렵기에, 새삼스럽게 요즘은 더 자주 논어를 읽으면서 마음도 추스르고 진리에의 열락을 찾으려 애를 쓰는 때가 많습니다. 이인(里仁) 편에 “유인자 능호인 능오인(惟仁者 能好人 能惡人)”이라는 글자 아홉 자에 담긴 여러 풀이를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오직 인한 사람만이 사람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라는 짤막한 말인데, 그 안에 담긴 뜻은 참으로 크고 넓으며 무한한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주자는 말합니다. “대체로 사심(私心)이 없는 뒤라야 좋아하고 싫어함이 이치에 합당하니, 정자(程子)가 말한 바의 공정(公正)함을 얻어야 함이 바로 그런 뜻이다.”라고 말하여 남을 좋아하고 싫어하려면 자신의 마음에 사심이 없고 공정성을 확보할 때에만 가능하다니 얼마나 옳은 말인가요. 

다산도 말합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착함 좋아하기를 호색(好色)하듯이 좋아하고, 고약한 냄새 싫어하듯이 악을 싫어한 뒤라야 자신의 인(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남의 선함과 악함에도 반드시 깊이 좋아하고 깊이 싫어하는 것이다(樂善如好好色 惡惡如惡惡臭 然後能成其仁 故於他人之善惡 亦必深好而深惡之).”라고 뜻깊은 해석을 내렸습니다. 

착함과 악함을 구별하는 인간의 기본 자격이 우선 필요합니다. 사물을 바라보고 사건을 살펴보는데 사심(私心)부터 버리고 공정한 마음을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 이성(異性)을 그리워하고 사모하듯 착함을 진실로 좋아해야 하고, 악취를 싫어하듯 악함을 미워하고 싫어할 수 있는 자신의 어진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자기편만을 아무런 이유 없이 좋아하는 사심이 가득 차 있고, 미워하거나 싫어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자신의 편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싫어하는 그런 모습이 오늘의 세상에는 가득 차 있습니다. 

누가 진보이고, 누가 보수인가의 아무런 기준도 없는데, 자기편 아니면 무조건 진보이거나 보수라고 여기면서 무조건 싫어하고 미워하며, 자기편이면 무조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그런 심리가 가득 찬 세상이 오늘입니다. 어떤 이유로 세상이 이렇게 두 편으로 나뉘어 남의 편은 증오하고, 내 편만 한없이 좋아하는 세상이 되었을까요. 제발 사심을 이기고 공정성을 되찾아 이치에 합당하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에 가담한다면 어떨까요. 게으른 사람의 걱정을 늘어놓았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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