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덜터덜…이번엔 성북동 골목길들을 누벼볼까?
터덜터덜…이번엔 성북동 골목길들을 누벼볼까?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2.13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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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 가기] 성북동-1회

 

이번에 찾아간 동네는 성북동이다. 성북동은 풍광이 아름다운 서울시 자치구 중 하나로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될 한양도성과 연이어 있는 지역이다. 특히 서울에 있는 한옥 중에서도 아름답고 뛰어난 가치가 있는 한옥들이 많이 모여 있다. 문화제, 한옥마을 뿐 아니라 맛집, 카페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성북동. 꽤 언덕진 산마을이라 할 수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 나름대로 코스를 잡고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돌아볼 코스는 한옥마을이다. 성북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성북 한옥에 찾아가다’에 답사코스가 나온다. 성북동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추천해주는 대로 돌아보기로 했다. 코스는 8군데를 들려야 된다. 1번부터 8번까지 쭉 올라가야 되지만 기자는 8번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 반대로 1번까지 걸어 내려오기로 했다. 동묘에서 2112번 버스를 타면 성북동 산마을까지 올라간다. 2112번, 1111번 버스 또 다른 몇몇 마을버스도 다니니 참고하자.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운동 삼아 슬슬 걸어 올라가기도 좋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내렸다. 지대가 높아 바람이 세차다.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8번 심우장이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시인의 거처로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7호로 등록돼있다. 남향을 선호하는 한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북향집이다.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은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되므로 이를 거부하고 반대편 산비탈의 북향터를 선택했다. 일제에 저항하는 삶을 일관했던 한용운은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이곳에서 생애를 마쳤다.

 

버스정류장 건너편 오르막길 계단을 오른다. 작은 집들이 몰려있고 골목은 갈수록 좁아진다. 표지판이 없는 줄 알았지만 계단 손잡이에 짧은 시구들이 적혀있다. 읽으며 올라가다보니 뜬금없이 시멘트 대문이 나온다. 그냥 주택인줄 알고 지나칠 수 있으니 잘 보면서 가야한다. 안으로 들어간다.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 관리소엔 불이 켜져 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의 장방형 평면에 팔작지붕을 올린 민도리 소로수장집이다. 작은 마당엔 한용운 선생의 업적, 심우장에 대한 설명이 있다. 선생이 쓰던 방에는 그의 글씨, 연구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매우 깔끔하다. 자유롭게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지만 관리가 잘 돼서 그런지 깨끗하다. 마당에선 담 아래로 집들이 보인다. 이곳에 서서 한용운 선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텅 빈 마당을 슬슬 걸어본다.

 

7번을 찾아가기 위해 심우장을 나와 계단을 내려간다. 큰길을 따라 5분정도 가다보면 큰 교회와 유치원이 나온다. 덕수교회와 덕수유치원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야 목적지가 나온다. 7번은 바로 이종석 별장이다.

이종석 별장은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10호로 등록되어있다. 1900년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집으로 사랑채 비슷한 별채와 안채, 행랑채로 이루어져 있다. 안채는 동북쪽에 있으며 행랑채는 북쪽에 있다. 누마루에는 ‘일관정’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다. 안채는 조선 후기의 상인인 이종석이 지은 별장이라고 하는데 당시 규모가 큰 상인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들어가지 않고 담벼락만 보아도 가옥의 규모와 멋이 그대로 느껴진다. 입구로 들어가니 먼저 들어와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이 보인다.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둘러본다. 내부엔 특별한 게 없다. 한옥의 멋스러움만 눈에 담고 빠르게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덕수교회 건너편 6번인 상허 이태준 가옥으로 향한다.

 

상허 이태준 가옥은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11호로 등록되어있다. 월북작가 이태준이 1933년에 이어 ‘수연산방’이란 당호를 짓고, 1933년부터 1946년까지 거주하면서 문학작품 집필에 전념한 곳이다. 1900년대에 지은 주택으로 규모가 작은 별장형 주택으로 보이나 살림집으로 축소된 형태를 하고 있다. 보통의 한옥은 사랑채와 안채로 구분되어 있는데 반해 이 집은 사랑채와 안채가 한 건물 안에 배치되어 있는 특징이 있으며, 1900년대의 개량 한옥이 갖는 요소들을 잘 지니고 있는 중요한 민속자료이다.

 

관광객이 많다. 집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앉아있다. 훈기가 느껴진다. 사랑채에서 몇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안채로 음식을 나른다. 모임이 있는 것일까. 안채 앞으로 사람들이 벗어 둔 신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5번을 향해 나왔다. 아래쪽으로 꽤 걸어야 한다. 성북동의 맛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들이 눈에 들어온다. 채광도 좋고 시끄럽지 않아 모든 곳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 천천히 내려가며 성북동의 기운을 한껏 느껴본다.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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