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난다

 

프랑스 아를레아 출판사의 1999년 ‘최초의 1000부’ 총서*의 첫번째 주자로 그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막상스 페르민의 소설 '눈'이 출간됐다. 출간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전역에서만 3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이 소설은 하얗고 얇은데다 단문이며 줄거리 요약이 몇 줄로 가능할 만큼 단순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시를 쓰는 남자가 있고 시라는 백색의 정의와 정신을 좇다 그에 버금가는, 결국 그를 상징하는, 어떤 절대적인 사랑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하이쿠가 이야기의 등뼈로 단단히 자리하고 있는데 프랑스 소설에 하이쿠라니, 이게 무슨 조화인가 하실 수도 있겠으나 첫 페이지부터 일단 열어 읽기 시작하면 아하, 하고 감탄하는 스스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말이 되는 아름다움 속에 그 문체에 탐미하며 만나게 되는 정신의 강직성에 신경이 바싹 곤두선 채로 소설임에도 시처럼 천천히 읽어나가며 눈으로 입맛을 다시는 몸의 반응에 절로 차분해지는 스스로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끝끝내 ‘눈’이라는 제목으로 왜 그토록 ‘백’에 미쳤는지, 왜 서두에 랭보의 말을 빌려 “오직 백색만이 보”인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원형을 찾아 예술의 본질을 말해보고자 하는 고집스러운 이야기이며 온전히 가질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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